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주권시대에 맞는 각종 행사의 '의전 간소화'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 개막식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가을 꽃축제인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개막식이 열린 23일 오후 7시 전북자치도 익산시 중앙체육공원.
올해로 23회째 축제가 개최된데다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등 보석의 화려한 색채를 품은 테마정원으로 꾸며져 야간 행사장은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 인파로 북적였다.
개막식은 정확히 오후 7시에 시작됐다. 내빈 도착이 늦어 행사가 지연되는 다른 종전 행사의 구태는 반복되지 않았다.
내빈 소개도 한 사람씩 호명하면 인사를 하고 시민들은 박수를 치는 과거의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니라 전광판을 통한 일괄적 자막 소개와 동반 인사로 전환해 행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최정호 익산시장과 김충영 시의회 의장의 축사는 각각 3분 20초와 3분10초씩 걸렸다. 다른 때에 비해선 축사의 장황함을 덜어내고 시민들을 위한 축제임을 선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정헌율·이한수 전 시장과 최정호 현 시장 등 3인의 전·현직 소개도 일괄적으로 진행해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국화꽃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퍼포먼스까지 걸린 행사 시간은 정확히 21분이었다.
내빈소개와 인사말, 축사 등 사전행사로 40~50분 걸리는 바람에 축제의 주인공인 시민들의 짜증을 유발했던 종전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풍경이었다.
다만 행사장 앞좌석의 고정석을 지방의원 등 내빈들이 독차지하는 등 시민주권시대에도 권위주의는 여전함을 나타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권위와 구태를 뺀 실질적인 의전 간소화까지 갈 길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전국적으로는 지자체마다 국민주권시대에 발맞춰 '의전 간소화 지침'을 마련하고 기존의 권위주의적 의전에서 벗어나 시민 중심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미 좌석배치도의 앞쪽 지정석을 없애거나 줄이는가 하면 내빈소개와 인사말도 일괄적 자막소개와 1분 안팎의 간단 인사로 전환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의 경우 지난 8월부터 내빈 전용 좌석과 불필요한 의전 절차를 축소했으며 시장 등 주요 내빈도 시민들 사이에 착석토록 유도하고 있다.
전직 공무원 S씨는 "'의전간소화'의 안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권과 각급 기관·단체장의 공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막식의 주인공이 시민이 아니라 내빈이 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기득권을 손에 쥔 정치권 등이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권위를 버리며 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빈 동선과 좌석 확보를 우선할 경우 일반 관람객의 이동이나 관람에 불편이 생길 수 있다.
지역 축제에서 기관장과 정치인을 직위순으로 소개하고 의전서열에 따라 대우하는 관행이 반복될 경우 시민 중심의 행사라기보다 행정의 권위를 보여주는 행사처럼 비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23일 개최된 '23회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개막식은 '행사 의전 간소화' 안착의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주시 덕진동에 산다는 김인철씨는 "내빈이 아닌 시민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하려는 모습이 역력해 기분이 좋았다"며 "다만 행사장 앞 좌석을 정치인들이 차지한 모습을 보고 아직도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천만송이 국화축제의 주인공은 시민과 지역 농업인, 소상공인, 지역 내·외 관람객이라 할 수 있다"며 "각급 기관장 등 내빈들은 각종 행사를 축하하는 초대받은 손님이라는 시민주권시대의 새 원칙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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