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이 8주년을 맞은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간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러시아 '쿠르스크 해방작전 종결' 1주년 및 파병 활동을 기리는 기념관을 완공하고 북러 관계 밀착에 공을 들였다.
2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민주정부 한반도 평화 계승발전 협의회인 김대중재단·노무현재단·포럼 사의재·한반도평화포럼과 통일부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이 후원하는 '4.27 판문점선언 8주년 기념식-우리가 지키는 평화의 힘' 행사에서 기념사를 가졌다.
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지금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고 적대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인내하며 일관된 길을 걷는다면, 대화의 기회는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촉구한다. 군사력을 증강하며 고립과 단절의 벽을 높이는 것으로는 진정한 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 오히려 외부와 소통하고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안전을 지키는 가장 실효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대화의 의지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과감하게 마주 앉기 바란다. 또 8년 전처럼, 남북 관계의 개선을 북·미 대화로 나아가는 가교로 삼기 바란다"라며 "남북 대화야말로 지금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4.27 판문점 회담의 초심으로 돌아가 전향적으로 대화의 문을 열고, 이재명 정부와 함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의 꿈을 다시 그려나가며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나아갈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요청한다. 세계 곳곳의 분쟁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시선이 분산되어 있지만, 한반도 문제는 결코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방치되어서는 안 될 미국의 핵심 국익이자 세계 평화의 분수령"이라고 짚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외교적 해법 외에 다른 길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특유의 결단력과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의 안정을 관리하는 것은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세계 질서를 평화의 질서로 전환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며 "트럼프 1기에서 미처 맺지 못한 평화의 결실을, 트럼프 2기에서 완성하여 역사에 남을 평화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기념식 전날인 26일 김 위원장은 북미 대화보다는 러시아와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데 주력했다. 27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이 열렸다면서, 이 자리에 김정은 위원장과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 등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준공식 연설에서 "우리는 이 기념관에 피로 쓴 조로(북러) 친선의 새 역사, 피로써 전취한 정의의 새 역사를 새겼다"며 "전쟁의 규칙이 어떻게 달라지든, 언제 어디서 위기가 발생하든 우리는 항상 단합된 힘으로 대처해 나가는 진실하고 헌신적이며 강력한 보루로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화와 주권을 위하여 어깨를 겯고 한 전호에서 싸웠으며 파시즘의 부활을 막고 패권주의 세력의 전쟁 야망을 분쇄하는 데서 관건적 의의를 가지는 전과를 달성했다"며 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의 의의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생명을 바치는 희생보다 더 신성한 기여는 없다"며 "조선인민군의 영용한 투쟁으로 하여 미국과 서방이 추구하는 패권주의적 기도와 군사적 모험이 좌절되었다"고 밝혀 자신들의 기여를 강조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볼로딘 의장이 대독한 서한에서 "(북한군의) 위훈은 모든 러시아 공민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며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동노력으로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소련군은 조선 애국자들과 함께 귀국을 일본 식민주의 통치로부터 해방하며 1950년대에는 외국 침략자들과의 투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독립을 수호하는 데 원조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준공식은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 탈환 및 북한군의 참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 한때 쿠르스크를 빼앗겼는데 북한군 투입 등을 통해 이를 회복했고, 지난해 4월 26일 영토 수복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면 축사를 통해 "중동전쟁으로 인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과 불안이 한반도로 전이되지 않고 한반도 모든 구성원들이 전쟁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국민주권정부는 출범 이래 한반도의 평화적 공존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선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흡수 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밝혀왔다"면서 "정부는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간 신뢰 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조치들은 주도적으로 취해나가겠다. 북측도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호응해 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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