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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끊지 못한 국민의힘, 대선 뒤 나락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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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끊지 못한 국민의힘, 대선 뒤 나락간다

[최창렬 칼럼] 잘 지는 법도 잊은 막장 대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지난 주말의 당내 후보 교체 쿠데타를 딛고 후보 자리를 지켜냈다. 노동 현장을 누비는 민주화 투사였던 경력에서 오는 뚝심이 한 몫 했지만 윤석열을 옹호하던 당원들마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던 절차적 하자가 집단지성을 촉발한 것이 주효했다.

후보 확정 이후 김 후보는 사무총장에 4선 진주갑 출신의 박대출 의원을 임명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를 유임시켰다. 당내 내분을 봉합하고 통합을 위해 친윤 의원을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한가하기 짝이 없는 인사가 아닐 수 없다. 박 의원은 친윤 의원으로서 탄핵 반대를 주도하고 체포영장 집행 반대를 주도한 그룹의 주요멤버다. 김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줄기차고 일관되게 탄핵을 반대했고, 경선 직후에도 윤석열 출당을 반대했다.

사실상 변수조차 별반 보이지 않는 이번 대선에서 그나마 관전 포인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첫째, 과연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윤석열과 절연할 수 있는냐의 여부, 둘째, 윤석열 탄핵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수정할 수 있을 것인가, 셋째, 자유통일당이나 전광훈 목사와, 황교안 후보와의 관계 설정 등의 문제가 될 것이다.

초선이자 당내 개혁소장파로 꼽히는 김용태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김 위원장의 일성이 계엄에 대한 사과를 언급했다는 면에서는 변화의 단초를 볼 수 있을지 몰라도 박 의원의 사무총장 기용은 그동안의 김 후보 인식의 연장으로 해석된다는 면에서 윤 전 대통령 출당 등을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같은 논리로 강성 극우와의 결별 역시 결단할 가능성이 낮다.

21대 대선은 계엄과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계엄 진압과 탄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민주당이 유리하다. 여론조사 지표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대선이 미래전망적 투표 성향을 띤다는 일반론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탄핵과 내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이 계엄의 강과 탄핵의 바다를 극복하지 못하면 이번 선거는 의미 자체를 찾기 어렵다. 역대 어느 선거가 이번 선거와 견줄 수 있을까.

범보수는 후보 확정 마지막 순간까지 역대급 최악의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가뜩이나 이재명 우위의 구도에 화룡점정을 찍고 민주당 우세의 구도를 공고화시켰다. 정당 민주주의라는 고상한 말을 들출 것도 없이 국민의힘 주류가 갖는 반민주적 생각이 상상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시켰다. 게다가 반이재명, 개헌 연대를 토대로 한 빅텐트 발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보수는 무엇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인가.

선거는 보름 남짓 후면 끝난다. 이후라고 정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만약 정권이 교체되면 정치는 정상 궤도를 찾아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여러 군데서 찾을 수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요인이 보수의 궤멸 가능성이다. 지금이라도 보수진영과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협애한 보수정치 내에서의 기득권 정치를 유지하기 위한 역사적 퇴행과 결별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그렇게 원하는 알량한 기득권이나마 지탱할 수 있다.

12·3 탄핵 이후 보여줬던 극우와 국민의힘 일부의 비상식과 몰이성의 정치행태는 대선에서 민주당과 이 후보의 압도적 우위라는 결과를 낳았다. 보수는 '폭망' 직전이다. 선거 승패가 문제가 아니다. 2007년 17대 대선 때 진보 진영은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530만 표 차이로 패배했다. 투표율은 민주화 이후 최저인 63%에 머물렀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 기록이 모두 깨질 판이다.

보수가 조종(弔鐘)을 울리지 않으려면 비록 기울어진 선거 지형이지만 국민일반의 민심에 부응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노력의 중심에 ‘탄핵의 강’ 극복이 있다. TK 지역과 일부 철옹성에서 배지 달고 야당으로서 반이재명을 부르짖는 게 대선 승리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보수가 건강해야 진보도 건강해지고 정치도 복원될 수 있다. 모두가 공감하는 개헌은 이번 대선에서 어젠다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개헌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개헌을 주창하는 세력의 순수성을 유권자들이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보수의 선거전략은 반이재명에만 머물러 있다. 반이재명 캠페인이 실질적 성과를 얻으려면 계엄과 탄핵에 대한 기존의 태도에 대해 절절한 통회(痛悔)가 전제되어야 한다. 죄과에 대한 씻김이 없으면 어떠한 구호도 전략도 주효하지 않다. 다윗이 절절하게 기도했던 참회가 있으면 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선거 이후에 보수는 새로운 영토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보수의 폭망이 눈앞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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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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