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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식품전문기자 칼럼] 사라지는 ‘손맛’, 늘어나는 ‘가성비’… 수입 김치에 점령당한 골목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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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식품전문기자 칼럼] 사라지는 ‘손맛’, 늘어나는 ‘가성비’… 수입 김치에 점령당한 골목 식당

밥상 위 김치 10포기 중 4포기는 ‘외국산’… 외식업계의 서글픈 현실

▲ 정성과 시간이 빚어낸 우리의 맛. 하지만 외식업 현장에서 이런 '직접 담근 김치'는 점차 귀해지는 풍경이 되고 있다. ⓒ프레시안(문상윤)

우리 국민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소울푸드’ 김치가 외식 현장에서 조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올 2월 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서 발표된 ‘2025 김치산업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들의 김치 조달 방식과 소비 지표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흐름이 포착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조달 방식의 변화다. 김치를 반찬으로 제공하는 음식점업체 중 직접 담가 사용하는 비중은 31.3%로 나타났다.

반면 국산 또는 수입 상품김치를 구매해 사용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반찬용 배추김치의 경우 수입 김치를 구매해 사용하는 비중이 44.1%에 달해 국산 상품김치(20.0%)를 크게 앞질렀다.

이러한 현상은 인건비 상승과 조리 인력 부족이라는 외식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김치 조달에도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김치를 직접 담그기보다 규격화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운영 효율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음식점들이 수입 김치를 선택하는 결정적 이유는 단연 ‘가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업체가 구입하는 수입 김치 가격은 국산 상품김치 대비 평균 35.3% 저렴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경영비 대비 김치 관련 비용이 평균 5.8% 수준으로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저가 경쟁에 내몰린 외식업체들로서는 수입 김치의 가격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국산 김치를 고집하는 업체들은 주로 '맛'과 '안전성', '원산지'를 최우선 가치로 꼽고 있어 고품질 김치 시장과 저가 수입 시장으로의 이원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김치의 용도별 소비 행태도 흥미롭다.

찌개나 찜 등 메뉴 조리용 김치는 수입 김치 사용 비중이 51.0%로 과반을 넘긴 반면 갓김치(62.6%), 총각김치(58.0%), 열무김치(55.0%) 등 특수 김치는 여전히 직접 담가 사용하는 비중이 높았다.

이는 메인 반찬이나 조리 원료로는 비용 절감을 꾀하되, 매장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별미 김치는 수제 방식을 유지하려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보인다.

조달 경로에서의 디지털 전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산 상품김치 구매처 중 온라인 비중이 11.6%까지 올라왔으며 식자재 마트나 전용 온라인 쇼핑몰을 활용한 스마트한 구매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소비자의 88.2%가 김치 원산지 표시제를 인지하고 확인한다는 점은 외식업체에 ‘품질 관리’라는 무거운 숙제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김치 수입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외식업계의 수입 김치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실은 분명 뼈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농산물 수요의 77% 이상을 차지하는 김치 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업계의 품질 고도화 노력은 멈출 수 없다.

'맛'과 '건강 기능성'이라는 국산 김치만의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외식업계가 조달 비용 부담을 덜면서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상생 모델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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