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세월호 유가족에 사과문 끝내 안 읽었다

이해민 : 후보자님, 자녀가 있으십니까? (세월호 참사) 당시 몇 살이었을까요?

이진숙 : 연도를 밝힐 수는 없지만…16살이었습니다.

이해민 : 본인 자녀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보험금이 얼마인지 그게 궁금할 것 같습니까?

이진숙 : 그 당시에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해민 : 지금이라도 유가족이 와 계시니까 사과를 하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이진숙 : 유가족께 말씀드립니다.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이해민 : 사과하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이진숙 : 제가 방금 사과드렸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문화방송(MBC)의 '보도 참사'에 대해 사과했다. 흔쾌한 사과는 아니었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이 미리 준비해 온 사과문을 화면에 띄우고 "읽어주실 수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진심으로 사과드렸다"며 낭독을 거부했다.

이 의원이 준비한 사과문 내용은 "나 이진숙은 MBC 보도본부장 당시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전원구조라는 세월호 참사 당시 오보와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그릇된 판단으로 유가족과 국민에게 큰 상처를 입힌 점을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것이었다. 이 의원은 거듭 "이것을 읽을 수 있나? 없나?"라고 물었지만 이 후보자는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 후보자의 '반쪽 사과'에 대해 "지금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사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진심어린 사과라고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사과는 받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다.

장 소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보도 책임자였던 이 후보자에게 '전원 구조' 오보와 '보험금' 관련 보도 등을 "이해 못하겠다"며 이 후보자의 사과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내 자식이 40미터 물속에 있는데 아직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도 모르는 그 시간에 보험금, 그 보도를 해서 제가 여태까지 10년 넘게 제일 많이 듣던 얘기가 '시체 팔이', '아이들 죽음을 이용해서 로또 맞았다', '놀러가서 죽은 아이들 얼마나 더 보상해 줘야 되느냐' 이 얘기밖에 들은 게 없다. 도대체 왜 그런 보도를 했으며 그 보도가 얼마나 많은 유가족들의 가슴을 찢어발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 소장은 이어 "'전원 구조' 오보라고 그 당시에 왜 (잘못된 것이라는 보고를) 무시하고 '전원 구조' 보도를 계속 내보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저희는 '전원 구조' 오보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구렁텅이로 아주 빠져들어서 지옥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다. 왜 문화방송(MBC)만 제일 오랫동안 '전원 구조' 보도를 계속 내보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이 지금 지명받은 이 자리(방송통신위원장)에 올라간다? 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장 소장은 "저는 후보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궤적의 삶을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수할 수 있고 그 실수를 바로 잡는 게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여태까지 그렇게 아이들 가르쳐왔고 저도 그렇게 살아왔다. 그게 본분 아닐까"라며 "지금 (이 후보자가) '사과'라고 한 부분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사과는 그냥 다른 사람들한테 하라. 저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의 질의 내용과 장 소장의 발언에 대해 여당 측은 반발했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세월호의 책임과 잘못, 오보에 따른 모든 잘못이 자칫하면 후보자에게 있다고 오도될 수가 있다"며 "이 부분은 굉장히 본질적으로 상당히 위험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유가족께 2차 가해라는 점을 인지해주기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이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본부장으로 MBC 보도 책임자였다. 당시 MBC는 '보험금 보도' 등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폄훼성 보도를 이어가는 한편, 박근혜 정부에 불리한 보도는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