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으로 가다 보면 이상한 지명을 볼 수가 있다. 월곶이라는 곳이다. 거기서 조금 더 시흥 쪽으로 가다 보면 ‘배곧’이라는 곳이 나온다. 처음에 지나갈 때는 ‘배곶’을 잘못 쓴 것이 아닌가 의아하기도 하였지만, 지명이므로 뭐라 할 것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오이도라는 곳으로 몇 번 가면서 이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 년 간 언어(어휘)를 공부한 사람이 이러한 이상한 지명을 두고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어서 오이도에 도착한 다음 인터넷을 뒤져서 살펴보았다.
그래서 오늘은 이러한 지명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우선 우리의 고유한 지명은 한자로 옮기면서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어원과 전혀 상관이 없는 한자어를 가져다 쓴 곳이 의외로 많다. 그나마 우리말이 제대로 전해지는 곳들이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월곶과 배곧의 지명에 관한 이야기만 하기로 한다.
우선 ‘곶’이라는 단어를 먼저 살펴보자. 가장 유명한 곳이 아마도 ‘호미곶’일 것이다 포항에 가면 필수 여행지로 알려진 곳이다. 필자도 가족과 함께 다녀온 곳이기도 하다. ‘곶’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보면
곶(串 곶 : 곶) 1. 바다 쪽으로 좁고 길게 내민 땅
2. ‘숲’의 방언
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곶’이란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나간 땅’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다나 들 쪽으로 좁고 길게 내민 땅이나 지형은 ‘지취’라고도 한다. 유의어로는 ‘갑각’이라는 말도 있다. 예문을 보자.
섭지코지에서 섭지는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란 뜻이고 코지는 ‘곶’의 제주 방언이다.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사공은 어느새 뛰어내려 노에 몸을 의지한 채 곶머리로 헤어나고 있었다.
와 같이 쓴다. 그러므로 ‘월곶’은 시흥시 월곶동을 일컫는 말로 소래포구를 포함한 넓은 곳을 이르는 말이다. 월곶포구축제도 하여 제법 이름이 난 곳이다.
한편 배곧이라는 지명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받침이 아니라 특이하지 않을 수 없다. 월곶 옆에 길게 뻗은 정왕이라는 곳을 배곧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원래 ‘배곧’이란 국어사전에서는
이전에 강습소, 학교, 학원 등 무엇을 배우는 곳을 이르던 말
이다. 이곳은 원래 바다였는데, 1985년부터 1996년까지 한국화약(한화)에서 매립해, 1997년 준공한 군용화약류 성능시험장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화매립지, 또는 군자매립지라고 불려왔는데, 2006년 시흥시가 한화로부터 매입하여 신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나무위키>에서 발췌 요약함) 그러다가 2011년에 ‘군자배곧신도시’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현재의 이르러 ‘배곧’으로 명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곳의 이름은 일반적인 ‘곶’과는 전혀 의미가 다르다. 주시경 선생이 ‘조선어 강습원’을 ‘배곧’이라 했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과거에는 지역명이 존재하지 않았던 곳이다. 시흥시가 이곳을 교육 도시의 면모를 확정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지은 명칭이다.
필자가 사는 세종시는 아파트 이름이 순우리말로 되어 있다. ‘가락마을’, ‘가온마을’, ‘첫마을’ 등으로 우리말을 사용하여 정감이 가는 도시다. 앞으로 계속 이러한 도시가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