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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만든 '부패완판'과 '무속 정권'의 끝판왕 건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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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만든 '부패완판'과 '무속 정권'의 끝판왕 건진법사

[박세열 칼럼] '무속 정권' 뜯어보니 '부패'의 악취가

박정희 시절 '풍년 사업'이라는 게 있었다. 1970년 12월 22일 이후락이 중앙정보부장에 취임한다. 그리고 1971년 대통령 선거 대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보부 차장보였던 강창성은 어느날 3국 부국장 김성락을 불렀다. "김 영감이 유명한 집 알지 않소?" 김성락은 그날부터 며칠동안 출근도 거른채 목욕재계하고 집에 모셔놓은 불상에 불공을 드리면서 정성을 모았다. 그리고 그가 스승으로 모시는 복술가(점 치는 사람)에게 박정희, 김대중 두 사람의 성명과 사주를 주고 가장 좋은 날짜를 물었다. 당시 김대중의 사주는 불명하여 애로가 많았다고 한다. 이름도 개명한 기록이 있고 생년월일 또한 여럿이라 혼란스러웠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거일이 1971년 4월 27일로 정해졌다.

박정희 정부 중앙정보부 공채 1기(1965년)로 중앙정보부 기획조정실장(1980)을 지낸 이종찬 광복회장의 회고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종찬은 "그날이 박 대통령에게는 길일(吉日), 김대중에게는 절명일(絶命日) 혼망일(魂忘日)이라하여 선택한 것"이라고 적었다. 무속으로 대선 날짜를 점지하고 영구집권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한 이 프로젝트를 '풍년 사업'이라 불렀다 한다.

5.16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꿈꿨다. 3선 개헌을 통해 나선 1971년 7대 대통령선거에서 그는 자신에 맞서는 '40대 기수' 김대중을 '절명'시키기 위해 점집의 도움을 받아 선거일을 정했다. 결국 그해 선거에서 김대중을 물리친 박정희는 친위 쿠데타(유신 쿠데타)를 일으킨다. 박정희와 중앙정보부도 '무속'에 의지해 국사와 쿠데타를 논한 셈이다.

한국의 권력 엘리트들이 무속에 빠지는 건 흔한 일이다. 김건희는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 바닥에선 누가 굿하고(하는지) 나한테 다 보고 들어온다. 누가 점 보러 가고 이런 거"라고 말한다. "홍준표도 굿했어요? 유승민도?"라고 묻자 김건희는 "그럼"이라고 답한다.(홍준표, 유승민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영화 <더킹>에서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부장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이 점집에서 나오면서 "대중이 대중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구 줄을 잡아야 할지 점집 보살에게 운명을 맡겼다. 점쟁이의 말대로 김대중 라인에 선 한강식 부장검사는 '검찰 소왕국'의 실세로 남아 권세를 누린다. 물론 그 끝은 몰락이었다.

참담한 일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박정희의 세계'나, '한강식의 세계', 그리고 '박근혜의 세계'를 뛰어 넘는 '무속 정권'이었다. 그것도 국민이 도저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지경의 부끄럽고 민망한 '무속 정권'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인 2021년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후 '검수완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금 부패는 완전히 판을 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윤석열 본인 주변의 악취 나는 부패 말이다.

대통령실 터를 점지하는 무속인(천공 등),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의 선거 조력 무속인(명태균 미륵보살), 친위 쿠데타 날짜를 점지하고 실행한 무속인(버거보살)에 이어 이번엔 '비리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그가 윤석열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윤석열과 김건희의 이름을 팔아 비리를 저질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과연 윤석열과 김건희는 건진법사의 비리와 무관한가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윤석열은 자신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건진법사가 논란이 됐을 때 "당 관계자한테 그분을 소개받아서 인사를 한 적이 있는데, 스님으로 저는 알고 있고. 법사라고 저는 들었다. (비선 논란은) 참 황당한 얘기다"라고 말한 바 있다. 건진법사가 김건희의 전시기획사 코바나 명함을 들고 다녔는데도 "금시초문"이라고 잡아 뗐다. 이런 뻔뻔한 거짓말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건진법사는 윤석열이 관계를 부인한 후에도 대선 캠프 관계자에게 보고를 받고, 대선 이후 인사 청탁을 하러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2024년 12월3일) 이후에도 김건희의 모친, 즉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과 40분 넘게 긴밀한 통화를 한 내역까지 나왔다. 대체 건진법사는 윤석열 부부와 무슨 관계인가.

공교롭게도 윤석열이 파면된 후 그 건진법사의 집에선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 포장 현금 5000만 원이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돈뭉치엔 2022년 5월 13일이란 날짜와 함께 기기 번호, 담당자, 일련번호 등이 적혀 있다. 2022년 5월 1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3일 후다. 이를 보고 이명박 정권 시절 '관봉'을 두른 현금 뭉치가 입막음용 뇌물로 등장했던 상황을 떠올리는 것 같다. 당시 관봉 5000만 원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밝혀졌다.

엽기적인 돈뭉치 사건과 함께 더 충격적인 일은 건진법사가 60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김건희 선물용'으로 받아챙겼다는 것이다. 준 사람(통일교 전 고위 간부 윤모 씨)도, 받은 사람(건진법사)도 인정하는 이 목걸이는 지금 건진법사의 손에 없다. 그는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6000만 원 짜리 목걸이를 무슨 카드지갑 잃어버리듯 잃어버린다는 게 가능할까? 이걸 믿는 사람이 있을까? 건진법사가 목걸이를 자의적으로 처분했다면 처분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굳이 '잃어버렸다'는 황당한 변명을 대고 있다. 그리고 온 세상 사람들은 이미 영부인 김건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가방을 받는 영상을 지켜본 바 있다.

윤석열이 '스님'으로 알고 있다는 건진법사의 이른바 '법사폰'으로 알려진 휴대전화 3대와 태블릿 PC 2대 속에는 각종 인사 청탁이 의심되는 정황들이 넘친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초반에 각종 공기업 관련 인사 등을 최은순과 김건희가 챙기고 있다는 풍문이 나돈 바 있다. 실제 2023년 3월에는 건진법사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내가 뭘 해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다닌다는 첩보가 대통령실로 들어갔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건진법사를 직접 찾아가 구두 경고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미신과 무속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일반 사람들도 불안한 미래 앞에서 이 사회와 종교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들을 안고 살아가면서 점집에 의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신과 무속이 권력과 결합했을때 얼마나 추악해지는지 윤석열 정부는 보여준다.

박정희도 사이비 종교 지도자 최태민의 '국정 농단'을 감지해 직접 불러 친국(왕이 직접 죄인을 심문)을 했다고 하는데, 윤석열은 숫제 온갖 '최태민들'에게 둘싸인 '장님 무사'였던 게 아닌가? 김건희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쥴리' 할 그런 시간에 난 차라리 책 읽거나 도사들과 같이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라고 말한 바 있다. 이들 부부는 '삶'이 아니라 도사들과 '국정'을 논의하고 공유했다.

그나마 윤석열에 국정운영을 조언했다는 천공이나 관저 터의 풍수를 봐줬다는 백재권은 귀여운 수준이다. '미륵보살'이라 불렸다는 명태균에 선거를 맡기고 공천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이어 친위 쿠데타에 동원된 '버거 보살' 노상원이 경악과 분노를 불러왔다면, 건진법사의 금권 비리는 윤석열 정권의 마지막 남은 추악한 부패의 단면을 보여준다.

'부패완판'을 막겠다고 거짓말을 했던 윤석열은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는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반성하지도 않는다. '무속 정권'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는 지금,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은 양심 있는 시민들 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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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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