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日 원전 '최후의 결사대', "죽을 준비 돼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日 원전 '최후의 결사대', "죽을 준비 돼 있다"

희생 무릅쓰고 현장 남아…17일 181명으로 늘려

<딥 임팩트>, <아마게돈>과 같은 SF재난영화부터 <포세이돈>, <타이타닉>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까지 그 안에는 한결같이 숭고한 희생자들이 등장한다. 다른 이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스크린 속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11일 일본 동부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치면서 방사능 유출 위험이 높아지자 전 세계의 눈이 '최후의 결사대'로 남아 혼신의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원전 노동자 50명에 쏠려 있다.

후쿠시마 원전이 첫 폭발을 일으킨 12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원전 당직팀장은 혼자서 원전 1호기에 접근했다. 전력이 끊겨 냉각수가 돌지 않으면서 핵 연료봉을 보관하는 격납용기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자 자원해서 뚜껑을 개방하러 나섰던 것. 뚜껑이 열리면서 압력이 낮아져 격납용기 파손은 막았지만 그는 100밀리시버트(mSv) 이상의 방사선 노출돼 구토와 울렁거림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실려갔다. 몸을 던져 최악의 상황을 막은 셈이다.

15일 오전 2호기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400mSv에 달아자 교토전력 측은 현장에서 일하는 800명의 인력 중 50명을 남겨두고 대부분 현장에서 철수시켰다. <뉴욕타임즈>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이들 대부분이 자원하거나 임무를 부여받은 자로 전신 방호복을 입고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미로같은 깜깜한 원전 내부를 헤집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원자들 중에는 정년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스스로 원전으로 간 노동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지지통신>은 지방의 전력회사에 근무하던 59세 원전 노동자가 정년을 6개월 남겨놓은 채 후쿠시마 원전의 특별지원팀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이 노동자는 "지금의 대응으로 원자력 발전의 미래가 바뀐다. 사명감을 갖고 뛰어들겠다"고 말하고 원전으로 향했다. 첫 폭발 당시 원전에서 철수했던 도호쿠엔터프라이즈사의 베테랑 노동자 3명도 스스로 현장에 복귀했다.

이들 '결사대'는 이미 희생을 각오하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납으로 두른 방호복을 입고도 이들이 연속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15분에 불과하다. 16일에는 방사선 노출량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결사대마저도 잠시 몸을 피할 정도였다. 이들은 방사선을 막을 수 있는 대피소에서 교대로 근무하며 원자로의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냉각수 파이프를 연결하고 고압의 증기를 빼내려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지진 뒤 쓰나미로 인해 전자장치가 모두 멈춰섰기 때문에 철저히 수동으로만 이뤄내야 하는 작업이다.

일본 정부도 이들에게 거는 기대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다. 15일 보건후생성은 원전 기술자의 피폭방사선량에 대한 법정 한도를 100mSv에서 250mSv로 대폭 상향했다. 현재 이들이 현장에서 피폭당하는 방사선량이 감당할 만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고 있다. 사실상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17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측은 결사대 인원을 181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CBS>에 출연한 미국 조지아대 참 달라스 '건강관리와 대량파괴방어연구소' 소장은 후쿠시마 원전 통제실에서 일하는 지인이 원전으로 돌아가면서 "죽을 준비가 돼 있다"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