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3일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검증 토론회를 자체적으로 열었다. 전날 열린 조 후보자의 '무제한 기자간담회'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그러나 언론과 여론의 주목도가 현저히 떨어진 데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당 의원들의 의혹 공세여서 맥빠진 '뒷북' 검증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이날 한국당은 조 후보자가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국회 본관 제4회의장에서 '조국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대국민 고발 언론 간담회'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그간 청문위원으로서 인사검증을 준비해 왔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도읍·김진태·이은재·장재원·주광덕·정점식 의원과 타 상임위 소속 곽상도(교육위), 김종석(정무위), 최교일(기재위) 의원 등이 총출동한 자리였다.
의원들의 발표 내용은 대개 전날 조 후보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전날 조 후보자와 기자들 간의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이 제기한 의문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조 후보자가 이미 답변한 내용을 되묻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검사 출신인 의원들답게 언론 보도나 조 후보자의 해명으로 밝혀진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다른 각도에서 제기하는 발표도 많았다.
토론회에서 새로운 사실을 제기한 이는 주광덕 의원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조 후보자 딸의 고교시절 영어 성적을 공개한 것이어서 논란 소지가 있다. 주 의원은 "생활기록부에 나타난 조 후보자 딸의 외교 1~3학년 성적을 제보받았다"며 "영어 작문, 독해 평가는 상당히 하위 등급으로 대부분 (9등급 가운데) 6~8등급 이하이고, 유일하게 영어회화는 (6학기 중) 4등급이 2번 있었고 6등급이 2번 있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저도 안타깝고, 아이 셋의 아버지로서 이런 내용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인간적 고뇌가 많았다"면서도 "조 후보자가 어제 국민들께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가 정당하고 고려대 입학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여러 차례 강변하면서 '영어를 잘 했기 때문에 모든 게 정당하다'고 말했다"고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조 후보자의 주장과 달리 생활기록부에 나타난 조 후보자 딸의 영어 실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곽상도 의원은 조 후보자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그만두고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당시 낸 휴학계와 관련해 "휴학을 신청하려고 하면 진단서 등 필요 서류를 첨부해야 하는데, 당시 제출한 진단서를 요청하니 어느 병원에서 했는지, 병명·진단일자·의사 등 아무 것도 나와 있지 않은 진단서를 보냈다"면서 "진단서가 허위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장제원 의원은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 전날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하면서 개별 주식에 투자했던 돈을 펀드로 옮긴 것'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2017년 5월에 민정수석에 임명됐는데, 같은해 3월에 조 후보자 부인은 이미 동생(조 후보자 처남)에게 3억 원을 (빌려)주고 해당 펀드에 3억 원이 투자됐다"며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밖에는 주로 그간 나온 의혹이 '재탕' 수준으로 제기됐다. 조 후보자 딸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대학원 장학금 특혜 및 대가성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면 뇌물에 해당된다'는 주장을 했고 △논문 저자 등재 관련 연구윤리 위반 의혹과 관련해 박인숙 의원이 "의원직을 걸겠다"고까지 하면서 논문 철회를 주장했으며 △조 후보자가 전날 '당시에는 연구윤리 기준이 모호하고 엄격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데 대해 당시는 황우석 사태 이후여서 이미 연구윤리가 엄격하게 적용되던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사모펀드 및 웅동학원에 대해서는 △사모펀드에 투자 약정액을 과다하게 한 이유는 펀드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나왔고 △약정액과 실투자액이 달랐던 점을 보면 펀드매니저와 조 후보자 측 사이에 이중계약이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가 '사모펀드를 잘 몰랐다가 이번에 알게 됐다'고 한 데 대해 "2012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논쟁에 앞장선 사람"이라고 지적도 나왔다. 그밖에 △펀드 투자사의 관급공사 수주에 민정수석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추측 △웅동학원 이사로서 동생의 채권 소송에 무대응한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는 해석 △이혼한 동생 부부의 이혼이 '위장 이혼'이라는 주장 등도 되풀이됐다.
한국당, '조국TF'까지 만들더니…무력한 '청문회 개최' 요구만 반복
이날 토론회 도중,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을 오는 6일까지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결국 청와대는 그대로 임명을 강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임명 강행시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청와대는 애당초 청문회를 보이콧하고 싶었던 심정이었던 것 같다"며 "(법사위에서) 긴급안건조정을 요청할 때부터 저의를 알 수 있었고, 저희가 그토록 '5일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3일 후인 6일로 (재지정)한 것은 청문회를 하고 싶지 않다,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내심을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전날 조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전격적으로 강행하고. 청와대·여당이 임명 강행을 시사하며 관련 수순을 밟기 시작한 이후에도 한국당의 대응은 '긴박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조 후보자의 기자회견 직전인 오후 3시20분에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여기에서 나온 내용은 같은날 오전 '가족 증인채택을 모두 양보할 테니 청문회 일정을 9월 7일 이후로 연기하자'고 제안한 것을 되풀이한 것뿐이었다.
'곧 조 후보자 기자회견이 시작되는데 별도의 대응은 없느냐'는 질문에 나 원내대표는 "합의만 하면 12일까지 인사청문회가 가능하다"며 "우리는 법대로의 인사청문회를 요구하겠다. 청문회가 순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꾸준히 줄기차게 청문회를 법대로 해줄 것을 요구하겠다"고 답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과 조 후보자의 기습적 기자회견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고,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이 한 차례 더 나오자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일에 대해 특별히 다른 대응을 할 생각은 없다. 오늘 저희 입장을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그는 나아가 "그렇게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민이 납듯할까? 청와대나 민주당도 여론을 살필 것"이라며 "분노한 민심의 벽을 넘어서는 무도한 행위를 한다면 국민이 기억하고 다음에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좌농성 등 물리적 대응을 검토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기자간담회에 대해 그런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방송사에 요청한다. 오늘(2일) 조 후보자의 간담회를 생중계하는 것만큼 반론할 수 있는 기회를 한국당에 달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가 요청한 '반론 기회'는 바로 3일 열린 한국당 자체 검증 토론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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