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사시 자위대 출동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중일 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본인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발언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다카이치 총리는 "제 답변이 정부의 기존 입장을 넘어선 것으로 인식된 것을 유의해야 할 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의 비상사태가 '존립위기상태'에 해당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존립위기상태'는 지난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재임 당시 일본 의회가 제정한 안보 관련법에 명시된 개념으로, 일본이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본과 밀접한 다른 국가가 공격을 받아 일본의 영토가 국민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여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대만 유사시에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히로타 하지메(広田一) 의원은 지난달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내각사무처가 준비한 답변 자료에는 대만 비상사태에 대해 "정부는 대응하지 않겠다"라고 명시돼 있었는데 "왜 신중하게 답변하지 않았나"라고 다카이치 총리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다카이치 총리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한 논의의 결과"라면서 "제 답변이 정부의 기존 입장을 넘어선 것으로 인식된 점을 유의하고 향후 국회 논의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같은 입장을 두고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인해 중국과 갈등이 커지면서 희토류 수출 지연 등의 실질적인 압박 조치가 실시되고, 동맹인 미국도 일본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등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행보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해당 발언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 정도의 입장 표명으로 중일 간 갈등이 누그러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대만 비상사태 관련 발언을 철회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히로타 의원의 지적에 "존립 위기의 정의에 대해서는 정부가 여러 차례 답변을 통해 실제 상황을 고려하여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으므로 정부의 입장은 일관적"이라며 발언 철회를 거부했다.
그러자 히로타 의원은 '존립 위기'의 요건인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에 대만이 해당하는지 물었는데, 다카이치 총리는 "동맹국인 미국이 기본적으로 이 범주에 속한다"라고만 말하며 구체적 답을 피했다.
한편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푸충(傅聰) 주유엔 중국대사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중국 내정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한 일부"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일본이 중국 및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공공연히 위반하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 성과와 전후 국제 질서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며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기반으로 한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으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야마자키 카즈유키(山崎和之) 주유엔 일본대사는 "일본에 대한 근거 없는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라며 "무력 공격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이 자위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중국의 견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며, 의견 차이는 신속히 해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아사히TV>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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