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미국에 경제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NBC는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의 세계 무역에서의 리더십을 내팽개쳤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를 비롯한 약탈적인 무역 정책에 대해 "세계에 대한 트럼프의 적대감은 '탈세계화'가 아니라 '탈미국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은 "미국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적인 통합은 계속될 것이다. 세계화의 주요 원인은 기술(교통, 정보)과 지정학적 요인(소련 붕괴로 주요 강대국이 반대하지 않음)"이기 때문이라며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더 많은 미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게 된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들의 자유 무역을 통한 번영과 동맹을 통한 안보 추구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송은 "트럼프는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다른 국가들은 그 이점을 인정한다. 트럼프의 적대적인 태도는 세계가 우리(미국) 없이도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최근 베트남과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방문을 거론했다.
방송은 "21세기 들어 베트남은 중국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친미적인 국가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에 46%의 관세를 부과했고, 베트남이 이미 낮은 세율인 대미 관세를 0%로 낮추겠다고 제안했을 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베트남을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이번주 베트남은 중국과 생산 및 공급망을 포함한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트럼프의 관세가 베트남의 무역 규모를 줄이지는 못할 것이다. 단지 미국과의 무역 규모가 줄어들 뿐"이라며 "세계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중심이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이익을 해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재임 당시부터 세계화에 반대해 왔다. 그는 2017년 당시 12개국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고 개별 국가들과 무역 협정을 맺으며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실제로 협정 체결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이 탈퇴한지 1년이 지난 2018년 기존 TPP 협정국이던 일본, 캐나다, 호주,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등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맺었고 중국은 2025년 현재 가입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방송은 "CPTPP가 중국의 가입을 거부하더라도, 트럼프의 무역 적대감은 인해 개별 회원국들이 중국이 제공하는 상대적 안정감을 추구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트럼프는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대신, 오히려 중국의 길을 닦아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은 중국이 유럽연합(EU) 등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국가 간 신뢰는 소중하다.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깨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고, 되찾는 것도 쉽지 않다"며 "트럼프는 동맹국이나 무역 상대국으로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경제 대국으로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일갈했다.
방송은 "미국의 세기는 끝났고, 세계는 '규칙 기반 질서'가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보다는 제1차 세계 대전 이전과 더 유사하다"라며 "하지만 만약 그 결과가 중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이라면, 역사학자들은 중국이 세계 지도력을 차지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그 자리를 내던졌다고 지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정책 때문에 스스로를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수호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국이 이를 세계에 납득시킬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스터디 타임스>의 전 부주필 덩위원은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중국의 선전 전술이 바뀐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른 실수로 중국의 선전이 유리하게 작용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시진핑 주석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암묵적으로 비판하는 연설을 하며 세계화의 예상치 못한 수호자로 떠올랐다"며 지금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의 보호무역을 비판하는 영상과 사진 등이 중국 당국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게재되고 있다면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무역 상대국들이 자국 제품을 미국에서 팔지 못하면 우리 수출품을 살 여유가 없다. 이는 미국인들의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고 연설한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분석가들은 중국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허위 정보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이 중국에 미국 비판을 위해 필요한 모든 소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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