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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시대를 거스르는자들의 용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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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시대를 거스르는자들의 용맹함

1990년대 후반 기자 초년 시절 기억이다.

한 유력 정치인을 돕는 당직자와 저녁식사 자리였다.

식사를 마친 그 당직자는 한사코 노래방에 가자고 졸랐다.

당시 술을 전혀 하지 않던 때라 “맨 정신에 무슨 노래방이냐”며 한사코 거절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간 노래방에서 꽤 오랜 기간 기억에 남을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그 당직자가 속한 정당에서 활동하는 몇몇 여성위원들이 동석했는데, 유흥업소에 와 있는 거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여성위원들에게 술을 따르라는 말은 기본이고 신체접촉도 서슴지 않았다.

잔뜩 긴장해 있다가 집으로 무사히(?)돌아왔지만, 그날 기억은 기자 생활하는 내내 떠올랐다.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30여 년이 다된 시점에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 이런 모습들은 존재한다.

특히나 권력을 가진자들의 추태는 심심치 않게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다.

15일 알려진 강성기 충남 천안시의원의 추행도 마찬가지다.

평소 강 의원의 성희롱과 성추행이 있을 때 마다 기록했다는 여성 공무원의 일기 내용을 들어 보면 가관이다.

어떻게 자신 보다 30살 이상 어린 여성 공무원 앞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 한심한건 김행금 천안시의회 의장의 태도다.

성추행 피해 사실을 듣고도, 부서이동 요구를 묵살하고 “어디가서 발설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니 충격적이다.

더욱이 이종담 시의원이 여성 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일 아닌가.

이 의원은 천안시의회로부터 출석정지 30일 통보를 받는 다음 날 또 다른 여성 의원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를 보내 사태를 키우기도 했다.

이 뿐인가. 천안시의회는 2년 전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과 겹쳐 무산된 해외연수 비용 1억 800만 원을 돌려 받지 못해 여행사를 상대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1억 8000만 원을 들여 같은 곳으로 해외연수를 떠난 것도 모자라 배성민 의원은 방 배치를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에게 욕설을 해 비난을 사고 있다.

또 다른 남성 의원과 여성의원 사이에 성추행이 있었고, 피해 여성 의원의 반발로 상임위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쯤되면 시대를 거스르는 시의원들의 용맹함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시의원들의 범죄 혐의는 사법기관 판단으로 정리 될 것이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안다면, 천안시의회 차원의 깊은 반성과 사죄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에 맞서, 또 다시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 놓지 않기를 바란다.

2026년 6월3일까지 기다리자니, 2년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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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우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장찬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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