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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희망버스' 진짜 배후세력을 알고 싶다면…"

[인터뷰] 체포영장 기각된 송경동 시인

'희망버스'를 제안한 송경동 시인에 대한 체포 영장이 법원에서 21일 기각됐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와 크레인 위에서 반 년째 고공 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을 지지 방문하는 기획이다. 검찰은 송경동 시인을 상대로 19일 체포영장을 신청했었다.

그러나 부산지법 김도균 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피의자의 변호인과 수사기관이 수사 일정을 조율하는 등 강제 수사의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는 기각 사유를 밝혔다. '3차 희망버스' 출발을 10일 앞두고 송경동 시인에게 소회를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편집자>
▲ 1만 명에 가까운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9일 부산역에서 콘서트를 여는 모습. ⓒ프레시안(허환주)
"희망버스 배후세력은 '정리해고'"

프레시안 :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소회를 밝혀 달라.

송경동 : 법원 기각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이 일은 나 혼자 했던 일이 아니다. 1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직접 참여했고, 참가하지 못했지만 지지하고 후원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 기각은 '희망버스'가 어떤 한 사람의 주동자가 있는 것처럼 보려는 시도가 좌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가 함께했는데 사주하고 주동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다른 사람은 비주체적으로 따랐다는 표현은 잘못이다. 희망버스 운동은 수평적이고 공개적이고 모두가 주체가 돼서 함께했다. 나도 한 사람의 참가자일 뿐이다.

또한 법원 결정을 통해서 '희망 버스' 운동이 얼마나 평화로운 운동이었는가가 밝혀졌다고 본다. 검찰은 우리를 잡아 가두려고 하지만, 평화롭고 정의로운 일을 구속할 명분이 없다고 본다. 나는 지금 거의 수배 상태다. 집에서 나온 지 한 달이 넘었다. 검찰·경찰이 수사본부를 꾸려서 조사한 과정만 해도 상당할 거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 영장 청구에 대한 어떤 소명 자료도 못 냈다.

경찰과 검찰은 희망 버스 주동자, 배후를 찾을 것이 아니라, 이 모두가 요구하는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정리해고하고 비정규직화하는 부당한 사회구조가 바로 희망버스의 배후다. 검찰은 이를 위해 일해야 한다.

프레시안 : 희망버스는 처음에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송경동 : 지난 10여 년간 수백만 명이 잘려나간 정리해고 과정을 봤다.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화가 되면서 비정규직이 900만에 달했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 절망을 보게 됐다.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빼앗는 건 사회적 타살이다. 사람은 최소한의 생활 조건이 안 갖춰지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도 일자리를 폭력적으로 빼앗거나 최소한의 생활도 안 되는 조건으로 비정규직화시켰다.

무수히 많은 절망과 아픔이 있었다. 올해 들어서는 쌍용차 정리해고자와 가족 15명이 갈 곳이 없어서 좌절, 비관해서 죽기도 했다. 이런 과정들을 보면서 이제 더 이상은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제안했다.

"희망버스는 훼방버스? 청와대는 노골적으로 조남호 회장편"

송경동 : 왜 하필 부산에서 연대하는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물론, 1300일째 싸우는 재능교육 농성장, 3년째 싸우며 프랑스 대사관에서 노숙하는 발레오공조코리아, 매주 화요일에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모이는 콜트콜택 기타 노동자들의 농성, 30명이 백주대낮에 용역직원에게 폭행당해 병원으로 실려 가는 아산의 유성기업으로 가자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부산 한진으로 가자고 제안한 건 거기에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김진숙 씨였다. 우리가 제안하던 시기에 김진숙 씨는 그 위험한 크레인에서 벌써 150여 일 가까이 고립돼 있었다. 사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서 연대하기는 어렵지 않아서 계속 연대해왔다. 그런데 부산은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다. 한 번의 연대로 가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히려 다 함께 어렵고 힘들게 싸우는 곳인 부산, 고립돼서 싸우는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과 김진숙 씨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하자는 뜻이 모였다.

프레시안 : 청와대 관계자가 '희망버스'를 '훼방버스'라고 비난했다.

송경동 : 1만 명 이상의 시민이 자기 돈을 들여서 저 먼 부산까지 가서 1박 2일을 길거리에서 노숙하면서 희망버스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해결을 촉구해 왔다. 그런 과정에서 한진중공업 사태가 사회적 의제화가 됐다. 그럼 정부는 그동안 뭘 했나. 청와대는 뭘 했나. 한진중공업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해서 어떤 일도 한 게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양심적인 국민을 상대로 해서 싸우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정부는 한진중공업의 일개 사주하고 대주주 몇 명의 편을 드는 것이다. 청와대는 노골적으로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과 몇 명 대주주의 편이다. 이걸 부끄럽지도 않게 뻔뻔하게 대국민 선포한 셈이다.

"희망버스 참가자 대부분 몇 번씩은 울었다"

프레시안 : 1,2차 희망버스에 대한 소회는?

▲ ⓒ프레시안(허환주)
송경동 :
나도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그런 사회적 연대의 힘을 보여준 모든 사람에게 고맙다. 놀랍고 감격스럽다. 1차 때 왔던 사람들 대부분이 몇 번씩은 울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언제든지 잘리고 쫓겨날 수 있는 현실에 아픈 거다. 그동안 연대 해오지 못한 것에 대해서 미안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눈물바다였다. 반성, 감격, 감동의 눈물이었다.

십수 년 간 진행했던 정리해고, 비정규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절망하고 분노하게 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 흐름이 잘 이어져서 이제 다시는 우리 사회에 이런 평범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일부 기업가의 이윤만을 위해서 아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한진과 김진숙 씨의 문제 해결을 넘어서, 이제는 어떤 일터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이 없도록 사회에 새로운 가치관을 만드는 데까지 나갔으면 한다.

"3차 희망버스는 부산 곳곳에서 부산 시민과 연대할 것"

프레시안 : 벌써 3차 희망버스다.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전국 각지에서 부산 곳곳으로 흩어져 모인다고 했다. 이유가 있나.

송경동 : 부산 시민도 한진중공업 사측의 행태에 대해서 분노하고 비판적인 마음을 갖고 계신다. 왜냐하면 한진중공업은 지난 60여 년 동안 부산지역 노동자들과 시민의 혈세를 받고 자란 기업이다. 수십 년 동안 일했던 노동자들도 부산 시민의 이웃인데 사측이 지난 3년 새 3000여 명을 잘랐다. 그리고 필리핀 수빅으로 조선소를 옮겨서 2만1000명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서 착취를 일삼았다. 한진중공업은 부산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되는 기업이다. 부산에 있는 생각 있는 시민과 함께하자는 취지에서 이번에는 부산 곳곳에서 부산 시민과 함께 마음을 나누기로 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김진숙 씨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송경동 : 우리가 이렇게 갈 수 있는 건 김진숙 씨와 한진 해고 노동자, 그 가족들이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7개월 넘게 버텨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간 말은 못해도 얼마나 힘들었겠나. 우리 사회의 수많은 사람이 함께 위로의 마음을 보내고 연대하겠다고 나서니 기운 내고 힘을 가졌으면 한다. 그간 버텨왔던 기간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들이 또 있다. 파업하는 동안 공장 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말도 못하고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 그분들에게도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필리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한진중공업을 양심 있는 기업으로 만들지 못해서 미안하고 죄송하다. 한진중공업 측은 60년 동안 자국 노동자를 부려 먹고 헌신짝처럼 던졌다. 그리고 필리핀에서는 2만1000명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 30여 명이 산업재해로 죽어갔다. 부산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필리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의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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