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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오니 그리운 장마…올해 장마, 왜 이렇게 짧고 메말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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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오니 그리운 장마…올해 장마, 왜 이렇게 짧고 메말랐나

[분석] 장마는 매년 변화, 문제는 예측불가능성 증가…'폭염-가뭄 복합재해' 적신호

올해 장마는 유난히 일렀고 메말랐고 짧았다. 보통 6월 셋째 주나 넷째 주 무렵 제주에서 시작해 북상하지만, 이번 장마는 평년(30년 평균치)보다 7일 빠른 6월 12일 제주에서 시작됐다. 남부지방도 평년보다 5일 빠른 6월 19일 장마에 접어들었다.

기간은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짧았다. 50년 만의 최단 장마였다. 장마 종료 분석이 아직 끝나지 않은 중부 지방을 제외하면 제주는 7일, 남부는 6일에 그쳤다. 평년값 31~32일의 20% 수준이다.

제주 장마 강수량은 평년의 3분의 1 정도로 추정된다. 장마 기간 제주 4개 기상대의 평균 강수량은 117.8밀리미터(㎜)다. 평년값 348.7㎜에 비해 턱없이 적다. 특히 제주도 북쪽 제주시의 총강수량은 69.6㎜에 불과했다. 주요 물 공급원인 장마가 사라진 수준이다. 제주는 현재 논밭이 쩍쩍 갈라지고 파종한 씨가 말라 죽는 등 농지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장마는 왜 그토록 짧고 메말랐는지, 내년 이후에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 기상청과 장마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봤다.

▲6월 29~30일 500hPa(헥토파스칼) 지위고도 편차 분포도. '5880gpm선'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뜻한다. 평년(초록색)보다 2025년(검은색)의 선이 한반도로 훨씬 올라와 있다. ⓒ기상청

① 장마 31일→6일, '메마른 장마' 왜?

기상청에 따르면 북태평양 고기압의 빠른 확장이 요인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여름철 한반도에 큰 영향을 주는 기단이자 장마의 주 원인이다. 성격이 다른 두 기단, 즉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과 그보다 온도가 낮고 건조한 기단 등이 만나 형성하는 정체 전선이 장마 발생 원리 중 하나다. 쉽게 말해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 주변에 비가 집중되는 전선이 형성되는데, 이 고기압권이 빠르게 북상하면서 장마가 평년보다 빨리 시작됐고 그 기간도 짧았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왜 빠르게 확장했을까. 기상청은 지난 4일 '6월 기후특성'을 발표하며 "필리핀 부근에서 평년 대비 활발해진 대류(상승기류)와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필리핀 해상에서 대거 상승한 기류가 상공에서 북쪽으로 이동한 후 한반도 남쪽에서 하강하며 고기압성 흐름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또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가 에너지 '연료' 역할을 해 북태평양 고기압을 더 확장했다고 분석했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한 모습이다. 특히 일본 열도, 필리핀 등과 인접한 북서태평양은 지난해 사상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 해수면 온도 상승도 10년 당 평균 0.24도씨(℃)로, 전 지구 평균 0.13℃보다 두 배 더 빠르다고 분석됐다. 지난해 한반도 해역 해수면 온도는 18.6℃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 17.3℃보다 1.3℃ 높았고, 최근 10년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7월 8일 기준 해수면 온도 편차 분포. 현재 온도가 평년값보다 뜨거우면 붉은색, 차가우면 푸른색으로 나타냈다. 좌측 상단 북서태평양의 붉은색 분포가 선명하다. ⓒClimateReanalyzer

② 장마는 원래 변화무쌍, 그러나

다만 장마는 매해 변하고 꾸준히 변해 왔다. 특히 2022년 기상청이 펴낸 <장마백서>를 보면 수십 년 단위, 10여 년 단위 등 중장기적인 주기로 일정하게 변하는 흐름이 감지됐다.

장마 강수량은 1955년부터 2005년까지 50여 년간은 10년당 33㎜가 증가하는 상승 추세를 보이다가 이후로는 감소세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00년대 이후부터는 여름 강수 시작이 6월 초에서 말로 점차 늦어지고, 종료 시점도 9월 초에서 말로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차이는 1973~1993년과 1994~2020년 두 기간의 평균값을 비교하면 더 뚜렷했다. 6월 초에 강수량과 강수일이 현저히 줄어든, 일종의 '건기'가 근래에 나타났다. 반면 6월 말과 7월 초 강수량은 과거보다 증가했다. 흔히 '가을장마'라 불리는 2차 우기의 시작은 더 빨라지고 강수 패턴은 보다 복잡해졌다. 또 전에 비해 9월 초·중순의 강수량이 늘며 강수 기간도 길어졌다.

▲<장마백서 2022> 중 1973~1993년(푸른 색) 및 1994~2020년(붉은 색) 기간 별 평균 강수 시계열 그래프.(56개 전국 관측소 평균값) ⓒ장마백서 2022
▲1973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56개 관측소에서 6~9월에 기록된 시간당 30㎜ 이상 강수량의 기간별 비율(1㎜/시 이상 관측된 모든 강수에 대한 백분율). 초록색은 중부, 파란색은 남부, 빨간색은 전국을 뜻한다. 중부와 전국의 강도 높은 강수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장마백서 2022

강수 강도는 세지고 있다. 1973년부터 2020년까지 여름철(6~9월) 시간당 강수량 평균값 그래프를 그려보면, 값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승 추세선이 그려졌다. 이 기간을 10년 단위로 쪼개 각 기간의 강수 강도 분포를 봐도,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 빈도는 최근 20년이 1980~1990년대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10여 년을 주기로 강수량을 분석해 보면, 강수량이 많은 '강장마'와 적은 '약장마'가 교대로 나타나는 흐름도 보였다. 1973~2019년 전국 평균 강수량을 10여 년 주기로 구분해 보면, 강수량이 감소했다가 증가하는 경향이 시소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③ 예측 못 할 '유례없는 장마' 빈번해질 듯

장마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현상이더라도, 이를 기후 변화와 따로 떼어 놓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장마백서 2022>를 집필한 서경환 부산대 교수(대기과학과)는 지난 10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장기적인(수십 년 단위) 변동성은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는 이 현실에서 확인되는 것이므로 기후 변화의 영향 내에서 변화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가 장마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해 서 교수는 "(강수 현상의) 변동성을 더 가중할 것"이라며 "더 복잡하고, 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짧고, 강수량도 남부는 평년의 6분의 1, 제주는 3분의 1에 그친 올해 장마"처럼 "우리가 알고 있던 장마의 모습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더 예측 불가능한 형태의 장마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근래 장마는 '역대 최고' 등의 수식어를 동반하고 있다. 남부지방은 2015~2019년 동안 강수량이 평년값에 크게 못 미치는 '메마른 장마' 현상을 6년 연속 겪었다. 2020년은 장마 기간이 54일(중부 기준)로 1973년 이래 가장 길었고, 전국 강수량은 693.4㎜(중부 856.1㎜)로 평년보다 2배가량 많아 폭우 피해가 심각했다. 2023년 등엔 5월 말부터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아 장마의 구분에 대한 의구심이 일기도 했다.

장마백서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로 본 장마의 미래변화'를 보면, 향후 여름철 전체 강수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IPCC 보고서의 기후 변화 예측 시나리오 중 온실가스가 전혀 감축되지 않고 계속 증가하는 SSP5-8.5를 전제해 다수의 기후 모델을 돌려 봤다. 그 결과 2080~2099년 한반도 지표 기온이 4.5~5.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고,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함유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많아져 "하층 수증기 플럭스(이동량)의 증가로 여름철 강수량은 15~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④ 기상학계 '장마' vs '우기' 고민 중

장마를 '우기'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2000년대부터 기상청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장마의 양상이 달라지고 국지적 폭우가 잦아지는 데다, 장마란 용어가 여름철 내내 내리는 전체 강수 현상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다. 아열대 지역의 건기와 대비되는 좁은 의미의 우기가 아닌, '연중 강수량이 집중되는 시기'라는 사전적인 의미로서다.

2022년엔 정량적인 정의도 시도됐다. 서 교수는 <장마백서>에서 여름철 평균 일 강수량이 4㎜를 넘는 기간을 일반적인 우기라고 개념화했다. 이 중 평균 일 강수량이 7㎜를 넘는 구간을 다시 선별해, 6~7월의 첫 번째 구간은 '1차 우기'로 분류했다. 현재 장마라 부르는 구간이다. 8~9월에 나타나는 두 번째 구간은 2차 우기로 정의했다. 흔히 '가을 장마'라 불리는 강수가 이 구간에 포함된다.

기상청은 2008년 '장마라고 해도 비가 안 오거나 장마가 끝나도 비가 쏟아지는 시기가 많고, 장마를 비가 오는 시기로 알고 있는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예보 발표에서 장마란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한 차례 발표한 바 있다. 기상청은 2022년에도 "여름철 강수 특성의 변화는 분명하기에, 적절한 표현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용어 재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폭염이 계속되는 7월 11일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시내 모습. 사진 속 높은 온도는 붉은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연합뉴스

⑤ 가뭄, 폭염 동시에... 재난 위험 우려

장마철 첫 강수(초기 2~3일)의 경제적 가치는 1099억 원(2020년 기준)가량으로 분석된 바 있다. 장마철의 강수는 대기질 개선, 수자원 확보, 산불예방 효과, 가뭄 경감 효과 등의 이점을 가져다준다. 서 교수는 <장마백서>에서 각 이점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결과 △수자원 확보 202억 7000만 원 △대기질 개선 894억 4000만 원 △산불예방 2400만 원 △가뭄경감 1억 7000만 원 등 총 1099억 원으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장마가 이례적으로 짧고 강수량이 적을 땐 농·축·수산업 등에 큰 피해를 일으키는 '복합재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학계에선 적은 강수량으로 인한 가뭄과 폭염이 동시에 발생할 때 이를 '폭염-가뭄 복합재해'로 부른다. 지난달 발표된 <국내 폭염-가뭄 복합 재해 발생 증가에 따른 기후 리스크 평가의 필요성> 논문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10년(2014~2023년)간 폭염-가뭄 복합재해가 대폭 늘었다. 연평균 446.3건(1979~2023)에서 915.5건으로 증가했다. 두 배 넘는 증가세다.

현재 제주, 남부, 강원 영동 등의 지역이 처한 상황이다. 이달 초 장마가 끝난 후엔 전국에 푹푹 찌는 폭염이 연일 이어졌다. 사상 처음으로 7월 초에 40℃가 넘는 폭염이 발생했고, 대전, 대구, 광주 등의 12개 지역에선 역대 가장 빠른 열대야가 보고됐다.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2.9℃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그러나 제주의 6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69.7%(145.2㎜)에 그쳤다. 최근 한 달 강원 영동지방 누적 강수량은 38.3㎜로, 평년(198㎜) 대비 18.5%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지난 9일 집중호우, 태풍 등 자연재난과 가뭄 등 복합재해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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