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는 10.29 한미 간 통상·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된 데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대체로 일면 긍정 평가하면서도 우려점을 짚는 정도의 반응이 다수인 가운데, 호남·청년 대표성을 가진 최고위원들은 비교적 호평을 내놨다. 반면 강경보수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탄핵감", "꼼수"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어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며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우리 기업들에게는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해소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우선 긍정 평가했다.
장 대표는 "그러나 관세 협상의 타결은 이제부터 그 부담의 시작"이라며 "협상 내용대로 이행하려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부담해야 될 많은 내용들이 있다. 이제부터의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 협상에 따라 이제 발생할 여러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잘 관리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부연했다.
장 대표는 또 "무엇보다 지금 공개된 내용이 합의된 내용의 전부인지에 대해서도 국민들께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벌써 미국에서는 우리의 발표 내용과 다른 입장을 하나씩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미국에서의 발표 내용과 우리의 발표 내용이 달라진다면 결국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다가 더 큰 문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SNS에 "한국이 100% 시장 완전 개방에 동의했다", "반도체 관세는 이번 협상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쓴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기본적으로는 장 대표와 비슷한 기조였지만 그보다 좀더 비판적 입장을 냈다. 송 원내대표는 "늦었지만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외교적 여건 아래 최선의 노력을 다한 데 대해 우리 정부 협상단과 기업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일단 치하를 보넀다.
송 원내대표는 그러나 "'3500억 달러 합의' 자체가 원죄"라며 "3500억 달러 규모는 경제 규모에 비해 우리에게 매우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에너지 구매 1000억 불, 기업 투자 1500억 불을 합치면 모두 6000억 달러로 일본의 5500억 달러보다도 총 금액 자체가 더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에서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하는데, 이는 외환시장이 받을 극단적 충격을 완화했다는 것이지 국민 부담을 줄였다는 뜻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송 원내대표는 특히 '연간 200억 달러 현금투자' 부분과 관련해 "트럼프가 주장했던 내용 중에 '선불'이 일부 할부금으로 바뀐 거 말고는 총 금액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한국은행은 150~200억 달러가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이미 밝혔다. 외환관리의 여력 자체가 매우 제약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자체만으로도 우리 경제의 큰 부담인데, 만약의 경우 환투기 세력이 여기에 붙게 된다면 외환시장 관리가 매우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7.31 졸속 합의 당시 김용범 정책실장은 '직접투자 비중은 매우 낮다', '대부분 대출이나 보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국민들께 분명하게 밝혔고 정부는 '3500억 달러 투자 중에서 직접 투자 비율은 5% 안쪽'이라고 주장했는데, 2000억 달러 현금은 무려 57%"라는 점도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밖에 △수익 배분을 9:1이 아닌 5:5로 한 점 △투자대상 선정이 미측 투자위원회의 '선의'에 기반한다는 점 △마스가 프로젝트 등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로 국내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강경보수' 김민수 최고위원은 아예 전날 협상에 대해 "겉으로는 국익 외교, 실상은 탄핵감 굴종 외교"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김 최고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한국 기업과 사업가들이 투자하는 금액은 6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국민 혈세와 우리 기업 자본으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투자에 구체적 자금 계획도 없고, 투자 회수 계획도 없다면 국익이 아닌 위험한 도박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핵추진 잠수함 역시 성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잠수함 관련 협의는) 완패한 3500억 달러 딜을 가리기 위한 꼼수에 불과할 수 있다"며 "이번 딜로 핵잠수함 제조, 현실 가능한 일인가. 아니면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냐"고 했다. 그는 "결국 얻어낸 실체는 없다", "외교라 하기엔 비싸고 성과라 하기에는 속이 비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 상무 출신이자 국민의힘 지도부 가운데 유일한 호남계인 양향자 최고위원은 "어제 타결된 관세 협상을 환영한다"며 "이번 합의는 부담을 덜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야당이지만 국익 앞에 정쟁은 없다. 잘 된 협상에는 힘을 보태고 빈틈은 냉정하게 메워야 한다"고도 했다.
양 최고위원은 "그러나 환영이 곧 환호는 아니다. 성과는 불확실성을 제거한 이행으로 증명된다"며 통관 절차와 비관세 장벽 등 남은 문제의 해결과 후속 입법조치 등을 강조하고는 "정부, 산업계, 노동계, 국회가 원팀으로 뛰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도 "관세 협정을 위해 고생한 협상단과 기업인들의 노고에 치하와 위로를 전한다"며 "먼저 많은 국민들이 느끼셨을 마음은 '다행'이라는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우 최고위원은 "특히 국민의힘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부분에 있어서는 높게 평가해 주고 싶다"며 "핵잠수함은 지난 대선 때 김문수·한동훈 후보가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보수진영 전체로 보면, 대체로 중립 또는 우호적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국방력·해군력 강화 측면에서 보수진영이 주장해온 핵잠수함 도입에 대해서는 비판이 드물다. 관세 협상에 대해서는 송 원내대표가 지적한 '연간 200억 불 현금투자'에 대한 부담과 수익 배분율 등에 대한 합리적 지적은 제기되고 있지만, "굴종"이니 "도박"이니 하는 비판을 하는 이는 김 최고위원 정도를 제외하면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 출신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타결이 된 건 다행"이라며 "협상팀들이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도 몇 번 했을 것이고 엄청 수고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렇지만 그렇게 만족할 수 있는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며 "처음에 김용범 실장이 7월에 설명을 어떻게 했나. 3500억 불 대부분 다 보증일 것이고고 현금투자는 5%일 것이라고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3500억 불 다 선불'이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가, 이번에 10년에 나눠서 내는 거지만 2000억 불을 현금으로 내는 거니까 중간선에서 타협을 한 것이다. 당초(7월에) 정부가 설명했던 것에 비하면 직접투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고 그게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앞으로 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핵잠수함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잠 능력을 갖출 걸 대비해서 우리가 갖춰야 될 능력"이라며 다만 "그걸 어제 저렇게 공개적으로 (정상 오찬회담 모두발언에서) 한 것이 과연 실용적인 외교냐"는 지적은 했다. "한중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중국 추적'이라는 말을 했다"는 얘기다.
보수성향 언론도 대체로 호평을 보내고 있다. 이날 <조선일보> 사설은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수출 전선에 드리웠던 거대한 불확실성 하나가 걷힌 것"으로 평가하며 "지난 몇 달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압박 속에 난항을 거듭했지만 끝내 합리적 절충점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조선>은 "특히 우리 정부가 일부 정치권의 반미 정서에 기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국익을 우선시하며 냉철하게 협상을 진행해온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합의 내용에도 우리 측 요구 사항이 많이 반영됐다"고 평가하고는 "이번에 협상단이 보여준 치열함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서 세계 통상 질서 변화에 대비하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 사설도 '막판 관세 합의 이뤄낸 한·미, 늦었지만 다행이다' 제하 사설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견지해 온 ‘상업적 합리성’과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 등의 국익 우선의 원칙을 지켰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며 "외환시장이 흔들릴 위험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긍정적이다"라고 호평했다.
<동아일보> 역시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던 최대 리스크가 해소됐다"며 "한국 자동차·부품 기업들로선 협상 타결이 가뭄 속 단비와 같다"고 했다. 신문은 "이번 합의는 당초 전액 '현금 선불(up front)' 투자를 고집하던 미국이 한국 정부의 집요한 요청을 대폭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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