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 일방적 관세 통보 서한을 보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나머지 국가엔 서한 없이 일괄 15% 혹은 2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관세를 35%로 인상하기도 했다. 한편 전날 50% 관세 폭탄을 맞은 브라질은 보복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미 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모두가 서한을 받을 필요는 없다. 우린 그저 관세를 정할 뿐"이라며 서한을 받지 않은 "모든 나머지 나라들은 20%나 15% 관세를 내게 될 것"이고 "지금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율은 이전에 책정했던 10% 기본관세보다 높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유럽연합(EU)과 캐나다엔 "오늘이나 내일" 관세 통보 서한이 전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캐나다에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되는 35% 관세를 책정했다. 기존 캐나다엔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 미준수 물품에만 25% 관세가 적용됐다. 인상된 관세 또한 USMCA 준수 물품엔 면제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 부과의 이유로 캐나다가 미국이 펜타닐 유입 명목으로 부과한 관세에 "자체 관세로 보복"한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캐나다가 추가 관세 인상으로 재보복할 경우 그만큼 관세가 "가산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관련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8월1일 관세 발효 시한을 앞두고 계속해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가 펜타닐 문제에 대해서도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캐나다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중 자국에서 흘러들어가는 비중은 극소량이라고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중국 주변국 등 14개국에 관세 통보 서한을 보냈다. 대미 무역 흑자국이자 동아시아 동맹국인 한국·일본 및 미국이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로 지목해 온 동남아 국가들이 이날 서한을 받았다. 이어 9일엔 브라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서한을 포함해 8개국에 보낸 관세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전세계를 대상으로 이른바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이를 지렛대 삼아 각국과 무역 협상을 벌여 왔지만 이 관세 유예 만료 기한인 이달 8일까지 영국, 베트남과만 간소한 형태의 합의를 이끌어냈을 뿐이다. 서로 100% 넘는 관세를 부과했던 중국과도 별도의 합의를 진행했다. 미국은 협상 타결이 안 된 나라들에 이번 주부터 관세율 외엔 내용이 유사한 서한을 보내기 시작했지만 이제 그마저도 없이 나머지 대다수 국가에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러에 실망·14일 중대 성명"
트럼프 대통령은 9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는 "러시아에 실망했다. 하지만 향후 몇 주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겠다"면서 "월요일(14일)에 러시아 관련한 중요한 성명을 내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이 "헛소리"를 하고 있다며 러시아 제재를 "강력히"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아무 진전도 없었다"고 불평한 뒤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중단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푸틴 대통령에 대해 비난을 퍼붓다가도 실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꺼렸고 다시 러시아 편향적 태도를 보이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쪽이 안심할 순 없다는 평가다.
룰라 "미국이 50 부과 땐 우리도 50"…브라질 경제, 무역의존도 낮아 버틸 여력
한편 대미 무역 적자를 기록 중인데도 전날 50% 관세를 부과 받은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현지 헤코르드TV에 "상호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우선 협상을 시도하겠지만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때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며 "그들(미국)이 우리에게 (관세율) 50을 부과한다면 우리도 50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의 재판 중지를 요구하며 브라질에 고율 관세를 매겼다. 브라질 쪽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 중이다.
<로이터>는 다만 익명을 요구한 브라질 외교관에 따르면 관세가 실제 시행될 다음 달 1일까지 브라질 쪽에서 보복 조치가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브라질이 상대적으로 큰 내수 시장을 갖춰 관세 압박에 버틸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율은 33% % 정도다. 이 비율이 90%에 달하는 한국 등 수출 중심 경제에 비하면 무역 의존도가 낮다.
미국은 브라질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지만 가장 큰 상대국은 중국이기도 하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브라질 수출 중 27%가 중국을 향했고 11%만 미국을 향했다. 수입의 경우 23%가 중국에서 왔고 19%가 미국에서 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의 페드로 아브라모바이 부총재는 "브라질은 미국에 덜 의존한다"며 "상관이 없진 않겠지만 브라질은 버틸 수 있고 나라가 망가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최근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으로의 수출이 브라질 경제 생산의 1.7%만 차지한다고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에 더해 브라질이 최근 수년 간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과의 교역을 강화하고 미국 및 유럽과의 무역은 줄여 왔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룰라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우소나루 지지 및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내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지지자 등 상대방을 적대적 외세와 결탁했다고 몰아붙일 수 있는 정치적 이점을 갖게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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