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임기 100일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0년 동안 실시된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여론조사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경제 문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ABC와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18~22일 미국 성인 24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오차범위 ±2% 포인트)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45년 이후 실시한 대통령 취임 100일 여론조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방송에 따르면 그동안 취임 100일 여론조사에서 가장 낮은 지지지율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 때 기록했던 42%였는데, 이번에 39%의 지지를 받으면서 본인의 기록을 경신한 셈이 됐다.
방송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 문제를 꼽았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73%는 현재 미국 경제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답했는데, 이 중 53%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 악화됐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72%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단기적으로 경기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1%는 본인의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으며 62%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물가 억제를 약속했지만 현재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물가 상승 요인에 대해 응답자의 71%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부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이후 치러진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방송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가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성인 16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8일 공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9% 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기관의 3월 조사 51%에서 8% 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며,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 기록했던 가장 나쁜 수치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응답자의 다수가 백악관이 주도하는 무역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다고 전했다. 응답자의 55%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나쁜 정책이었다고 답했는데 좋은 정책이었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관세에 대해서도 53%가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며 32%만이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응답자의 58%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발표 및 이행에 있어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으며, 그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72%)와 미국의 국제적 위상(60%) 및 본인 개인의 재정(59%)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53%의 응답자는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관세가 경제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송은 트럼프 정부가 추진한 관세의 영향이 상당 부분 남아 있는 가운데, 응답자의 10명 중 6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생활비를 상승시켰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응답자의 69%는 내년에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는데, 이 중 32%는 매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4%만이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29%는 비관적, 37%는 우려한다고 답했다. 45세 미만의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비관적이거나 두려운 상황이라고 밝혔고 비백인에서도 76%가 이러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방송 CBS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유고브가 지난 23~25일 미국 성인 23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8일 공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4% 포인트)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는데, 응답자의 69%는 트럼프 정부가 물가 안정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2%는 트럼프 정부가 관세 부과에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수입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1월 19일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46%가 지지했으나 지금은 41%로 줄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미국인들의 의심이 커지는 모양새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무역 정책에 대해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4월 13일 조사에서는 50 대 50을 기록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응답이 55%, 명확한 것 같다는 응답이 45%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과 관련해 트럼프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월 2일 조사에서 46%로 나타났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8%로 하락했다. 또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재정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응답은 48%, 비슷하다는 응답은 33%로 집계됐다. 경제 분야와 관련한 트럼프 정부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42%로 나타났는데, 4월 13일 44%, 3월 30일 48%, 3월 2일 51%와 비교했을 때 하락하는 추세다.
응답자의 53%는 향후 미국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른바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 추종자들의 70%는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답해 전체 여론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여러 정책 중 상대적으로 이민과 관련한 대처는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불법이민자를 추방하는 트럼프 정부 정책에 지지한다는 응답은 56%, 반대한다는 답은 44%로 나타났다.
다만 합법적인 미국 거주자가 실수로 구금되는 것에 대해서는 용인할 수 없다는 응답이 73%, 실수로 추방되는 것에 대해서는 81%의 응답자가 용인할 수 없다고 답했는데, '마가'지지자들의 53%는 실수로 구금되더라도 용인할 수 있다고 응답해 이 사안에서도 전체 여론과 다른 경향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45%로 집계됐는데 취임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모양새다.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2월 9일 53%, 3월 2일 51%, 3월 30일 50%, 4월 13일 47%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가짜 뉴스의 여론조사는 뉴스와 마찬가지로 가짜다!"라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잘하고 있다"고 주장해 본인에게 불리한 여론조사가 가짜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상 불가능한 세 번째 대통령 출마에 대해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공개된 미국 매체 <디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법무부에 본인의 재출마에 대한 합법성을 조사하도록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큰 충격이 될 것이다, 그렇지?"라고 웃으면서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는 2020년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 선거에 대해서도 여전히 본인이 승리했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매우 정직한 사람이고, 진심으로 그것(승리)을 믿는다.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저는 그것을 사실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첫 번째 집권 당시 부패한 사람들이 많아 "국가를 살리는 데" 목적을 뒀다면서, 이번에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국가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하는 일은 심각한 일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정말 즐겁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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