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첫날인 20일은 정부의 천안함 발표로 '안보' 문제를 두고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이 날을 세웠다. 양 측은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공방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총출동해 오세훈 후보와 함께 '북풍'을 전면에 내세웠고, 민주당 힌명숙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과 '정권 심판론'으로 각을 세웠다. 일단 '지상전'을 뒤로 미룬 채 '고공전'을 한바탕 치른 셈이다.
한나라 "강호순이 나쁘냐, 강호순을 못 잡은 경찰이 나쁘냐"
이날 저녁 7시 25분, 오세훈 후보의 신촌 유세에서 이 지역인 서대문 갑 출신인 이성헌 의원은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 내용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책임질 사람을 문책해야 한다고 했는데, 강호순이 사람을 몇명이나 죽였느냐"며 "범인이 문제겠느냐, 아니면 이를 막지 못한 경찰이 문제겠느냐. 북한에 책임을 묻기는 커녕 정권에 책임을 돌리는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DJ 정권, 노무현 정권이 10년 간 북한에 갖다 바친 돈이 10조원이다. 그 돈으로 김정일 정권이 핵무기를 만들고 잠수함을 만들어 천안함 장병들에게 어뢰를 쏜 것"이라고 전 정권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런 과거 10년 정부가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정몽준 대표는 "북한의 최고 책임자도 우리가 여기에 다 같이 모여 있는 것을 관심있게 볼 것"이라며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 우리 다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보수층의 결집을 호소했다. 그는 "이번에 북한에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가 유세인만큼 오 후보는 대학생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서울시가 대학생들이 취업하는데 필요한 스펙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학생 주거 문제, 등록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오 후보는 "이번 선거는 과거 회귀 세력대 미래 희망 발전 새력의 대결"이라며 "심판할 것은 과거 정부의 부패 무능 파탄 세력이고, 이들의 부활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성헌 의원은 "4년 전 박근혜 전 대표가 오세훈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서다 칼을 맞은 곳이 오늘, 바로 이 자리"라며 "저는 박 전 대표가 흘리는 피를 손으로 막으며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을 꺼냈다.
당시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이 의원은 "어떤 한나라당의 집권을 방해하려는 세력들이 박 전 대표에게 칼질을 하도록 선동했을 것이고, 그 것을 획책한 무리들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리는 날이 6월 2일이다"라며 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盧의 남자' 문성근 "MB, 역사에 똥바가지를 끼얹고 있다"
한나라당의 유세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유세전을 폈던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한 후보는 "국민을 무시하고, 시민을 무시하고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이명박 정부는 표현의 자유,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휘퇴시켰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정권 심판론을 제기했다.
범야권 후보의 천안함 사태 공동 성명에 참여했던 한 후보는 한나라당의 '북풍' 공세에도 적극 대응했다. 그는 "이 정권의 문제점에 안보 불안까지 겹쳤다"며 "천안함 사태가 발생한지 55일이 지났는데, 그동안 뭘 하다가 선거 운동을 시작하는 날 발표를 했겠느냐"며 "우리 국민은 똑똑하다. 북풍 바람에 안넘어가고, 대신 역풍의 바람을 휘몰아쳐달라"고 호소했다.
한 후보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내세우며 "이혼 증명서, 신용불량 증명서, 가난하다는 증명서를 떼 와야 한 끼 급식을 먹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라며 "이를 그대로 둬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한 후보는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 서울로 큰 건물만 짓느라 서울시민들에게 빚을 안겼다"라며 "한명숙은 사람에 돈을 쓰겠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영화배우 문성근 씨가 단상에 올라 주목을 끌었다. 문 씨는 거침없는 말로 이명박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문 씨는 "2002년 대선 때, 2003년 노무현 탄핵 때 이후로 나서지 않았지만 MB정권 2년차를 도저히 눈 뜨고 볼수 없어 여러분 앞에 나섰다"라며 "이 정부가 노무현을 때린 것, 역사가 더렵혀지고 있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고 운을 뗐다.
문 씨는 "민주 정부 10년,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뽑아올린 분들은 민주화운동으로 끔찍하게 고생을 했지만 과거 정부에 정치 보복을 한 적이 없다"라며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가슴에 뭐가 맻혔길래, 자기들이 뭘 당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노무현, 한명숙 (검찰 수사) 이것이 인간이 인간에게 할 짓이냐. 왜 우리 역사에 똥바가지를 쏟아붓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씨는 "촛불 시위 때 이명박 대통령은 두 번을 사죄했다. 그리고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 노래를 들으며 반성했다고 했다"며 "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청와대 뒷산에 가 봤는데 노 전 대통령이 '촛불이 수십만 개 켜 있는데 아름다웠다. 그런데 들리지는 않고, '우' 하는 소리만 들리더라'고 하더라. 그런데 이 대통령의 귀에 아침이슬이 들리겠느냐"며 "반성을 거짓말로 한 것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한 후보 유세장에는 국민참여당 천호선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상규 전 서울시장 후보 등이 참석해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손가락으로 'V'(승리, 기호2번)를 그리며 율동을 함께 하는 등,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는 빠졌지만 한 후보가 범야권 단일후보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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