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12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30대 남성이 교제하던 여성을 납치·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수사과정의 미흡한 점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강은미 화성동탄경찰서장은 28일 오 2시께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12일 화성동탄서의 안전조치를 받고 있던 피해자가 가해자에 의해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강 서장은 "사건 발생 직후 경찰서 자체적으로 경찰의 조치 과정 등 적정성을 살폈다"며 "그동안 피해자 측은 112 신고 등 방법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호소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 서장은 지금까지 경찰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 조사 내용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강 서장은 "2차 112 신고(2025년 2월 23일)에서도 '단순 말다툼이었다'는 피해자 진술에 현장 종결을 했으나, 경찰관들이 떠난 뒤 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가 있었다"면서 "3차 112 신고(3월 3일) 후 피해자가 고소장 및 녹취록을 제출하고, 가해자의 접근 시도 정황을 알렸으나, 범죄 혐의의 중대성과 가해자 재범 위험성을 간과해 추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사건 수사 역시 신속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 감찰을 진행, 전체 내용을 재확인하고 있다.
우선 화성동탄서가 자체적으로 조치 과정을 살핀 결과 경찰이 사건을 경미하게 종결하거나 심각한 피해 사실이 있음에도 상담으로 마무리한 점, 범죄 혐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을 간과해 추가 안전조치 등을 진행하지 않은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9월 피해자 A(30대·여)씨는 경찰에 가해자 B(30대)씨 폭행 사실을 신고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사건 상황과 이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B씨가 지속적으로 A씨를 폭행해 왔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 이미 화해했다"는 A씨 진술을 듣고 종합 검토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와 B씨 관계를 확인하는 '사실혼 관계 체크리스트'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고, 단순 교제 폭력으로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2월 A씨로부터 2차 폭행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A씨는 "단순 말다툼"이라고 경찰에 진술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조치 없이 이를 마무리 지었다.
이후 경찰이 떠난 뒤 B씨가 재차 A씨를 심각하게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고, 추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심각한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도 사건을 접수하지 않은 채 상담으로 마무리해 버렸다.
또 A씨는 지난 4월 112 신고 후 고소장과 피해 상황 녹취록 등이 담긴 600쪽 분량의 고소보충이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 600쪽의 서면에는 B씨가 A씨에게 접근을 시도한 정황과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러한 A씨 호소에도 범죄 혐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을 인지하지 않은 채 추가 안전조치 등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 지난 12일 오전 10시42분 화성시 능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B씨가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극단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강 서장은 "현재 경기남부청의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저 또한 화성동탄서의 책임자로서 그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체 진행 사건에 대해 전수 점검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 보호조치 적정성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찰청 등과 소통을 통해 '관계성 범죄' 사건 처리와 피해자 보호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번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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