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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정희 "'철도공사가 파업 유도' 소문이 사실로"

'전국 노경담당팀장회의 자료' 등 철도공사 내부문건 2건 공개

한국철도공사가 철도노조의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사실상 노조원들의 탈퇴를 목적으로 공사 측이 파업을 기획, 관리했다는 정황이 철도공사 내부 문건을 통해 포착된 것이다.

당장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명박 정권의 노동운동 탄압이 도를 넘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 대응키로 했다"며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하는 등, 야권이 공조에 나섰다.

10월 마련한 철도공사 시나리오 '적중'…노조원 이탈 계획도 세워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철도공사노조의 파업 전인 지난 10월 철도공사가 작성한 '전국 노경담당팀장회의 자료'와 파업이 끝난 후인 지난 7일 작성한 '조직 안정화를 위한 전국 소속장 회의' 자료를 공개하고 "철도공사가 노조의 파업을 유도한 후 과장급 조합원 등을 노조에서 탈퇴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공개한 자료 ⓒ이정희 의원실
인사노무실이 작성하고 '대·내의 유출금지'로 분류된 이 자료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산발적인 투쟁이 연말까지 이어지는 경우 △파업 행위를 전개하는 경우 △노조의 소극적 양보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이 자료는 "공사는 첫째 시나리오대로 전개되지 않도록 단협해지로 (노조를) 압박할 필요가 있다"며 "노조가 공사안을 수용하지 않거나 조정 종료 후 쟁의행위를 계획할 경우 쟁의 돌입시 단협해지를 통보한다"고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10월에 작성된 이 문건대로 철도공사는 지난 달 24일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했고 노조는 같은 달 26일부터 지난 3일까지 파업을 진행했다. 철도공사가 마련했던 두 번째 시나리오와 같은 전개다.

이 자료는 또 철도공사가 '쟁의행위 찬반투표 대응' 전략을 통해 "전사적 대직원 설득활동으로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철도공사가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깊숙이 개입해 왔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공개한 '조직 안정화를 위한 전국 소속장 회의'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7일 이같은 회의를 열고 노조가입자 186명을 관리하기 위한 4단계 지침을 제시하는 등, 사실상 노조원을 탈퇴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냤다.

이 자료는 노조가입 담당 과장 워크샵 개최, 조합비 일괄 공제 중단, 소속장 및 팀장의 탈퇴 권유, 본사에서 공문 발송, 지속적인 불응 시 보직 변경 등을 통해 노조원들을 압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이같은 정황과 관련해 "철도공사가 부당개입을 통해 노조 자체를 말살하려는 의도며 이는 노동법 위반으로 명백한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과 닮은 꼴…검찰은 허준영을 구속해야"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역대 정권 중 이렇게 노동문제를 정부가 개입해 파업을 유도하고 파업을 한 노조를 실정법으로 처벌해 탄압한 예는 5공, 6공 시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노동자를 적으로 만든 정권이 성공한 예가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권이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공작적 계획을 가지고 탄압, 파업유도 등 일관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치하고 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최근 전교조에 대한 탄압공작 그리고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공작도 역시 이런 일련의 시나리오에 의해서 일관되게 진행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김기태 위원장의 구속을 거론하며 "검찰이 구속시켜야 할 사람은 김기태 위원장이 아닌 파업유도 당사자인 허준영 사장"이라며 "노조의 합법파업을 불법으로 몰아, 김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을 중범죄인 취급하면서 고소, 고발, 파면의 수순을 밟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이번 자료를 통해 드러난 철도공사의 불순한 파업유도 획책에 대해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지난 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당시에도 파업유도 압력을 행사한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이 구속된 적이 있다"며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에도 허준영 사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구속하여 파업유도 및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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