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대표적인 '신사'로 꼽히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발언이 연일 강경해지고 있다. '전투력'을 지적받아 온 박 시장이 다가오는 지선을 앞두고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4일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87년 체제가 4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로의 오르막길이 아니라 천박한 민주주의로의 내리막길로 페달을 밟고 있다"고 정국을 진단했다.
이어 "천박한 민주주의는 권력을 잡은 자들이 다수의 이름으로 제멋대로 하는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며 "완장 민주주의, 선동 민주주의, 위선 민주주의 등 가짜 민주주의를 등에 업었다"고 부연했다.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폭주하고 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과 흐름을 같이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국회는 이미 무너졌다. 다수의 폭력이 일상화됐다"고 수위를 끌어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을 직접적으로 겨냥해서는 "사법부를 잡아먹기 위해 검은 혀를 드러내고 있다"며 맹폭했다. 그는 "선동 민주주의는 왜곡과 침소봉대, 가짜 뉴스든 관계없이 이용한다"면서 "대법원장에 대해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내 퇴진을 압박하다가 거짓말이 드러나자 본인이 직접 수사를 받고 혐의를 벗으라는 아이들 보기도 부끄러운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박 시장의 타겟은 더불어민주당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재명 정부를 향해서도 관세협상을 거론하며 "이 정권만은 어제 얘기와 오늘 얘기가 달라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정의의 타락한 형태가 위선이다.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선거에서 다수를 얻었으면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다수의 폭력이 올바른 민주주의일 수는 없다"면서 앞서 언급한 '천박한 민주주의'를 재차 가져왔다. 그는 "절제와 관용,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잃는다면 이미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지금 안녕하지 않다"라고 끝을 맺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강경한 대여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시장은 지난 18일에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사법부를 통제권 안에 두기 위해 정치공작적인 모습으로 접근하면 큰코 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인 17일에는 정부의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방침을 비판하며 "밥상은 못차리겠으니 떡이나 하나 먹고 떨어지라는 것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치계의 대표 '신사' 정치인으로 꼽히는 박 시장이 이처럼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은 8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평가다. 박 시장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권 인사에게 밀리는 결과가 나타나자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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