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발표한 혁신안을 단 한 개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전날 윤 혁신위원장이 첫 인적쇄신 명단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하며 갈등은 더 부각됐다.
급기야 윤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비대위원들로부터 '몰매를 맞았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비대위와 혁신위의 파열음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가는 모양새다.
윤 위원장은 이날 혁신안 세부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국회를 찾아 비공개로 당 지도부와 만났다.
박성훈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 종료 뒤 기자들에게 윤 위원장으로부터 앞서 발표된 혁신위 안건에 관한 보고가 있었고, 논의도 진행됐으나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비대위원들의 의견 개진이 있었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점이 있어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비대위는 전날 송 비대위원장과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윤 위원장이 '인적쇄신 1차 대상자'로 발표한 데 대해 "혁신위원들 간 충분한 논의 없이 개인 자격으로 외부에 본인(윤희숙)의 말이 노출된 것이다. 결국 당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불만 섞인 견해를 윤 위원장에게 전했다고 한다.
박 수석대변인은 윤 위원장의 인적쇄신안 발표가 "개인 자격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이 부분에 대해 비대위원들의 문제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공유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윤 위원장은 혁신위 의결 사항이 아닌 '혁신위원장의 입장'으로 인적쇄신안을 전격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에 대해 지도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송 위원장은 윤 위원장에게 "혁신위에서 안건을 제출하려면 혁신위 의결을 거친 뒤, 공식적으로 제출하라"고 말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정점식 사무총장은 전했다.
지도부는 윤 위원장과 "갈등과 충돌은 없었다", "존중하는 분위기였다"고 방점을 찍었지만, 윤 위원장의 말은 달랐다.
윤 위원장은 이날 송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면담 분위기를 "'다구리'(몰매를 뜻하는 은어)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의원들이 반발하는 데 관해 "당에 지금 책임지는 분이 없다는 것이 국민들 눈에 너무나 답답한 것이다. 아름답게 책임지는 중진의 모습을 제가 부탁드리는, 굉장히 중요한 차원"이라며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 모습에 책임지는 사람이 어떻게 아무도 없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반발이 없으면 혁신안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예상하고 시작한 거다. 당을 바꿔나가기 위한 혁신을 해나가는 건 제 몫"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오는 18일 4차 혁신위 회의를 열어 혁신안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를 무력화하는 지도부의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은 "윤 위원장이 제시한 내용을 '송언석 비대위'가 걷어찬다면 당은 아주 심각한 위기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자신들이 수용할 수 있는 혁신안을 만들라는 건데, 그런 앙꼬 없는 찐빵으로 '혁신했다' 인정받을 수 있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경태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윤 위원장은 지금 잘하고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치인들은 이번 기회에 싹 갈아엎는 느낌으로 대대적인 혁신을 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살아남기가 참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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