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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남편이 '가스 새나와 죽겠다'고 했는데…"

반도체 산재 유족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막으려 항소…노동부는 뭐하나?"

"저에게는 네 살밖에 안 되는 아들이 있어요. 아침부터 어린 아들을 남에게 맡기고 왜 여기까지 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산재 인정을 이런 식으로밖에 받을 수 없을까요?"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남편을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임진숙 씨는 현수막과 함께 경기도 과천시 정부종합청사 앞에 섰다. 네 살배기 아들을 새벽부터 맡겨놓은 채였다. 임 씨의 남편인 고(故) 김진기 씨는 충청북도 청주시 매그나칩 반도체 공장에서 14년간 일했다가 지난 5월 숨을 거뒀다.

ⓒ프레시안(김윤나영)

20일 오전 9시,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참여연대‧환경정의 등 시민사회단체가 모였다. 기자회견이 낯설다는 임 씨는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몇 년씩 (활동)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며 "남편이 간 지 세 달밖에 안 됐는데, 아기랑 남편과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임 씨를 충청북도에서 과천 정부종합청사까지 불러들였다. 임 씨는 "전문가들은 다들 (남편의 백혈병을) 직업병이라고 하는데, 근로복지공단과 회사에서는 직업병이 아니라 개인질병이라고 하는지 답답하다"며 "오랫동안 회사를 위해 일하다 힘들게 죽었는데 산재를 해주면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고(故) 김진기 씨는 14년 동안 발암물질로 알려진 방사선이 생기는 장비에서 일해 왔다. 그동안 남편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던 임 씨는 "회사에서 일하다 가스가 새어나와 죽을 뻔했다"는 남편의 말을 흘려들은 게 가슴이 저렸다.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위험했어요."

산재 신청을 말리는 회사와 산재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도 임 씨에게 야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반올림‧참여연대‧환경정의는 지난 8일 고용노동부에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산재보상 문제 △영업비밀제도 개선 대책과 알 권리 보장 △고용노동부의 임무 촉구를 골자로 하는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와 보건관리대책 관련 공개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삼성 백혈병이 산재가 맞다"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들 단체는 "고용노동부와 그 산하기관이 산재 불승인 남발 등으로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동안, 삼성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산업 직업병 제보는 140여 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50여 명이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산재 노동자의 복지를 위해 만든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상을 막기 위해 사업주를 동원하고 고등법원에 항소하는 폭력행정에 대해 상급 기관인 고용노동부는 무엇을 했느냐"며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와 삼성의 행태를 규탄하고 이 사안을 철저히 다루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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