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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312>

수수께끼 하나 내겠다.
문) 의료보험이 없는 외국인과, 있는 외국인 중 누가 싸게 치료받을까?
답) 의료보험이 없는 외국인이 싸게 치료받는다.

솜퐁(가명)은 허리가 아프지만 의료보험이 없다.
불법체류자니까.

친구의 의료보험증을 빌려가지고 H병원에 갔다.
MRI를 찍어보고 나서 의사가 말했다.
"허리 디스크가 터져서 액(液)이 나온 상태야. 수술해야 돼."
"수술비가 얼마나 드는데요?"
"90만 원."

하지만 공교롭게도 친구의 의료보험증이 무효로 판명 났다. 보험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수술비가 *엄버지게 많이 들게 생겼다.
200만 원!

수술하기 직전,
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 솜퐁.
혹시나 하고 발안센터에 들렀다.
"꼭 수술해야 할까요?"
순진한 소리를 주로 하는 B간사가 순진하게 말했다.
"해야지!"

아무래도 찜찜하다.
저거 쓸데없이 *엄한 돈 쓰지! 싶어서 내가 물었다.
"불체자야?"
B간사가 대답했다.
"예."
"노동자지?"
"예."
"그럼 돈 안 들어."
"어떻게요?"
"*복권기금을 쓸 수 있거든."

B간사가 솜퐁을 데리고 복권기금을 쓸 수 있는 공립병원인 수원의료원에 갔다.
MRI 사진을 살펴본 의사가 말했다.
"이 정도면 수술할 필요 없어요."
B간사가 물었다.
"액이 나왔는데두요?"
"액이 나와도 경미한 거니까 약 먹고, 물리치료 받고, 쉬면 되요. 한국 사람도 다 그렇게 해요."
"그럼 어떤 때 수술하는 겁니까?"
"왼쪽 다리에 감각이 없거나 마비가 왔다면 수술해야죠. 그 정도가 아니면 수술할 필요 없어요."
"그렇군요."

물리치료 받고 약 타가지고 두 사람이 돌아왔다.
솜퐁이 꼴 같지 않은 소리를 했다.
"돈이 안 들어서 그런지, 어째 낫는 기분이 안 들어요."
호강에 겨워서 요강에 똥 싸는 소리하고 있네! 소리가 나오려는 걸, 꾹 참고 말했다.
"돈이 왜 안 들어? 로또복권에서 돈 냈어!"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엄버지게 : 엄청나게 (경기도 사투리)

*엄한 돈 : 안 써도 되는 돈. H병원은 웬만한 건 다 수술하려고 드는 특이한 병원이라 안 써도 될 돈을 쓸 우려가 있다는 뜻.

*복권기금 : 불법체류 노동자가 복권기금으로 치료받게 된 데는 뻐꾸기 우는 사연이 있다. 그들은 아파도 치료 못 받는 게 과거의 현실이었다. 의료보험이 없어서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란 말이냐?" 국제여론의 비난을 받게 된 한국 정부가 인도적 결단을 내렸다. 불체자도 치료해주기로. 하지만 재원이 없었다. 이때 떠오른 게 복권기금, 즉 로또복권으로 벌어들인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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