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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연대하며 싸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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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왜 우리는 연대하며 싸우는 것일까?

[민교협의 새로운 시선]

뿌리깊은 민주주의와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연대하고 투쟁해야 한다. 지배세력은 시대를 초월하여 협력하며 공고한 방어벽을 쌓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촛불 항쟁의 성과에 대한 실망으로 좀처럼 살아나지 않던 불이 이번에도 발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실망하고도 또다시 연대하며 싸울 수 있는 것일까?

1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처음 만들어진 전국 단위 자율 노동단체가 새로운 시민으로 등장한 노동자에게 강조한 '덕목'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새겨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최초 전국 자율 노동단체 '조선노동공제회' 창립

조선노동공제회는 3‧1운동 다음 해인 1920년 4월에 노동자를 포함한 언론인, 교육자, 변호사 등에 의해 창립되었다. 창립을 주도한 그들은 1907년 설립된 신민회(新民會) 계열로서 1909년에 조직된 합법적 청년단체인 청년학우회(靑年學友會)와 비합법적 청년단체인 대동청년단(大東靑年團)의 회원이었다. 대동청년단은 국권 회복을 목표로 활동했는데, 1911년 신민회 사건 등으로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

그러나 그들은 3‧1운동 직후부터 비공식 집회를 계속 개최하여 '노동문제연구회(勞動問題硏究會)'를 조직하였다. 이 연구회가 조선노동공제회의 기반이 되었다. 조선노동공제회 활동은 창립 당시에는 지식층과 경성에 있는 본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노동자를 중심으로 조직된 전국 각지의 기존 노동단체 또는 새로운 단체가 지부로 가입하기 시작한 뒤에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활동으로 조선노동공제회 회원 수가 해산 직전인 1922년에 15,000명에 이르렀다.

조선노동공제회 기관지 <공제(共濟)>는 한글 한자 병용이고, 창간호(1920년 9월, 170쪽), 제2호(1920년 10월, 134쪽), 제7호(1921년 4월, 94쪽), 제8호(1921년 6월, 128쪽)만 현재 남아있다. 제3호부터 제6호까지는 총독부가 검열하여 발행을 금지했다.1) 하지만 남아있는 <공제>의 내용만 살펴봐도, 우리나라 최초 전국 노동자 자율단체의 주장과 활동 취지를 상당 부분 알 수 있다.

'노동멸시'관 비판

조선노동공제회는 '인격주의(人格主義)'를 이론적 기반으로 삼았으며, 노동문제를 중심에 두고 당대 사회 개혁을 모색했다. 이들은 조선의 근본적인 노동문제가 '일한다는 것' 그 자체, 특히 육체노동을 경시하는 사회적 인식에 있다고 판단하고, 이러한 노동멸시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빈곤하다 하되 회사직공 노릇을 하는 이가 얼마나 되며 고학생(苦學生)이라 하되 지게를 지는 이가 그 얼마나 되는고"2)라는 지적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노동을 천(賤)히 할 뿐만 아니라 노동하는 이의 인격까지 천(賤)히 여기었다".3) "문화가치의 창조자를 존시(尊視)하고 물질 가치의 창조자를 천시(賤視)하는 것은 현 사회의 일반적 경향이며 도덕(道德)"4)이라며, 당시 노동하는 사람의 인격이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조선노동공제회는 노동을 멸시하는 당시의 세태를 직시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다음과 같이 제시, 강조했다.

▲'공제' 창간호, 조선노동공제회, 1920. 9

조선인노동자의 덕목(ethos)

1. 노동존중

첫째, 그들은 노동은 '성(聖)스러운 행위'이기에 스스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노동공제회는 "평등(平等)의 광명(光明)을 통찰한 자는 반드시 노동(勞動)의 신성(神聖)을 말해야 하니, 이것이 어찌 오늘날의 새로운 말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국제노동문제가 창도(唱導)된 이후로, 노동의 신성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는 일부 소수와 국부적인 것이었으나, 이제는 일반적이며 세계적으로 확산하였고, 이상적으로만 여겨지던 것이 이제는 사실적으로 현실(顯實)화하였도다."5)라며 노동신성주의(勞動神聖主義)의 세계적 확산을 전했다.

노동자는 스스로 깨어나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노동자가 나아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조선노동공제회는 지적한다. 그들은 힘이 있는 곳에 생명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도 인간의 권리를 주장하고 실천하며, 노동자의 의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지혜(智慧)'와 '덕(徳)'을 함양하고 기능을 숙련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동자는 '노동은 신성하다'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며, 더 나아가 '평등하고 밝은 사회'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또한 노력하고 분투(奮闘)하면 노동자의 '인권'과 '지위'가 회복되고, 노동의 대가도 공정하게 분배될 것이나 만약 노동자가 깨어나지 못하고 행동이 느슨해진다면, 고통은 두 배로 커지고 불안은 극도로 심해져, 단 한 순간도 삶의 안정과 평온을 누릴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고 주의를 환기했다.6) 즉 신성한 행위인 노동을 통해 행복을 누릴 수 있고, 사회의 한 구성원의 지위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강조점이었다.

2. 자립

둘째, 그들은 노동은 '스스로 독립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조선노동공제회는 설립취지서에서 자녀를 교육하지 못하고 직업을 보장하지 못하며, 병이나 재난을 구제하지 못한 채, 다만 남을 위해 부림을 당하고 천대를 받으며, 남을 위해 누에를 치고, 남을 위해 돌을 다루는 일을 해왔다고 지적했다.7) 한편 노동자들은 서로 이해가 일치하고 지위도 같으니, 스스로 가슴을 치며 깊이 생각해 보면, 남을 원망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을 수 없을 뿐이라며 그동안의 상황을 냉철히 언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돕고(自助), 스스로 살아가고(自存), 스스로 깨닫고(自覺), 스스로 발전하는 것(自高)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자신이 노력하여 얻은 결과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며, 자신의 의식주와 행복을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구하여, 마침내 하늘의 뜻에 따르는 바른길이 열렸으니, 노동자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그들은 강조했다.

3. 사회적 헌신

셋째, 그들은 노동을 '사회적 의무를 수행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조선노동공제회는 '개인적 사람'만 노동하는 사회는 오히려 해롭고, 개인적 사람의 상태에서 벗어나 '사회적 사람'의 상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사람으로 전환하려면 '강대한 자극'과 '유력한 원조'가 필요한데, 그것은 노동자의 심중(心中)에 "사회적 헌신(Social service)"의 관념을 환기하는 것이었다. 8)

그들은 "노동자문제"라고 하는 것이 "물질상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 가치의 인식과 인격 가치의 유지, 말하자면 경제적 조건과 정신적 조건이 배합되어야 처음으로 완전"하게 되고, "쌍방이 일치"되어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노동공제회는 '노동자문제' 해결을 위한 전제로 경제적 조건의 충족을 주장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인격'을 자각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몸속에 지닌 '사회적 헌신' DNA

조선노동공제회는 새로운 시민으로 등장한 노동자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사회적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회 개혁의 덕목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노동은 신성한 행위이므로 노동자 스스로 존중해야 하며, 동시에 '사회적 헌신 행위'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또한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 진정한 '자립'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자립'이란 자신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인격체라는 것을 자각하고 '인격을 유지하기 위한 능력을 갖춘 상태'를 뜻하는 것이었다.

역사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할 때 역사 주체인 우리는 몸속에 축적된 역사적 경험에 기초하여 행동한다. 촛불과 응원봉이 함께한 이번 연대는 3.1 운동 이후 이어져 온 민주주의와 공정한 사회에 대한 열망이 우리 내면에 자리한 DNA를 다시 깨우면서 형성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 <共濟> 第7号, 93.

2) 崖溜(1920) '擺脫된 우리' <共濟>창간호, 86.

3) 李萬珪(1920) '共濟를 創刊함에 對하여' <共濟>창간호, 102.

4) 金明植(1920) '勞動問題는 社會의 根本問題이라' <共濟>창간호 16.

5) 石如(1920) '平等의 光明과 勞動의 神聖' <共濟>창간호, 69, 이하 같음.

6) 石如(1920) '平等의 光明과 勞動의 神聖' <共濟>창간호, 70, 이하 같음.

7) <東亞日報>1920.4.17, 이하 같음.

8) 卞熙瑢(1920) '勞動者問題의 精神的方面' <共濟>창간호, 75-76, 이하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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