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0일 6.3 조기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 전 대표는 스스로 "그날의 비상계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으로 자부하며 "우리는 이기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5060 세대 여성 등 참석자들이 몰려들어 성원을 보냈고, 현역의원 중에도 조경태, 배현진, 서범수, 김예지, 김상욱, 정성국, 박정훈, 박정하, 진종오, 서범수, 고동진, 한지아, 안상훈 의원 등 친한(親한동훈)계 인사들이 모습을 보였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 윤희석 전 대변인 등도 참석했다.
한 전 대표는 40분간 분수대 앞에 마련된 연단에 서서 출마선언문을 발표했다. 발언문의 상당 분량을 외워서 했고, 주먹을 불끈 쥐거나 손을 펼쳐 드는 등 제스처도 적극적으로 했다. 회견 첫머리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로 열었다. 그는 "이 나라의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국정의 한 축인 여당을 이끌었던 사람으로서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한 공세에 돌입했다.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과 30번의 탄핵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우리나라가 이런 나라였나' 할 정도로 국민의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냈다"며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것처럼, 30번의 탄핵소추와 일방적 법안 처리를 남발한 이재명 민주당의 책임도 대단히 크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특히 이 전 대표에 날을 세워 발언할 때마다 목청을 키웠다. 그는 "헌재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으로 이제 남은 건 이 대표뿐"이라며 "그가 형사 법정에서 심판받기 전에 우리 국민은 그걸 기다리지 않고 이번 선거에서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정치 교체, 세대교체를 강조하며 "먼저 수명이 다한 '87체제'부터 바꾸겠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의 권력남용 가능성뿐 아니라, 민주당 같은 다수의 횡포도 개혁하겠다. 그래서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와 양원제를 약속드린다"고 했다. 그는 "전체 국회의원 숫자는 늘리지 않겠다. 현재 의원에게는 죄송하지만 비례대표를 없애고, 상원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의 시작과 끝을 맞추기 위해 다음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동시에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며 "이번 대통령은 3년 뒤 열리는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 저는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참모들이 써준 보고서를 머리로만 이해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변화를 경험하고 미래의 방향과 문제의식까지 읽어낼 수 있는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정치인들도 그만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중산층이 두터워지면 정치적 중도층도 커질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양극단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목소리를 가진 중도층이 늘어야 한다. 그래야 자유민주주의도 굳건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근로소득세를 낮춰 중산층과 서민의 실소득을 늘리겠다"고 했다. 또한 "치솟는 물가도 잡겠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물가 공약'에 가장 크게 환호했다.
한 전 대표는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든 정책들이 저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며 "추진하려던 좋은 정책들은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엄과 탄핵으로 고통받은 분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한다"며 "그 고통을 제가 더 많이, 더 오래 가져가겠다"고 덧붙였다. 지지자들은 한 전 대표를 향해 박수치며 크게 호응했다.
이 전 대표를 겨냥하며 출마 선언을 맺은 한 전 대표는 "이런 결정적 시기에 위험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괴물 정권이 탄생해 나라를 망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는 야당을 지칭하는 듯 "제가 이미 181대 1로 싸워 이기는 거 보여드리지 않았나"라며 "여러분과 함께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한동훈 후보 되면 필패" 견제구…국민의힘 경선 구도, '11+α'?
한편 지난 8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은 이날 경북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한 전 대표는 검사 출신"이라며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사를 보면 그 전 대통령과는 다른 이미지의 대통령을 뽑아왔다"고 한 전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안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우리 당 후보가 돼 이재명과 붙는다면 필패"라며 "대선보다는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을 경험하고 오면 당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경선 규칙과 관련해서는 "농부가 밭을 탓하겠느냐. 당이 정해준 규칙 안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그는 도의회 기자간담회 이후 산불 피해 현장 방문 등 경북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 날 안동을 방문, 산불 피해 현장을 찾고 순직 조종사 분향소에 조문하는 등 경북 지역 민심과 접촉면을 넓혔다. 유 전 의원은 이른바 '당심:민심' 비율을 현행 5:5에서 민심 비율을 더 높여 '민심 100%'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자 중 현재 지지율 선두로 평가받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청년 지지자들과 함께 전태일기념관을 찾아 '전향' 전의 노동운동가 시절을 회고한 데 이어 한국노총을 방문했다. 김 전 장관은 "제가 1984년에 전태일기념사업회를 만들었다"며 고(故) 문익환 목사와 이소선 전 유가협 대표(전태일 열사 모친) 등과의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는 14일 출마 선언 예정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발표한 '대구 시민께 드리는 글'에서 "이제 대구시장직에서 물러나 이번 대선에 나서고자 한다"며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떠나게 된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대선에서 승리해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오는 11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날 국민의힘에 입당한 양향자 전 의원은 오는 13일 각각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앞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8일),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9일)는 이미 출마 선언을 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기현 의원, 박형준 부산시장,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재 출마를 선언하거나 이를 확정 예고한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김문수, 나경원, 안철수, 양향자, 오세훈, 유승민, 유정복, 이정현, 이철우, 한동훈, 홍준표(가나다순) 등 11명이다. 다만 유 전 의원은 '민심 100% 경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출마를 재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안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후보등록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제 결정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고 <연합뉴스>가 현지발로 보도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상현 의원도 출마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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