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공공부문 원하청 교섭을 두고 노정 간 갈등이 일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 부처를 포함한 다수 공공부문 사용자가 법률 검토 등을 이유로 하청 노동자와의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제도 틀 안에서 노동계와 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맞섰다.
민주노총은 17일 서울 종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 사용자는 모범 사용자답게 하청 노동자의 단체교섭 요구에 즉각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원하청 교섭을 가능하게 한 개정 노조법이 지난 10일 시행된 뒤 241개 하청노조가 118개 공공부문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부처, 국세청·우정사업본부 등 공공기관, 광주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대상이다.
그 중 교섭 요구에 응해 관련 절차에 착수한 곳은 화성시와 부산교통공사 뿐이며, 다른 공공부문 사용자는 "'법률 검토 중'이라거나 '노동부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단체교섭위)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개정 노조법상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 중 '구조적 통제'가 성립한 분야에 대해서만 교섭 의무를 진다. 단체교섭위는 이에 대한 유권해석 권한을 갖는 자문기구다. 단체교섭위 해석에 노사가 불복하면, 일차적으로는 노동위원회가,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원청의 교섭 의무를 판단하게 된다.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사용자들은 인건비 절감과 민원 회피를 위해 공공사무를 민간에 위탁했기 때문에 하청 노동자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가장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법률 검토 운운하며 하청 노동자의 정당한 단체교섭 요구를 회피하는 것은 일말의 양심조차 저버리는 악덕 사용자의 길을 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나라장터에 공공기관들이 개정 노조법상 사용자성에 대해 법률 컨설팅 입찰공고가 올라오고 있다. 그 액수도 수억 원"이라며 "자회사, 용역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사용하면 될 돈을 노조법 자문비로 탕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노동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부처, 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단체교섭위에 자문을 의뢰한 것은 단체교섭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노사 협의 등을 통해 정한 합리적인 제도적 틀 내에서 노동계와의 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 따라,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성실히 교섭에 임할 것이며,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낮더라도 노동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공공부문 근로조건 및 처우 개선 등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을 협의·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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