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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의 위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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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의 위임장

[한윤수의 '오랑캐꽃']<270>

1. 경자(송채환 분)는 몸을 팔아 먹고 사는 술집 색시다.
2. 화대(花代) 2천원을 받기로 하고 술손님(농협 직원)과 외박을 나간다.
3. 긴 밤을 잔 후 화대를 달라고 한다.
4. 그러나 농협 직원은 돈을 주지 않고, 오히려 이년아, 내가 술에 취해 쓰러졌지, 언제 너랑 잤냐 하며 때린다.
5. 슬피 우는 경자를 보고 *때워(송경철 분)가 화대를 받아주겠다고 나선다.

6. 경자가 *공책을 찢어위임장을 써준다.
7. 때워와 풀빵 장수(주현 분)가 화대를 받으러 간다.
8. 농협 직원이 왜 제 3자가 나서느냐, 당신들은 빠지라고 말한다.
9. 때워는 *위임장을 보여주며 제 3자가 아니라고 한다.
10. 그래도 농협 직원은 잔 기억이 없다, 못 주겠다고 배짱을 부린다.
11. 때워가 당신 안방에 들어가서 드러누워도 좋으냐고 묻는다.
12. 겁먹은 농협 직원이 화대를 준다.

천재작가 김운경 씨가 쓴 TV 드라마 <옥이 이모>의 한 대목이다.
다음과 어떻게 다른지 보기 바란다.

1. 솜퐁은 품을 팔아 먹고 사는 외국인 노동자다.
2. 최저임금을 받기로 하고 공장에서 일한다.
3. 일한 후 임금을 달라고 한다.
4. 그러나 사장님은 돈을 주지 않고 오히려 태국으로 보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5. 공포에 질린 솜퐁이 찾아와 호소하자 목사가 돈을 받아주겠다고 나선다.
6. 솜퐁이 위임장에 서명한다.
7. 목사가 사장님에게 전화를 건다.
8. 사장님이 목사에게 왜 제 3자가 나서느냐, 빠지라고 한다.
9. 목사는 위임받았으므로 제 3자가 아니라고 한다.
10. 그래도 사장님은 걔가 불량을 내서 임금을 못 주겠다는 식으로 배짱을 부린다.
11. 목사가 노동부에 진정해도 좋으냐고 묻는다.
12. 처벌을 두려워한 사장님이 임금을 준다.

뭐가 다른가?

다를 바 없다.

*때워 : 구멍난 솥을 때워서 먹고 사는 땜쟁이. 이 드라마에서 본명은 알 수 없고, 별명이 '때워' 또는 '솥때워'다.

*공책을 찢어 : 드라마의 배경이 1962년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반세기 전에 위임장을 쓰는 게 보편화되어 있었다는 얘기다.

*위임장 : 종이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본인은 위 사람한테 화대 2천원을 받을 것을 위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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