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법 왜곡죄' 도입에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법원의 재판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한 '재판소원'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밝히며 여권의 입장과 대립했다.
천 처장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법무부·법제처·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법 왜곡죄'에 대한 견해를 묻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심판을 심판한다는 법"이라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천 처장은 "원심판 결과와 다른 재심판 결과 역시 고소·고발 대상이 될 것이고, 그러면 심판·재심판·재재심판 이렇게 무한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처장은 "끝없는 고소·고발로 재판 결과에 대한 '분쟁 종식'이 아니라 '분쟁 확대 재생산'이 될 것"이라며 "사회 안전성 침해, 국가 경쟁력 침해, 사회통합의 침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론화 절차를 통해서 무엇이 국민에게 유리한 사법제도인지에 대해, 모든 사법 및 국회 관련자들이 다 모여서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저희도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 왜곡죄' 신설안은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해석하는 검사와 판사에 대한 처벌을 골자로 한다.
여권의 '법원행정처 폐지' 주장에도 천 처장은 반대 견해를 드러냈다. 천 처장은 "여러 가지 국민의 불편 사안을 행정처가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들의 신속한 권리 구제를 가능하게 할 영역이 정말로 많다"며 "(법원행정처 폐지를) 신중하게 검토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재판소제제 도입에는 "소송 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천 처장은 "재판소원 도입은 실질적 4심제"라며 "어떠한 명목으로 이걸 포장하더라도, 결국 모든 사건에 대해 헌재가 골라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신중 접근'을 요청했다.
이에 헌재 측에서는 곧바로 반론이 나왔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관련 입장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 질의에 "4심제라는 지적은 재판소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원 재판 역시 공권력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고, 그 경우 헌재에 의해 헌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심의'라고 할 수 있다. 4심제는 정확한 지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앞서 지난 24일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5개 재판, 12개 혐의는 "다 무죄"라고 발언한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 조원철 법제처장에 대한 국민의힘의 질의도 쏟아졌다.
'아직도 이 대통령 무죄에 대한 생각에 변함이 없나'라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복되는 물음에 조 처장은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렸던 것이다. 그 부분을 국감장에서 얘기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도록 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도 '이 대통령 5개 재판, 12개 혐의는 전부 무죄라는 조 처장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정 장관은 "조 처장의 개인적 견해"라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다만 "저 역시 정부에 들어오기 전, 정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비슷한 주장을 해왔다. 다만 이것이 법원에서 헌법 84조에 의해 중단시킨 것이기 때문에 법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 장관은 '개헌 시 이 대통령 연임은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는 조 처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정 장관은 "헌법을 고친다고 하더라고 개헌에 있어서 주권자인 국민의 결단, 최종적인 의견이 있겠지만 거기에도 내재적 한계가 있다"며 연임제 개헌은 "통상적으로 재임 중 대통령에게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못박았다.
마지막까지 '고성' 국감…"내란 옹호당" vs "이재명 재판 뒤집기"
여야는 법사위 국감 마지막 날까지도 서로 고성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은 "이번 국감은 한마디로 이 대통령 재판 뒤집기, 내란 유죄 판결 찍어 내기 국감이었다"고 평가했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그동안 법사위에서 '윤석열 어게인' 수호자 역할을 하며 내란을 옹호하고 동조했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이번 국감은 '최악의 국감', 'F 학점'이라고 했고, 원인 중 하나는 권력분립 파괴"라며 "의회를 독재적으로 운영한, 그 공로자로 추미애 위원장이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야당) 간사 선임을 안 하고, 편파 진행에 위원 발언권 박탈 등 추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판사 시절 '법조 비리' 의혹을 꺼내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오늘 대법원 판결이 있는 사건인데, 1심 판결문을 보면 전관 변호사가 브로커에게 '장동혁 재판장과 술도 마시고, 밥도 먹을 수 있는 사이'라며 장동혁 판사와 친분을 강조하고, 사건을 수임해 사실상 보석으로 석방시켰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 변호사는 변호사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친분 관계가 있는 장 판사에게 전화해 '이 사건을 잘 봐달라'는 취지로 얘기했고, 그 내용이 결국 성공해 건설업자 보석을 받아낸다"며 "장 판사는 퇴임을 하루 앞둔 전날, 보석을 허가해 준다. 그리고 정치에 입문한다. 전형적인 사법 법조 비리"라고 꼬집었다.
추미애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천 처장에게 "윤리 감찰을 해야 할 사항"이라고 요구했다. 이에 천 처장은 "퇴임한 법관이라서 우리 윤리감사관 직무 범위에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한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