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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체르노빌' 터지나? 마지막 50명마저 떠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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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체르노빌' 터지나? 마지막 50명마저 떠나면…"

이미 치명적 방사선량 노출 가능성…풍향도 관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2호기의 격납용기가 손상되는 등 사태가 악화되면서 원자로 냉각수 공급을 위해 최후까지 남아 있는 50여 명의 노동자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15일 일본 정부는 8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발전소를 빠져 나왔지만 50여 명은 끝까지 현장을 사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방기기를 이용해 1, 2, 3호기 원자로에 바닷물을 투입하며 노심용해(멜트다운)를 막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또 4호기에 난 불을 끄는 작업도 병행했다. 전문가들은 이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멜트다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당국자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원전 업계의 고위 관계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의 현 상황으로 볼 때 해수 투입 작업이 오랫동안 계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격납용기가 손상되면 방사선 수치가 크게 올라가 노동자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전부 발전소를 떠난다면 1, 2, 3호기에 있는 모든 핵연료가 용해될 수 있고, 그 경우 방사성 물질이 전면적으로 유출되어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노동자 50여 명의 어깨에 핵재앙 여부가 달려 있는 셈. 일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이미 심각한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 대변인인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3호기 부근에서 측정된 방사능량이 최대 400밀리시베트라고 밝혔다.

이는 일반인이 1년간 일상생활에서 쐬는 방사선량 1000마이크로시버트의 400배에 해당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정도의 방사능량에 7분 노출되면 미국 원전 노동자들에 1년간 허용된 최대치에 도달하고, 75분간 노출되면 심각한 방사능 관련 병에 걸린다고 전했다.

▲ 15일 오사카에서 마스크를 쓴 주민이 '방사선 대량검출'을 보도하는 <산케이신문> 호외를 읽고 있다. ⓒAP=연합뉴스

발전소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노력에 의해 완전한 멜트다운은 피하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남는다. 원자로에 물을 계속 부을 경우 방사성 물질이 다량 함유된 증기가 분출되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노심용해가 안 되더라도 핵연료가 계속 열을 만들어내면서 증기가 발생하는데, 압력을 낮추기 위해 수주일 혹은 수개월간 이를 원자로에서 빼내야 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수 있어 핵공포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바람의 방향으로 볼 때 이 증기가 남쪽인 도쿄 지역이나 서쪽 지역, 나아가 한반도로까지 날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현재는 태평양 쪽으로 불고 있는 바람의 방향이 바뀔 공산도 있다. <AP> 통신이 이날 전한 일기예보에 따르면, 15일 저녁 후쿠시마 지역에는 눈과 함께 북동풍이 불 예정이다. 이는 바람이 도쿄가 있는 남서쪽으로 간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정확한 양을 알 수 없는 방사성 가스와 입자들이 원자로 냉각 작업에 상당한 긴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미 프린스턴대 물리학자인 프랭크 본 히펠은 "(1979년 미국에서 일어난) 스리마일아일랜드(TMI) 원전 사고의 전철을 이미 밟고 있다"며 "현재 가장 큰 위험은 노심이 실제로 용해되고 있고 스팀 폭발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얼마나 많은 방사성 물질이 대기중으로 분출될 것이며,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뉴욕타임스>는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멀리, 얼마나 빨리 확산될 것이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전 업계 고위층은 일본 당국이 연료봉 용해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일본 교토대 원자로연구소의 히로아키 코이데는 이 신문에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다"며 "2호기 격납용기가 이미 파괴됐다고 가정할 수 있고, 원자로 안에서 용해가 상당히 진행됐다면 많은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것이다"고 말했다.

영국 웨일스 소재 스완시 대학의 핵전문가 존 기터스 박사도 <파이낸셜타임스>에 노심이 노출돼 있는 2호기에서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방사능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핵연료봉이 녹아 원자로의 압력용기에 균열이 발생하고 콘크리트와 철제 격납시설이 파괴돼 엄청난 양의 방사능 물질이 대기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터스 박사는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1% 정도"라면서도 "만약 현실화된다면 수십명이 피폭으로 사망하고, 광범위한 지역이 오염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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