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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미-영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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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미-영 정상

전쟁 장기화 시인, '제2의 스탈린그라드 전술' 우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군과 동맹군이 이라크에서 나날이 착실하게 전진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주의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별장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26~27일 이틀간 정상회담을 마친 뒤 27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는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를 무장해제할 것이며 이라크 국민은 해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쟁이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직답을 회피하면서도 "우리 목적을 성취하는 데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해 초기의 속전속결 전략을 포기하고 장기전으로 전략을 수정했음을 내비쳤다.

영국 로이터통신과 BBC방송에 따르면, 부시와 블레어는 26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이라크 전황을 점검하던 중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바그다드에서 '스탈린그라드(제2차 세계대전중에 장기적 도시 게릴라전으로 독일군을 격퇴시킨 구 소련 도시) 전술'을 펼쳐 최후의 저항을 할지도 모른다"고 전쟁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한편 부시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블레어 총리는 "현재 동결상태에 있는 이라크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재개할 것을 유엔에 요구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라크 국민 2천2백만명중 60%가 유엔의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으로 연명하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으로 이라크는 국민을 위한 식량과 의약품, 인도주의적 구호상품을 구입하는 데 쓰이는 돈을 석유를 팔아 마련하고 있다.

블레어는 또 "전후에 유엔이 이라크 부흥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상세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부시와의 회담에서 타협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음을 내비쳤다.

블레어는 회담 시작전에 이라크 전후복구에 유엔의 적극적 관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이렇게 해야만 현재 극단적 대립을 보이고 있는 유럽국가들과 미국-영국간 화해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미-영 주도'의 복구를 주장하며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회담직전인 26일 미 하원 예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전후 이라크복구계획에는 "보다 커다란 책임을 맡았던 미-영 양국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전후복구 지휘권을 유엔에게 넘길 생각이 없음을 명백히 했었다.

요컨대 이번 미-영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이라크군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 당초의 속전속결 전략을 포기하고 장기전으로 전환함을 확인하는 동시에, 미-영군에 격렬히 저항하고 있는 이라크 국민을 분열시키기 위한 인도적 지원 재개에 합의하는 선에서 그친 셈이다. 개전 직전인 지난 16일 미-영-스페인 3국 정상회담때의 자신감 넘치던 '기세'를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회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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