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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서 WHO 시설 공격…28개국 "'찔끔 구호'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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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서 WHO 시설 공격…28개국 "'찔끔 구호' 규탄"

인질 억류 추정 데이르알발라 첫 지상 진입…인질 가족 "안전 우려"

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 지상 진입하며 세계보건기구(WHO) 시설까지 공격했다. 이 지역에 인질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인질 가족들은 안전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가자지구에서 식량을 구하던 주민들이 무더기로 숨진 가운데 미국·독일을 제외한 서방국들은 공동성명을 내 이스라엘의 '찔끔 구호'를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러한 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전차(탱크)를 동원해 데이르알발라의 남부 및 동부 지역에 진입했다.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 지역에 대한 지상 공격은 처음이다. 통신은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군이 이 지역에 인질이 억류돼 있을 것으로 보고 지상 진격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50명의 인질 중 20명 가량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르알발라는 21달 동안 지속 중인 전쟁의 포화를 피해 팔레스타인인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 중 하나다. 현지 의료진에 따르면 이 지역에 전차 포격이 가해지며 주택과 모스크(이슬람 사원)가 피해를 입었고 최소 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지상 공격을 위해 대피 명령을 내리자 많은 주민들이 서쪽과 남쪽으로 피난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 지상 공격으로 데이르알발라의 세계보건기구(WHO) 시설과 인력도 피해를 입었다. WHO는 2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성명에서 이 지역 직원 거주지 및 창고에 대한 이스라엘군 공격을 규탄했다. WHO는 이스라엘군이 시설에 진입해 남성 직원 및 가족에 수갑을 채우고 옷을 벗기고 심문했으며 결국 직원 2명과 가족 2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 중 3명은 풀려났지만 직원 1명은 여전히 구금 중이라고 한다.

WHO는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데이르알발라의 이 기구 창고에서 폭발 및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는 "의료 시설에 대한 체계적 파괴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WHO는 사무실, 창고, 직원 숙소를 포함해 모든 시설 위치가 이미 이스라엘군을 포함해 모든 분쟁 당사자들에게 공유돼 있다며 "이 시설들에 대한 위협은 가자지구 인도적 보건 대응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WHO는 "현재 가자지구 88%가 대피 명령을 받고 있거나 이스라엘 군사 지역으로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며 "데이르알발라에 남아 활동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은 인질이 붙들려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군대가 진입하는 것이 인질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인질 가족 단체는 성명을 통해 정부와 군에 "데이르알발라 공격이 인질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국민은 인질을 고의로 위험에 빠뜨리는 이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도 뭐가 위험한지 몰랐다고 주장할 순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등 28개국 공동성명 "이스라엘 정부 구호 모델이 불안정 조장"…미·독일은 빠져

한편 21일 가자지구 보건부가 지난 24시간 동안 가자지구에서 구호품을 받으려던 팔레스타인인 99명이 숨지고 650명이 다쳤다고 밝힌 가운데, 이날 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28개국 외무장관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기 담당 위원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의 구호 전달 모델"을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고통이 새로운 바닥에 도달했다"며 "이스라엘 정부의 구호 전달 모델은 위험하고 불안정을 조장하며 가자 주민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박탈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찔끔찔끔 주어지는 구호(drip feeding of aid) 및 가장 기본적인 물과 식량 필요를 채우려 애쓰는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에 대한 비인간적 살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구호를 구하는 과정에서 8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된 것은 끔찍"하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민간인에 대한 필수적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스라엘 정부가 구호 흐름에 대한 제한을 즉시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또 유엔과 인도적 단체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가자지구 전쟁은 즉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이 성명에 참여했지만 독일과 미국은 빠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21일 스테판 뒤자릭 유엔 대변인을 통한 성명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주민의 생명을 지탱하고 있던 마지막 생명줄이 무너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최근 며칠 적대 행위 심화는 인도주의 체계가 방해되고 훼손되고 위험해 처했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이 유엔과 다른 인도적 기관들의 구호를 촉진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트럼프, 시리아 폭격·가자 성당 공격 예상 못해…바로잡으려 네타냐후에 전화"

백악관도 최근 이스라엘의 시리아 국방부 폭격, 식량을 구하던 팔레스타인인 사망 등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미 CNN 방송,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21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지난주 시리아 다마스쿠스 정부 건물 공습과 가자지구 성당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며 "두 경우 모두 대통령은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이스라엘) 총리에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또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구호를 받으려다 숨지고 있다는 최근 보도들을 "대통령이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살상 종식과 휴전 협상을 원한다"고 했다.

CNN은 백악관의 이러한 반응이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통들의 전언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에 방문했던 이달 초 가자지구 휴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거듭 말했음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결국 휴전 발표 없이 백악관을 떠났다는 점도 짚었다.

이후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군 지역 등을 놓고 다시 교착 상태로 접어들었다. CNN은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중재자들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새 제안을 건넨 뒤 거의 일주일이 지났지만 답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구호 트럭이 싣고 온 구호품을 받아 나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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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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