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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데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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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데쓰

[한윤수의 '오랑캐꽃']<278>

어느 회사의 외국인 담당자한테서 문의전화가 왔다.
질문 내용을 요약하면
1. 위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국 동포 노동자가 있는데
2. 가족의 간병을 받고 싶어 한다.
3. 과연 간병인으로 가족 초청이 가능하냐?

가족 초청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 차후에 알려 주겠다고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우선 친절한 것으로 유명한, (출입국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안내센터 1345에 물어보았다.
"H2 취업비자인데요. 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간병인으로 가족 초청이 가능할까요?"
"재외공관에 물어보셔야지요."
너무 간단해서 별로 친절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재외공관이라니요. 중국에 있는 한국 영사관에 물어보란 말인가요?"
"예."
"아니, 여기서 중국으로 전화하란 말인가요?"
내가 짜증을 내자 슬그머니 말꼬리를 내린다.
"아니면, 중국에 있는 가족이 한국영사관에 직접 알아보든지요."
어쩐지 답변에 자신이 없는 것 같아 믿음이 안 간다.

확인 사살을 해야지 싶어,
평소에 알고 지내는 S출입국 A계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A계장은 자기 분야가 아니라며 사증실로 연결해준다.
따르릉 따르릉 신호 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증 담당자가 받는다.
"네, 사증실입니다."
"H2 비자인데요. 가족 초청 가능한가요?'
담당자는 내 말에는 대답을 않고 다짜고짜 자기 궁금한 거부터 물었다.
"이 전화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출입국에 거는 문의전화는 무조건 1345에서 받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자기 번호를 알아가지고 바쁜 현장에 있는 사람한테 전화했냐는 뜻이다.
나는 양해를 구했다.
"A계장님이 연결해주신 겁니다."
궁금증이 풀렸는지, 그제서야 질문에 답했다.
"가족 초청이라고 하셨죠? 그건 재외공관에 알아보셔야 합니다."
1345나 똑같다.
결과적으로 1345의 답변은 정확하고 믿을 만한 것으로 판명 났다.
하지만 답변이 아무리 정확하고 믿을 만해도 수화기를 놓고 나니 공허하다. 영사관 전화번호도 모르고 구비서류가 뭔지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친절한 것도, 자상한 것도 아니잖아!

친절하고 자상한 답변을 바라는 건 역시 무리인가?
무리데쓰?

더군다나 중국에서 오래 살다온 B간사는 기막힌 얘기를 들려주었다.
"중국에 있는 한국 영사관요? 장난이 아닙니다. 직접 찾아가서 대면하기도 힘들고 전화 한 통 연결하기도 힘들어요. 북경은 좀 나은데요. 심양은 동포가 많아서 통화 자체가 어려워요."
"그래?"
"그럼요. 혹시 암 수술 빨리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물론, 시간을 다투지."
"그럼 포기하세요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낫지."

나는 포기했다.
회사 담당자도 포기한 것 같다.
일절 전화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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