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자의 힘으로 내란을 진압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지만 윤석열은 아직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내란외환을 시도한 자들과 이에 동조한 세력은 여전히 민주 파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러-우 전쟁, 가자 전쟁에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공습까지 더해져 세계는 더욱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내란·외환 세력 청산과 한반도 평화 수호는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에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는 주한미군 주둔비, 국가보안법, 대 북중러 관계, 한미 통상, 통일부 문제로 나누어 이재명 정부에게 제언을 보내고자 합니다.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7월 8일이 코앞에 닥쳤다. 유예 기간 연장은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엄포대로라면 미국이 지난 4월 2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자국의 국내법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전 세계 교역 상대국들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은 곧 적용되기 시작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6월 30일 현재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마친 나라는 중국과 영국, 두 나라뿐이고 그나마도 중국은 희토류와 반도체 규제를 둘러싼 갈등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당초 발표된 관세율 수준이 그대로 시행되면 세계경제는 당분간 말 그대로 재앙을 경험할 수 있다. 각국 협상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최근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는 한미 통상 협상의 제3차 '기술적 협의'가 열렸다.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미공개다.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는 것 등이 의제로 논의되었을 듯하다.
이들 의제의 구성은 미국 측이 통상과 안보의 연계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결국 관세는 애초 예상처럼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이것저것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 휘두른 협상용 몽둥이였던 셈이다.

미국의 통상-안보 연계에 대응하는 전략과 원칙은 있는가
다만 협상 구도에서 미국 측 공세가 거칠고 전략적인 데 반해 한국 측은 개별 의제별로 방어에 급급한 인상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논의 내용 자체가 한국이 수세적일 수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는 이미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시작된 일이다. 동북아시아 역내 군사적 긴장 관계가 중국에 대한 경제 봉쇄로 불이 옮겨 붙으면서 안보와 통상의 연계 조짐이 포착된 것도 이미 트럼프 1기 때의 일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를 요구했고 한국 제조 역량의 미국으로의 이전을 시도했다. 그러니 어쩌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일찍이 막다른 길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안보와 통상의 연계를 통해 미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세계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새 정부의 밑그림은 추상적이게만 보인다. 어쩌면 미국이 기존 국제 질서로 되돌아가 현상 유지 세력으로 남아 주기를 막연히 소망하는 듯하다.
이번 한국 협상단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기존 틀을 준거로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선언적인 '전술'일 뿐이다. 전술은 있으되 '전략'과 '철학'은 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가 '국익'을 중시하겠다는 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도대체 어떤 국익을 말하는가. 이번 협상에 과연 원칙은 있는지 묻는 것이다.
초대받지 못한 한국 노동자들, 사지로 내몰리는 한국 농민들
6월 30일 산업자원통상부 공청회에서 정부는 한미 FTA 수준의 관세 철폐를 요청하며 대(對)미 투자와 산업 협력의 굳건한 의지를 분명히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및 업계 의견은 농업계 1인을 제외한 3인 모두 사실상 자본가 단체의 입장을 대변했다. 포기할 수 없는 미국 시장의 가치가 칭송되었고 산업 협력을 아예 종합선물세트로 패키지 구성해 미국이 가려운 부위를 한국이 긁어주겠노라고 호소하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그러나 자본은 미국에 투자해도 가치 증식의 길을 열 수 있지만, 자본이 떠나고 물량이 빠진 상태에서 남겨진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공청회는 그 문제에 답하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그 자리에 한국의 노동자 계급은 초대받지 않았다.
새 정부도 한미 동맹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실제로는 당장 내어줄 수 있는 부분부터 따져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고 그 대가로 관세율의 얼마간 인하를 허락받으려는 전술로부터 벗어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단기간 내에 합의하기 힘든 민감한 의제의 경우 여론을 살피며 추가 조율을 거쳐 수용 폭을 조절하려고 들 것이다.
이른바 '7월 패키지'는 향후 양국 간 정상 회담을 통해서나 전모가 드러나겠지만 그 내용을 미리 점쳐본다면, 한미 동맹을 위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미국의 중국 봉쇄에 협력하는 내용이 되기 쉽다. 그러나 미국을 위해 자국 제조업 역량의 훼손을 용인하고 추가 시장 개방으로 농민들을 사지에 몰아넣으면서 '중국 앞 항공모함'이 되고 만다면 그것이 21세기판 '가미가제'이지 어떻게 국익이란 말인가?
이 틈을 타 한일 FTA와 CPTPP를 띄워보려는 속셈들
새 정부 통상 정책의 철학 없음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풍경은 때 아닌 FTA 바람이다. 그것도 한일 FTA다. 며칠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일 FTA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메가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본질이 한일 FTA임을 인정한 건 차라리 솔직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그 주위의 소위 전문가들 사이에서 CPTPP를 다시 하자는 목소리가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농어민이 앞장서고 한국 민중이 떨쳐나섰던 CPTPP 반대, 윤석열 반대의 함성이 광장을 채운 지 불과 3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한국경제는 바이든에 이어 트럼프 때문에도 산업 기반을 강탈당할 상황이다. 그런데 6년 전 문재인 정권 당시 소재·부품·장비의 수출 규제로 한국 제조업을 위기에 빠뜨렸던 제조업 강국 일본과 FTA를 하자는 것인가. 그새 한일 간 제조업 역량의 비대칭이 해소되었는가. 그새 후쿠시마 수산물 문제가 해소되었는가. 그새 과거사 문제가 해소되었는가.
엄연히 일본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제국주의 지배를 중개해온 역사적 '마름'이었다. 그런데 이미 세계 제2위의 FTA 네트워크를 가진 한국이 왜 그런 일본과 지금보다 더 특수한 관계를 맺어야 한단 말인가. CPTPP도, 한일 FTA도, 절대 안 된다.
대미 투자? 산업 협력? 오로지 한국 자본과 제국주의 미국만 위한 것
새 정부는 미국이 통상과 안보를 연계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우리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국은 유사시 자국의 군대마저 지휘할 수 없는, 군사적으로 미국에 완전히 종속된 나라다. 미국은 지금 자신의 군사적 보호국을 상대로 안보를 인질삼아 협상에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고자 한다. 그 관계를 끊어내지 않는 한 협상장은 기울어져도 한참 기울어져 있다.
한미 FTA는 적절한 준거가 못 된다. 이미 미국부터 관련 규정을 위반한 상황에서 그 틀에 얽매일 이유는 없다. 독소조항을 품은 한미 FTA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폐기 선언을 하는 편이 옳다. 미국은 협정문 제23장 주석 2의 '안보일방주의' 조항을 들며 트럼프 관세가 안보사항이어서 위반이 아니라고 오리발 내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안보사항이란 말인가.
미국 측이 제기한 의제가 미국이 원하는 대로 타결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정부 방침인 대미 투자와 산업 협력은 한국 자본과 제국주의 미국을 위한 활로일 뿐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책의 실패는 예정되어 있다.
정부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국내외적으로 제조업 역량 방어를 위한 총력 대응에 적극 나서되, 일점 시점부터는 대미 협상을 실질적으로 유예시키는 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고율 관세 정책의 미국 내 부작용이 확인되고 내부적으로 증폭된 반발에 휩싸이면 무도한 독재자를 미국 민중이 심판할 수 있다. 정부는 한국 민중의 반발 때문에 더 이상의 양보는 불가능하다고 핑계라도 대시라. 광장의 우리가 다시 제대로 싸울 채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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