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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반지(半指,斑指,班指)’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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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반지(半指,斑指,班指)’ 이야기

여름의 한낮은 낮잠 자기에도 힘든 시간이다. 비몽사몽 간에 졸고 있는데, 언론사를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교수님, 질문이 있어요. 우리 손주가, 할머니! 손에는 ‘팔찌’, 목에는 ‘목걸이’, 귀에는 ‘귀걸이’라고 하는데, 손가락에는 왜 ‘반지’라고 해요?”라고 물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반지를 끼고 살았지만, 그것을 왜 ‘반지’라고 부르는지 손주의 질문에 캄캄했다고 한다. “잠깐 기다려. 내가 알아보고 금방 알려줄게.” 하고는 필자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사실 이런 전화는 자주 받는다. 며칠 전에는 방송국의 지인이 ‘개다리반상’이냐, ‘계다리반상’이냐를 두고 질문을 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개다리반상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이 귀여운 손녀의 질문에 답 먼저 해 보기로 하자. 참으로 대단한 손녀딸이라고 칭찬을 했다. 다섯 살짜리가 저런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지 않은가?

우선 ‘가락지’라는 말이 있다. 주로 여자가 치장을 위해 손가락에 끼는 두 짝의 고리를 이른다. 그렇다면 왜 하필 두 짝일까? 기본적으로 두 개가 한 쌍의 가락지여서 쌍가락지라고 했다. 즉 기혼 여성은 쌍가락지를 끼고 미혼 여성은 ‘반(半)가락지’를 끼기 때문에 이것을 줄여서 ‘반지(半指·斑指)’라고 했다. 사전을 찾아 보면 반지(半指,斑指,班指)가 한자로 세 종류로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가장 많이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것이 반지(半指)이다. 이것이 바로 쌍가락지와 반가락지(쌍가락지를 반으로 나눈 것)를 의미하는 말이다. 한자로 된 사전을 찾으면 ‘斑指’로 나타나 있고, 또 다른 표현으로 ‘班指’도 있다. 반지(斑指,班指)라는 한자어 표기는 둘 다 ‘쪼개다’라는 의미가 중심이다. 그러므로 결국은 나누었다는 말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쌍가락지를 반으로 나눈 것이라는 뜻이다. 요즘은 미혼의 젊은이들이 반으로 나누어 각각의 손가락에 끼우고 ‘커플링’이라고 한다. 여기도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신라의 고분(천마총)에서 부장품으로 10개를 끼고 있는 것이 있고, 금관총, 금령총, 서봉총 등에서도 출토되었다.(나무위키 참조) 이를 통해 볼 때 그 유래가 참으로 오래 되었다. 논개(임진왜란 때 의로운 기생, 주논개)가 일본군 장수를 껴안고 물에 빠질 때에 열 손가락에 가락지를 끼고 있었다는 말은 유명하다. 장신구로 사치스럽게 보이고자 한 것처럼 꾸몄지만 가락지를 낀 손가락은 잘 풀리지 않기 때문에 함께 물에 들어가 풀지 않으려고 한 의도가 깃들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헤라클레스의 도움을 받아 코카서스의 바위산에서 풀려난 뒤 기념으로 반지를 끼었다고 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그리스·로마의 전통으로 왕이나 황제의 옥새를 반지로 대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벤허라는 영화에서도 반지를 꾹 눌러 인장 대신하는 광경이 나온다. 가톨릭 교황도 ‘어부의 반지’를 받아서 끼게 된다. 아마도 ‘사람 낚는 어부’를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베드로가 어부였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초대 교황이 베드로라고 하니 말이다. 마가복음 1장 17절을 보면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어부의 반지’라는 이름을 유추할 수 있다.

아무튼 국어사전에 등재된 한자어로는 ‘반지(半指)’라고 되어 있으니, 쌍가락지를 반으로 나눈 것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끼는 장식이었는데, 대중화되어 커플링까지 확장되었다고 보면 좋다. 요즘 새로 나온 사전에 의하면

멋을 내거나 기념의 표시로 손가락에 끼우는 예쁘장한 고리

라고 한다. 미혼을 의미하던 반지가 이제는 장식의 하나로 변한 것이다.

세월은 흐르고 문화는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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