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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사고’, 총체적 부실로 인한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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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광명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사고’, 총체적 부실로 인한 인재

광명시, 사고 발생 14개월간 진행한 자체 조사 마무리

중앙정부에 설계 기준·행정제도 등 재발 방지 위한 제도 개선 요청 예정

▲16일 박승원 광명시장이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사고’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향후 시의 대응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지난해 발생한 ‘광명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사고’는 설계부터 사업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친 복합적인 부실로 인한 전형적인 ‘인재’였다는 사실이 또 다시 확인됐다.

16일 경기 광명시는 해당 사고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4월 11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 및 상부 도로의 붕괴사고가 발생한 이후 한 달만인 같은 해 5월 12일 ‘광명시 지하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를 구성,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지반·토질·구조 등 현장 실무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 10명과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 1명 및 시청 시설직 국장 1명 등 12명으로 구성된 사조위는 14개월 동안 현장 점검과 관계자 청문을 비롯해 △드론·라이다(LiDAR·전자파를 이용해 거리·속도 등을 탐지하는 기술) 측량 △사고 현장 3차원 모델 제작 △터널 구조 안정성 해석 △지반 안정성 검토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 46조’를 근거로 구성된 사조위는 민·관·학 합동조사를 통한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며 객관성을 확보하고, 분야별 심층 분석 및 시뮬레이션 등 전문성을 살리는 동시에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관계자들과 피해 주민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는 등 투명한 조사를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25년 4월 발생한 '광명 신안산선 붕괴사고' 현장. ⓒ광명시

□ 설계 오류가 결정적 원인

사조위는 △부실한 지반 조사로 지반 물성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이완하중을 과소 산정한 점(풍화토~풍화암→풍화암~연암) △2아치(2arch·중앙터널 굴착 후 중앙벽체를 시공한 뒤 좌·우 확폭터널을 굴착하는 방식) 터널의 핵심 부재인 중앙기둥 설계 시 구조 검토는 연속 벽체로 수행하고, 설계는 기둥식(단면 0.4×1.2m, 간격 3m)으로 적용하면서 중앙기둥에 작용하는 설계 하중을 과소 산정한 점 △설계 시 정한 막장 간 굴착 간격(20m 이내)을 초과해 편토압이 증가한 점(최대 43m 이격) △갱문부 보강 없이 갱구부 가시설을 절단해 구조적 불안정성이 커진 점 등 설계상 오류 및 부실 시공 사실을 확인했다.

자체 조사에서는 또 이 같은 설계 오류를 확인하지 못한 점을 비롯해 △터널 막장면 관찰조사 확인 미흡 △설계와 현장 지반 조건 차이에 대한 조치 미흡 △중앙기둥 보호용 부직포로 인해 공사 중 중앙기둥 손상을 확인하지 못한 점 등 건설사업관리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는 사고 발생 1년만인 올 4월 이뤄진 국토교통부의 발표와 일치한다.

국토부와 사조위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가장 핵심이 된 사고의 원인은 설계상 문제다.

‘2아치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된 해당 지하터널의 중앙기둥은 터널을 지탱하는 가중 중요한 핵심 구조물임에도 불구, 설계 과정에서 3m 간격으로 설치돼야 할 기둥을 연속 구조물과 동일하게 계산해 하중을 실제보다 2.5배 낮게 적용하고, 4.72m인 기둥 길이를 0.335m로 잘못 입력하는 등 설계 단계에서부터 발생한 오류가 결정적인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설계의 오류는 설계 감리 단계는 물론, 시공사 및 시공 감리사의 착공 전 검토와 2024년 9월 이뤄진 설계 변경 과정에서조차 제대로 걸러지지 않으면서 사전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던 기회를 잃었다.

이와 함께 사고구간에 지반 강도를 약화시키는 단층대가 있었음에도 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점과 터널굴착 중 지반분야 기술인이 1m 구간마다 막장을 관찰해야 함에도 일부 구간에서는 막장 관찰을 사진으로 대체하거나 자격미달의 기술인이 담당했던 사실도 사고 발생의 큰 원인으로 꼽혔다.

▲광명시는 16일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사고’에 대해 지난 14개월간 진행한 자체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프레시안(전승표)

□ 재발 방지 위한 법령·제도 개선 필요

시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설계 기준과 공사 중 안전관리 및 행정제도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안을 이달 말 국토부에 제출,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시가 마련한 개선안에는 △도심지 근접 구간 시추조사 간격을 현행 100m에서 50m 이내로 축소 △2아치 터널 중앙기둥·필라부에 대한 3차원 구조해석 의무화 △막장면 관찰자 자격을 지반·지질 분야 중급기술자 이상으로 상향 △시공감리의 막장면 관찰 결과 검토와 확인 의무화 등 공사 중 안전관리를 강화 등이 담겼다.

△지반 특성과 구조 형식에 따른 계측관리 기준 세분화 △초기 선행변위를 고려한 계측관리 △2아치 터널 중앙기둥부 응력계 설치와 핵심 부재 실시간 계측관리 △지하수 유출량 실시간 모니터링 의무화 △주요 설계변경 시 지하안전평가 재검토 △인접 공사 영향 반영 등 지하안전관리 강화 △발주청 지정 제3자 전문기관의 구조안정성 검토 의무화 △착공 후 지하안전조사 업체 변경 내용 통보 및 지하안전평가 데이터 반영 의무화 등도 포함했다.

무엇보다 현재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상 신안산선 등과 같은 공사 진행 과정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안전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 점 역시 사고 발생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한 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긴급안전조치명령 요청 권한 부여 △지하안전평가 등의 통보·명령·승인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장에 대한 정보 공유와 의견 수렴 의무화 △지자체가 참여하는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 구성 의무화 등 ‘지하안전법’의 개정도 건의할 계획이다.

박승원 시장은 "광명지역은 지하철 외에도 공공주택 사업 등 지하 개발이 수반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예정된 상황으로,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관계 법령 및 규정 개정이 필수"라며 "이는 지방정부도 직접 승인기관에 ‘긴급안전조치 명령’을 요청하고, 국가 주도 사업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유를 통해 사고 발생 시 지방정부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시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시는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안전관리 협력체계의 구축은 물론, 재발 방지 및 사고 발생 시 지방정부의 능동적인 역할 수행을 위한 법령·제도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명시는 16일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사고’에 대해 지난 14개월간 진행한 자체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프레시안(전승표)

한편, 당초 올해 12월 31일 준공을 목표로 2020년 4월 10일부터 시작된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공사가 진행된 ‘신안산선 제5-2공구’는 사고 발생 전날인 지난해 4월 10일 오후 9시 30분께 터널 내부에서 붕괴 조짐이 발견된 이후 협력사 작업자의 대피 및 시공사 현장소장의 국가철도공단(사업관리기관)에 초동 보고에 이어 오후 11시께 관계기관 합동 현장조사 및 시에 해당 내용이 통보됐다.

이후 11일 0시 30분 광명 양지사거리부터 안양 호현삼거리까지 공사현장 일대 도로를 전면 통제한 뒤 오전 6시께 1차 보강방안 대책회의를 진행했지만, 오후 3시 13분께 터널 붕괴 및 상부도로의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현장 내부에 고립됐던 장비기사 1명은 12일 오전 4시 30분에 무사히 구조됐지만, 실종됐던 50대 노동자 1명은 사고 발생 닷새만인 16일 오후 8시 3분께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사고 직후부터 즉각적인 조치에 나선 시는 무료 법률·심리 상담과 재난피해자지원센터 운영을 통한 피해 주민에 대한 지원을 비롯해 지난해 12월 ‘광명시 지하안전관리에 대한 조례’를 제정해 지하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지하안전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철도사업과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등 대규모 지하개발사업에 따른 지반 침하 사고 예방 및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

이 밖에도 포스코이앤씨 측과의 면담을 통해 사고 구간 인근 통로박스(도로 하부에 설치된 직사각형 통로 구조물)와 수로암거(도로에 고이는 물이 빠지도록 땅속에 관 모양으로 설치한 배수로)에 대한 사실상 전면 재시공 수준의 보강 결정도 이끌어 냈다.

이날 시의 발표와 관련해 포스코이앤씨 측은 "이번 광명시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권고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현장 안전체계를 철저히 재점검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시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철저한 안전을 최우선 전제로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교통 및 생활 불편이 하루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광명시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조속한 현장 정상화와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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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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