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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철도공사 사장 "철도부채, 지금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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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철 철도공사 사장 "철도부채, 지금 해결해야"

'정부의 철도부채 인수'에 대한 비난에 '반격'

한국철도공사가 정부에 4조5000억 원의 부채를 인수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비난을 퍼붓자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급하게 불끄기에 나섰다.

이철 사장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철도공사의 부채는 방만한 경영 때문에 발생한 부채가 아니라 과거에 정부가 경부고속철도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구조적 부채"라며 "철도 운영의 심각한 상황을 더 늦기 전에 개선하자는 철도공사의 건의와 정부의 노력이 국민들에게 부도덕하고 후안무치한 것으로 전달되고, 그 결과 경영 정상화의 노력이 무산될까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날 철도공사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업무현황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철도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고속철도 운영부채 4조5000억 원을 정부가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인력감축 등을 통해 철도공사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이런 점을 숨기는 것은 부도덕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철도공사의 빚잔치에 막대한 혈세가 쓰이는 것 아니냐', '파업하겠다며 국민에 손을 벌리다니 후안무치다', '자구노력도 없이 정부에 빚 탕감을 요구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다'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왜 공사 빚을 정부더러 책임지라 하나" Vs. "본질적으로 정부의 빚"**

한국철도공사를 향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부채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불필요한 인력을 유지하는 등 철도공사가 방만한 경영을 해서 생긴 부채를 정부더러 인수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철 사장은 "철도공사의 부채는 본질적으로 정부의 부채가 전가된 것이며, 그 배경에는 고속철도 건설사업비를 최소 규모로 산정하고 이용수요는 최대한으로 예측한 실행계획의 근본적 오류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철도공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경부고속철도의 건설비를 5조8000억 원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건설비는 공사가 진전되면서 18조4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또 고속철도의 여객수요가 개통 첫 해인 2004년에 하루 최대 2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으나 실제 여객 수는 6만 명 수준에 그쳤다. 연간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던 수송수입도 2004년에 5000억 원에 머물렀다.

이 사장은 "(정부 관료들은) 자신들이 만든 정책이 잘못됐다고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셈이기 때문에 터놓고 말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내 임기 중에 이를 공식화시키지 않고 조용히 덮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이고 실제로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지만, 양심상 도저히 덮어둘 수 없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철도공사의 부채를 이대로 놔둘 경우 매년 1조 원의 부채가 발생해 10년 뒤인 2015년에는 2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불과 10년, 20년 후에 이 문제가 수십조 원의 부담이 되어 우리 국민에게 돌아올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묵과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력감축부터 하라" Vs. "국민의 안전이 우선"**

부채가 공사의 경영 잘못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철도공사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자체적인 부채 해소 노력의 일환으로 일단 인력감축, 비용감소 등 구조조정을 하는 게 순서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해고자 복직, 구조조정 철회,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다음달에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철도 노조를 방패 삼아 부채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이철 사장은 "공사 출범 이후 다른 어떤 공사보다도 강도 높은 혁신을 해왔다"며 "부채에 대한 자구적 해결노력 없이 탕감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철도공사 측이 밝힌 자구적인 노력으로는 기업형 경영체제로의 전환과 전면적 구조조정, 수입증대 활동의 강화, 전사적 비용절감 등이 있다.

특히 인력감축에 관한 지적에 대해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은 "2015년까지 철도망이 현재의 3300킬로미터에서 6000킬로미터로 약 2배 늘어난다"며 "따라서 인력도 상당 부분 늘어야 하는데 (공사는) 지금 현재 수준의 인력을 유지하거나 자연감축 등을 활용해 인력을 감축할 것이며, 이는 사실상 1만1000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최 부사장은 "유지보수 인력을 시설공단에 넘겨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철도의 안전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며 "철도사고의 원인을 유형별로 분류해본 결과 대부분의 대형사고가 철도 운전자와 시설 유지보수자 간의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 둘이 아예 분리돼 운영되면 안전성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철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부터 들고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의 철도기업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철도 종사자 1인당 철도공사의 생산성은 낮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인풋(input)을 줄이려 하기보다 아웃풋(output)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남고속철 경제성 없다" Vs. "사회적 편익도 계산에 넣어야"**

일각에서는 수요가 따르지 않는데도 정치적 목적으로 호남고속철도 건설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을 벌이면 되겠느냐는 비판도 있다. 올해 5월 지방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으로 호남고속철도 사업을 벌이면 경부고속철도의 부채와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철 사장은 "철도에 대한 투자를 국가적 투자로 보느냐, 영업적 수지타산을 따지는 사업으로 보느냐의 시각차가 있다"고 운을 뗀 뒤 "호남고속철도를 건설하면 경영압박은 더 심해지겠지만 물류, 환경 등의 부문에서 철도사업이 생산해내는 연간 수십 조가 넘는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서라도 호남고속철도는 조기에 건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남고속철도뿐 아니라 다른 고속철도도 더 많이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02년 발표한 '철도수송의 특성'에 따르면 환경친화성, 에너지 및 수송 효율성, 안전성, 교통사고 비용. 혼잡비용의 측면에서 철도의 사회적 비용이 도로의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철도의 사회적 편익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철도공사의 재무구조상으로는 적자가 나도 국민경제 상으로는 충분히 이득이 된다는 것이 공사 측의 주장이다.

***결국은 철도의 '공공성'에 관한 문제**

이철 사장은 일문일답 시간에 "유지보수 인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 민영화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민영화가 옳으냐 공사가 옳으냐의 문제는 오래된 논쟁으로, (한국철도공사가 공사로 남아 있는 것은) 노조 때문이 아니다"라며 "철도는 공공성과 기업성을 통시에 가지고 있는데 이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공사다. 민영화가 절대 왕도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강길현 한국철도공사 기획조정본부장은 "외국의 경우 사회간접자본 형성에 들어가는 돈은 거의 정부가 부담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공항과 항만의 경우는 건설비용의 65%를 정부가 부담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의 철도사업의 경우는 유독 수익성이 강조되다 보니 정부가 35%의 건설비용밖에 부담하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철도공사는 고속철도 사업으로 낸 수익으로 일반철도 운영에서 생기는 빚도 충당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라도 일반철도를 없앨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철도공사의 부채 부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철도'를 공공재로 볼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는 철도공사의 민영화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국내 상황에 비추어 '철도를 수익성과 공공성이 조화된 것'으로 보는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앞으로도 반대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건설교통부 관료들과 기존 철도청 직원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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