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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이상한 긴급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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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이상한 긴급 기자회견

예를 들어보자.

여기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한 인사가 있다. 이 인사는 특정 분야 전문가라는 이유로 공모 없이 사업을 잇따라 맡아 특혜 의혹에 휩싸인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공모에 지원서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정설이 퍼졌다.

대통령 선거를 도왔던 핵심 인물 다수가 잘 아는 분야도 아니면서 서류심사도 하고, 면접심사도 한다고 하니 형식적인 공모절차일 뿐 ‘답정너’라는 소문이 확산됐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대로 그 대통령 측근은 원했던 공공기관장 자리를 차지한다.

이후 국회가 “이 공공기관장이 학력과 경력을 위조했다며 공공기관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그 공공기관장은 기자들 전화도 받지 않고, 한마디 해명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통령이 나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더니 “그 공공기관장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해명하기에 바쁘다.

이런 기자회견을 지켜본 국민이라면 무슨 생각을 할까?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하는 걸까?”

“진짜 대통령하고 무슨 특별한 거래가 있나?”

대략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28일 오후 박경귀 충남 아산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전 아산시의회 민주당 의원 5명이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작심한 듯 박 시장과 유성녀 아산문화재단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박 시장은 의회가 끝나자마자 오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고 알려왔다.

오후 4시에 시작된 기자회견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박 시장은 시의원들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이 유 대표의 허위경력, 학력위조 의혹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면서 유 대표가 배석한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고, 시의회 증인 출석 요구도 거부한 장본인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내심 기대가 있었다.

특보 시절 여러 가지 특혜와 학력·경력 위조 의혹에 대해, 나서서 한마디 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유 대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시가 출자 출연한 기관장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는데, 정작 본인은 말이 없고 시장이 나서 번거롭고 긴 해명을 하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더욱이 장본인이 배석한 기자회견인데 말이다.

이렇게 하면 의혹만 더 커질 거라는 사실을 박 시장이 몰랐다면, 비서실·홍보담당관실·문화예술과·아산문화재단 직원과 정무라인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정작 기자들은 이상한 장면에 놀라 수군대며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고 있는데,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나 보다.

박 시장은 이날 40분 동안 이어진 해명도 모자라 질의응답 시간에도 장황한 해명을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기자 질문 20초에 20분씩 답하는 시장도 보기 드물다.

날 샐까 걱정돼 짧게 질문하려 손을 들었으나 그마저도 기회를 얻지 못했기에, 박 시장께 글로 공개 질의하고자 한다.

묻고자 하는 건 많으나, 우선 급한 거부터 짧게 묻는 거니 비교적 이른 시기에 답해주길 바란다.

시의원들과 기자들을 향해 “언제까지 아산을 우물 안 개구리로 둘 거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은 시장님 본인은 우물 밖 세상에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과거 ‘권력’은 나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힘을 일컬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를 ‘폭력’이라 부릅니다.

시장님의 권력은 어느 시대에 있습니까?

“아티스트 디플로마(Artist Diploma) 과정을 밟은 다수가 통상 이력서를 쓸 때 ‘박사’라고 쓴다. 문제될 게 없다”고 하셨습니다.

과거에는 그런 예술가들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24년에 어디 가서 그런 얘기 하면 망신당합니다.

시장님의 음대 학위 상식은 어느 시대에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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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우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장찬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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