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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쓴 윤석열에 눈물바다…"윤석열 어게인"·"탄핵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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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빨간 모자' 쓴 윤석열에 눈물바다…"윤석열 어게인"·"탄핵 무효"

[현장] 파면에도 위풍당당 태도에 지지자들 오열…서초동 주민들은 "민폐"·"안쓰럽다" 엇갈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일주일 만에 11일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해 서초동 사저로 이동했다. 지난 2022년 11월 7일 관저에 입주한 후 886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관저와 사저 주변에 모여 "윤석열 어게인(Again)", "대통령은 우리가 끝까지 지킨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열했다.

경찰의 질서 유지 등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 이동은 큰 탈 없이 진행됐지만, 사저 앞 지지자 중 한 명은 윤 전 대통령의 관저 퇴거 소식을 듣고 "이건 아니잖아"라며 자리에 주저앉은 채 오열하다 실신해 병원으로 호송됐다.

尹, 한남동 떠나며 'MAKE KOREA GREAT AGAIN' 모자 쓰고 인사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는 이날 윤 전 대통령 관저 퇴거에 앞서 일찌감치 지지자들로 붐볐다.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관저 입구부터 국제루터교회 앞까지 한남대로 1차선을 200미터(m)가량을 점거하고 산발적으로 집회를 열었다. 무대에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응원가가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7년 째 광화문에서 열리는 기독교 집회에 참석해 왔다는 조모 씨(60대)는 "우리 대통령 건강히 지내시라고 말하고 국민이 이리 원한다고 보여주려고 왔다"며 "탄핵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다음 대선에) 누구 찍으라고 명해주면 우린 다 찍을 준비가 돼 있다"며 참석 이유를 밝혔다.

땀을 연신 흘리면서도 호랑이 동물 옷차림으로 집회에 참석한 박모 씨(60대)는 "윤 대통령이 호랑이를 닮기도 해서 매번 이러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다"며 "이재명이 미군 철수를 하고 고려연방제를 한다며 나라를 망치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집회 참석 이유를 밝혔다. 박 씨는 "헌재가 뇌물을 받았거나 협박을 받은 게 의심된다"며 헌재 판결을 승복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집회 사회자는 오후 3시 15분경 "청년 200명에겐 대통령을 가까이서 볼 기회를 준다. 정문 앞에 가서 악수도 할 수 있다"며 10~40대 지지자를 무대 앞으로 불러 모았다. 또한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에겐 "건너편 도로로 건너가시라"며 피켓을 들고 대로를 따라 일렬로 늘어서 줄 것을 요청했다.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고 정문에 모인 청년 200명은 100명 씩 정문 양 옆 도로 경찰 통제선 안으로 집결해 윤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이 정문을 열고 걸어 나온 오후 5시 8분경까지 쉬지 않고 "윤 어게인(Yoon Again)", "우리가 지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두 경찰 통제선 사이에 선 영상·사진기자들에게 "좌파 기자 꺼져라", "거짓 미디어 좌빨", "기사 쓸 자격 있느냐?", "나라를 이리 만들어 놓은 좌파 기자"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기 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기 전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퇴거 예정 시각인 오후 5시가 다가오자, 청년 지지자들은 "과잠(대학 이름이 적힌 야구잠바) 입은 학생들 앞으로 오라"며 윤 전 대통령과 악수를 할 사람을 모았다. 한국외대, 한양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건국대, 경북대, 연세대 등이 적힌 과잠을 입은 학생 10명이 5명씩 정문 양옆으로 섰다.

오후 5시 8분 흰색 철제 정문이 옆으로 열리며 윤 전 대통령이 걸어 나오자, "윤 어게인"을 외치던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흐느낌과 오열로 곧장 바뀌었다. 정문 일대는 울음과 박수소리가 함께 터져 나왔다.

웃음을 띤 얼굴로 손을 흔들면서 걸어 나온 윤 전 대통령은 앞에 나와 선 학생들을 먼저 만나 악수하고 어깨를 다독였다. 학생들이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등의 말을 건네는 동안, 뒤에 선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못 지켜드려 죄송합니다" "윤 어게인" 등의 구호를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윤 전 대통령은 5분가량 정문에 머무른 뒤 길을 따라 선 지지자들도 만나 악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지자로부터 'MAKE KOREA GREAT AGAIN(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빨간 모자를 받아 쓴 채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이 문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선 슬로건이었던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차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윤 전 대통령은 차를 타고 유턴해 맞은편 인도로 돌아가 지지자들에게도 똑같이 악수 인사를 했다. 흥분한 지지자들 일부가 차량을 뒤따라 한남대로 10차선 도로를 가로질러가 교통이 잠시 마비되기도 했다. 인사를 마친 윤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오후 5시 15분경 관저 앞을 떠났다.

윤 전 대통령과 악수한 최모 씨(20대)는 "(탄핵 반대 측) 대학생 시국선언을 한 사람을 모은다고 해서 나도 뽑혔다"며 "악수할 때 '사랑하고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정권교체가 안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여길 왔다"고 말했다.

인근 도로에서 집회 현장을 지켜보던 주민 이모 씨(60대)는 현 사태에 "잘했든 못했든 시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안쓰럽게 봤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기 주민들이 불편함이 참 많았다"라며 "시위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가지 않아 주민들이 거의 다 치웠다. 구청에 민원도 제기했는데 소용이 없었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기 앞서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기 앞서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尹, 서초동 사저 앞 지지자들 '오매불망'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앞도 한남동과 마찬가지로 눈물바다였다.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이 서초동에 도착하기에 앞서 유튜브 중계 영상으로 윤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며 탄성을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

지지자 중 한 명이 오후 5시 9분께 확성기로 "나오셨다"며 윤 전 대통령 이름을 선창하자, 한 지지자는 "어머 나오셨어"라며 오열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글썽이며 윤 전 대통령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대통령님, 일일이 악수도 다 해주시네", "마지막까지 진짜…", "여기 다 울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윤 전 대통령이 관저를 출발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서초동에 모인 지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 끝까지 지킨다", "윤석열 어게인" 구호를 연호했다. 지지자 몇몇은 "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윤석열 정신 이어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부정선거 수사하라", "불법탄핵 규탄한다", "헌법재판소 해체", "이재명 구속 민노총 해체" 등 구호도 지속적으로 외쳤다.

윤 전 대통령이 서초동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 "올 시간이 넘었는데…"라며 윤 전 대통령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오후 5시 30분, 윤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아파트 입구에 나타나자 "대통령님"이라는 외마디 소리가 들렸다.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대통령 윤석열"을 연호했다.

윤 전 대통령 차량은 아파트 단지 입구를 지나 건물 앞에 당도했다. '대통령 내외분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쓴 현수막과 함께 미리 대기하고 있던 주민들 십여 명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환영했다.

박모 씨(20대)는 사저로 돌아온 윤 전 대통령 모습에 "슬프기도 하고 화도 나고 억울하다"며 지지자들의 카카오 대화방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대화방은 "보는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이 무슨 말인 줄 알겠다", "사무실에서 엉엉 울었다. 이게 나라냐", "우리 대통령이 무슨 죄가 있다고" 등의 반응으로 가득 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 앞에 도착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향하며 꽃다발을 선물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초동 주민들 "나라 이 꼴 만들고, 오후 5시 이사 민폐" vs "임기 다 안 마치고 와 안쓰러워"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의 복귀에 대한 사저 주민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윤 전 대통령의 이날 사저 이동 자체가 "민폐"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는가 하면, 대통령직 파면 및 관저 퇴거 자체를 안쓰러워하는 이도 있었다.

주민 안모 씨(40대)는 집 주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소란스러워지자 "오후 5시 전후면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오는 시간인데, 다 민폐 아니냐. 이 근처 사람들에게 다 민폐다"라며 "지지자들도 응원을 하더라도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 아이돌 팬클럽 응원이 시끄러워서 주변에 민폐를 끼치면 누가 비판받나. 아이돌이다"라고 말했다.

안 씨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선 "탄핵 찬성할 수밖에 없다.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라며 혀를 찼다. 그는 "초등학생들도 윤석열 나쁘다는 것 안다"며 "그런데도 '아무 일도 안 벌어졌다'고, 헌재 심판정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어딨나. 제정신이 아니다. 당연히 파면됐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년의 한 주민은 "윤 전 대통령이 여기에서(사저에서) 출근할 때도 불편한 거 하나 없었다"며 "오히려 (대통령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돌아와서 마음이 안쓰럽다"고 했다.

한편, 서울법원종합청사를 관리하는 서울고등법원은 윤 전 대통령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오는 14일 첫 형사재판 출석 때 지하를 통한 비공개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대통령 경호처는 전날 법원에 윤 전 대통령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요청했다.

법원은 또 이날 오후 8시부터 14일까지밤 12시까지 공용차량 등 필수업무 차량을 제외한 일반 차량의 청사 경내 출입을 전면 금지하며, 일부 출입구 폐쇄 및 출입 시 보안 검색도 강화할 계획이다.

윤 전 대통령 사저에서 8차선 양방향 도로만 건너면 법원이다. 걸어서 이동할 경우 10분 내외면 법원 청사에 도착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경호 등의 문제로 차도 이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 11일 오후 관저에서 퇴거해 사저로 이동했다. 윤 전 대통령 사저 건물 입구에 걸린 현수막. ⓒ프레시안(이명선)
▲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 11일 오후 관저에서 퇴거해 사저로 이동했다. 한 유투버가 윤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윤 전 대통령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벌였다. 해당 유튜버는 윤 전 대통령이 사저에서 편안하게 있는 모습을 풍자한 퍼포먼스라며 "'내란 우두머리' 윤 전 대통령이 갈 곳은 교도소"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이명선)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4월 11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 인근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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