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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침마저 수도권 중심적…지방에선 잘 작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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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침마저 수도권 중심적…지방에선 잘 작동하지 않았다

[서리풀연구通]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위기는 기회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히려 그 위기가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코로나19 역시 그 '위기' 중 하나였다. 팬데믹은 이전까지 잘 보이지 않던 문제들을 드러냈고, 많은 사람들이 "그건 바뀌어야지"라고 공감하게 만들었다. 콜센터 상담자의 노동환경(☞관련기사 바로가기), 이주민의 건강(☞관련기사 바로가기), 농인의 소통 문제(☞관련기사 바로가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래서 연구자도, 시민단체도, 시민들도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코로나의 종식을 기다렸다.

그러나 팬데믹이 '종식'된 뒤, 이런 외침은 빠르게 사라졌다. 힘들었던 시기를 잊고 싶었던 걸까. 백신이 나왔으니 이제 괜찮다고 생각했던 걸까. 나 역시 비슷했다. 그러던 어느날 수업 시간에 "농촌에서는 거리두기를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때도 그것이 끝난 이후에도 나는 이 질문을 떠올렸던 적이 없었다.

수도권, 도시 중심의 지역에서는 거리두기가 과학이자 원칙처럼 여겨졌지만, 사람과 사람이 멀리 떨어져 사는 농촌에서는 그 기준이 어떤 의미였을까. 모두가 농촌의 고령화와 건강 문제를 얼핏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 시기 지역, 특히 농촌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수도권 중심의 정책이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물음에 답을 줄 연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논문 바로가기 : 비수도권 농촌 지역의 신종 감염병 유행 대응에 관한 사례연구: 경상북도 영양군을 중심으로)

이 연구는 비수도권 농촌 지역인 경상북도 영양군을 사례로 수도권 중산층을 기준으로 설계된 방역 정책이 지역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살펴본다. 연구진은 통계 자료, 참여관찰, 그리고 주민·보건소 직원·시설 종사자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2020년 초 영양군 보건소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대부분의 업무를 중단했고, 이후 일부 업무를 재개했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간호사로 일해본 적이 있는 보건진료 전담 공무원들은 방역 지원과 순회 진료에 동원되었다. 2022년 오미크론이 확산되자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고, 영양군에는 일반 병원이 부족해 보건소가 사실상 의료까지 담당해야 했다.

초기 정책 설계부터 '지역'이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도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지침은 영양군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예컨대, 중앙에서 내려온 '인건비 지원금'은 사용 용도가 제한되어 실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쓰기 어려웠다. 한편, 현장의 목소리가 중앙정부에 전달될 통로도 뚜렷하지 않았다. 모더나 백신은 일반 병원에서만 접종 가능했는데, 병원이 거의 없는 영양군 주민은 인근 도시로 나가야 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정부는 사실상 '각자도생'해야 했다. 보건소 직원들은 방역 물품을 나누고, 사용법을 알려주고, 퇴근 후에도 개인 휴대폰으로 업무 전화를 받았다. 교통이 불편하고 고령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직원들이 마을회관과 운동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이나 앱을 쓰기 어려운 주민을 대신해 직원이 영상통화로 확인하고, 문해력 부족자나 독거노인을 직접 챙겼다. 주 100시간 넘게 일하는 경우도 있었고, 의학적 판단을 스스로 내려야 하는 상황도 잦았다.

주민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경로당은 수차례 문을 닫고 열기를 반복했고, 각종 건강 프로그램과 치매 조기검진, 건강증진 사업도 중단되었다. 유행이 잦아든 뒤 사업을 재개했지만 참여자는 예전만큼 돌아오지 않았다. 노인들은 고립감과 우울감을 호소했다.

이 연구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수도권 중심으로 만들어진 지침은 지역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침이 현실과 멀어지면, 그것은 더 이상 기준이나 방향이 될 수 없다. 이를 세심하게 고려할 수 없다면, 오히려 지방정부가 이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수도권 중심의 '보편적' 지침들이, 농촌 지역에서는 '비현실적 지침'이 되었을 때, 영양군 지방정부는 주민들의 의료와 돌봄을 함께 책임졌다. 이렇게 내몰린 상태에서 지방정부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면 담당자들은 소진되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위기가 '기회'가 되려면, 지난 위기를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 당시 주민들이 정말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보건소가 한정된 사업만 할 수 있었다면 어떤 사업이 가장 필요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노인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 끊겼을 때 어떤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이런 질문에 답을 찾을 때, 우리는 다음 감염병 위기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서지정보

김찬기, 김새롬, 김진환, & 문주현. 2025. 비수도권 농촌 지역의 신종 감염병 유행 대응에 관한 사례연구: 경상북도 영양군을 중심으로. 농촌의학. 지역보건, 50(3), 259-274.

▲보건소에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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