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판사님들께 이글을 드립니다.
대한민국 법정의 엄숙한 결정으로 요즘 기륭전자분회 비정규 조합원들은 엄청 비싼 출근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 월급 64만1850원을 받던 노동자들이 일당 100만 원, 하루에 5백만 원짜리 출근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법정은 기륭전자 분회 조합원들이 합법 집회는 하고 있지만 이 집회는 비록 합법 집회라도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하여 회사 정문 반경 10미터 앞에서 출입을 방해하는 설치물을 하고 60㏈(데시벨) 이상의 소음으로 집회를 하면 한 사람당 1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가처분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비록 합법 집회지만 대법 판결이 났고 집회로 회사는 영업에 장애가 될 우려와 주변의 아파트는 소음에 시달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륭분회는 출근투쟁을 할 수 있는 조합원의 최대치가 5명이라 출근투쟁 한번 하면 500만 원을 내놓아야 합니다. 기륭전자 분회는 이런 판결에 정말 억울하지만 그래도 법을 지킨다고 판결의 내용에 맞춰 출근 투쟁 등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기륭전자 앞 배경 소음이 60㏈을 넘는다는 것입니다. 마이크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 생목소리 말을 해도 60㏈이 훌쩍 넘는다는 것입니다. 10미터 밖에서 집회를 목소리로만 해도 60㏈이 넘으니 결국 법원은 어떤 집회도 하지 말라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하루 출근 투쟁 500만 원, 집회를 하면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보고 조합원들은 기가 막힐 뿐입니다. 이제 법원 판사들이 말 한마디 하지 말고 '벙어리'로 살다 죽거나 확 분신자살이라도 하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더 가슴이 찢어지는 것은 500만 원이라는 숫자입니다. 500만 원! 이 숫자는 250명을 수년 동안 불법 파견했음을 확인하고 검찰이 기륭전자 회사에 먹인 벌금의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250명의 불법 파견 노동자에 대한 죄의 대가는 수년 동안 불법을 자행해도 벌금 500만 원, 한 사람당 2만 원입니다. 이러니 누가 불법을 하지 않겠습니까? 2년 동안 불법 파견을 하면 월급은 최저임금이고 상여금도 없고 맘대로 자르고 아마 1년에 1인당 임금착취만으로 500만 원도 넘는 이득을 보았을 텐데 걸려 봤자 벌금 2만 원, 얼마나 이익을 보는 경제적 행위이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합법 집회를 해도 5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누구는 1년, 2년 동안 불법 행위를 해도 1인당 2만원인데 비정규직 노동자는 합법 집회를 해도 매일 한 사람당 100만 원씩 내야 합니다. 1년을 하면 한 사람이 3억6500만 원을 내야 합니다. 불법을 한 자본가는 2년 동안 불법으로 파견노동자들을 데려다 임금착취, 노동착취를 해도 2만 원인데, 비정규직 노동자는 합법 집회를 한다는 까닭만으로도 한 사람당 2년이면 7억3000만 원, 5인의 조합원은 36억5000만 원을 내야 합니다.
▲ 지난 2008년 당시 단식 중이던 김소연 분회장(왼쪽). ⓒ프레시안 자료사진 |
대한민국 판사 여러분! 불법과 합법이 뚜렷한데 불법의 대가는 티끌이고 합법의 대가는 태산인 것이 과연 사회적 통념에 맞는 판결입니까? 색검, 떡검, 그리고 그들을 비호하는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에게는 솜방망이고 860만 비정규노동자들에게는 쇠망치인 판결이 어떤 합리성과 객관성을 가졌다고 생각해야 합니까?
다시 강조하지만 기륭전자 사옥의 배경 소음이 60㏈이 넘습니다. 보통 주거지가 아니면 80㏈을 넘지 않으면 됩니다. 동작경찰서가 기륭분회 집회가 싫어 매일매일 소음을 측정하여 바로바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참 친절한 경찰들입니다. 그런데 60㏈이라니요.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미 60㏈이 넘는 지역에서 60㏈이 넘으면 벌금을 한 사람당 100만 원, 일 년이면 3억6500만 원을 내라는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한 판결입니까?
정말 현실이 어떻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하시는 판결입니까? 대한민국의 판사님들은 실사구시를 무엇으로 하고 있습니까? 판사님들의 현실 인식이 현행 버스요금을 70원 정도라고 생각했던 어느 당 전 대표와 같은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을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판사 여러분! 노동자들의 투쟁은 피눈물이 담겨 있습니다. 투쟁하고 싶어 투쟁하는 노동자는 드뭅니다. 뒤통수 터지고, 옆구리 찔리고, 얼굴에 멍 시퍼렇게 들어야, 더는 갈 곳 없는 벼랑이라고 생각이 들 때 비로소 그 어려운 투쟁에 나서는 것이 노동자들입니다. 이런 노동자의 입장에 서서 보지 않고 형식적 중립으로 서류만 보고서는 부자들이 동원하는 서류의 물량에 먹혀버릴 뿐입니다. 이런 판결이 겹치니 비정규직 문제는 법으로도 해결될 리 없고 1000일이 넘는 장기 투쟁으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법으로는 사각지대라 1500여 일째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회사 앞으로 출근을 하며 사회적 양심에 호소하는 투쟁을 하는 기륭전자 비정규직들, 아니 860만 비정규직들의 입마저 틀어막아 버린 판사 여러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끽소리 말고 노예로 살거나 아예 속 터져 죽어 버리라는 것이 정말 판사들의 생각인지 묻게 됩니다. '살아 있는 판사님'들이 아직 한국 사회에 있다면 진지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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