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두 달 이상 가자지구 식량 반입을 막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기본적인 양의 식량"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 작전 확대를 발표하며 가자지구에서 하루 만에 100명 이상이 사망한 뒤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실은 18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 기아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들에 기본적인 양의 식량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은 기아 위기가 "하마스를 물리치기 위한 작전 지속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식량 반입 배경에 "이스라엘군의 권고와 전투 확대를 가능하게 할 작전상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1일 가자지구 전쟁 1단계 휴전이 끝난 뒤 이스라엘이 물, 식량 반입 금지를 포함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해 기아 위기가 치솟았다. 지난주 나온 유엔(UN)의 식량 불안 평가 지표인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 90%가 굶주리고 있다.
총리실 성명은 식량 반입 시기와 규모, 배분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았지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 조치가 안보 내각 회의에서 승인됐고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반입되는 구호품이 하마스에 전용된다는 핑계로 식량 반입을 막아 왔다. 이는 기존에 구호품을 반입 및 배급하던 유엔 및 구호단체들이 부정하는 주장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동조해 5월 말부터 유엔을 배제한 채 가자지구에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구호를 시작할 예정인데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이스라엘 총리실이 발표한 구호 재개는 이러한 미국 지원이 시작될 때까지 약 1주일간만 가동될 "임시 조치"라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고 전했다.
예정된 미국 주도 구호는 가자지구에 기아가 광범위한 데 반해 그 수가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 배분소가 남부에 한정돼 인도주의 목적보다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을 이주시키려는 이스라엘 군사 목표에 부합한다는 점 탓에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밝힌 "임시" 구호 재개는 유엔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엔 인도주의 담당 사무차장 톰 플레처의 대변인 에리 카네코는 이스라엘 당국이 "제한적인 구호품 배송을 재개"해달라고 유엔에 요청했다고 확인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총리실의 구호 재개 결정이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 봉쇄를 끝내 식량 위기를 피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커진 데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중동 순방 중 "우린 가자지구를 주시하고 있다. 우린 이를 해결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동시에 가자지구 공격을 확대해 18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에서 "광범위한 지상 작전"을 시작해 "하마스에 대한 전투에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에피 데프린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번 작전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작전 통제 구역을 확장"하고 "가자지구를 2분할해 작전 지역 내 주민들을 이동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AP> 통신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따르면 칸유니스 및 인근에서 이날 공습으로 어린이 18명과 여성 13명을 포함해 4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 비상대책국 및 민방위에 따르면 북부 자발리아에서도 주택 폭격으로 가족 9명이 숨졌고 또 다른 주택 폭격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졌다.
<AP>는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수십 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0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사망자 수를 최소 144명으로 집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7일 이후 이달 18일까지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가자지구 사망자는 5만5339명, 부상자는 12만1043명이다. 지난 3월 휴전 연장이 실패하고 이스라엘 공격이 재개된 뒤 추가 사망자만 3193명에 이른다.
무너진 집 주변에 머물고 있는 가자지구 북부 베히트라히야 주민 파티마 알라할(34)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극심한 공포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수 없다. 폭격 소리가 무섭다"며 "이 전쟁이 빨리 끝나는 걸 바라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18일 성명을 통해 휴전 협상에서 "전쟁 종식"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시사해 눈길을 끌었지만, 동시에 "가자지구 비무장화" 등 하마스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한 조건을 언급했다.
하마스 고위 소식통은 18일 영국 BBC 방송에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비타협적 태도로 인해 지금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된 협상에서 아무런 돌파구나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포괄적이고 영구적인 휴전 합의에 도달하는 조건으로" 남은 이스라엘 인질 전원을 석방할 의향을 표명했지만 "이스라엘쪽이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일시 휴전을 대가로 인질을 1~2차례 돌려 받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은 58명이지만 그 중 생존자는 절반도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 또한 지금까지 회담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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