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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만들기

[한윤수의 '오랑캐꽃']<261>

여권을 잃어버리는 외국인이 많다.
헌데 여권이 없으면 골치 아프다.
직장 이동도 안 되고 통장도 못 만들고 소송도 못하니까.

그러므로 분실하면 자국 대사관에 가서 무조건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뒷돈을 요구하는 대사관이 있다.

동남아 000국 노동자 B는 불법체류자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그 속에 여권, 통장, 급여명세서가 들어 있었다.
이후 그는 아무 것도 없이 그야말로 거시기 두 쪽만 차고 허허롭게 지냈다.
허전하지!

근데 뭔가가 없으면 꼭 그걸 쓸 일이 생긴다는 게 문제다.

B는 체불금이 생겨 돈을 받아달라고 발안에 왔다.
하지만 아무 증빙서류가 없으니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증명할 수 없었다.
세상에 기가 막혀서,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돈을 받아줘?"
"그럼 난 어떡해요?"
"대사관 가서 여권 만들어 와요."

보름 후 B는 여권을 만들어 왔다. "얼마 들었어요?"
"45만원."
짐작이 간다.
얼마 전에도 그 대사관에서는 A라는 노동자에게 여권 값으로 4, 50만원을 요구했으니까. A는 그 돈이 없어 여권을 못 만들었고 결국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거액의 뒷돈을 뜯는 이런 대사관들 정말 문제다.
심지어 여권 기간 연장하는 고무도장 하나 찍어주고 10만원을 받는 대사관도 있다.
동족의 피를 빨아먹는 이런 대사관들 어떡해야 하나?
남의 나라 관청이라 어떻게 해볼 수도 없고.

정상적인 대사관에서는 꼭 필요한 수수료 5만 원 정도만 내면 여권을 만들어 준다
얼마 전 태국 대사관에서 3만 5천 원에 만들어준 것을 내가 알고 있다.

부패한 나라 대사관들,
태국 대사관 좀 본받기 바란다.

*불법체류자 : A는 구직중이었는데 여권이 없는 그를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구직기간 3개월을 다 쓰고 결국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오랑캐꽃 241번 커플(2010년 6월 8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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