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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식대 400원 올려달라는데 완강하게 거부하는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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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식대 400원 올려달라는데 완강하게 거부하는 대학

[2024 노학연대] ② 경계를 넘어, 학생과 비정규직이 함께 외치는 '최저임금 인상'을 꿈꾼다

100일을 넘긴 비정규직 집단교섭 투쟁, 대학은 묵묵부답

올해 3월부터 시작된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식대인상 투쟁이 100일을 넘겼다. 한 끼 2700원에 불과한 식대를 한 끼 3100원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요구에 각 대학이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한 학기가 훌쩍 지났다. 기말고사를 넘어 계절학기까지 이어지는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의 고통과 분노는 날마다 가중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필자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고려대분회 조합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올 상반기 투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은 "청소노동자 밥 한 끼의 권리"를 외치며 투쟁을 선포한 3월 20일로부터 정확히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고려대는 식대인상 요구를 가장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대학이다. 노동자들이 매주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며 요구를 알리고, 이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학내 게시판을 뒤덮고 있는 와중에도 고려대는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6월 12일에는 집단교섭 투쟁 결의대회에 모인 260여 명의 청소·경비·주차노동자들이 고려대 본관으로 찾아가 학교 관계자와의 면담 및 교섭을 요구했다. 이에 고려대 당국은 본관 문을 걸어 잠그고 문전박대로 응수했다. 고려대가 학내 비정규 노동자를 동등한 대학구성원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증거다.

이 같은 후안무치함의 이면에는 고려대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14개 대학사업장 집단교섭, 더 나아가 대학 비정규직 전반의 처우 개선에 있어 핵심적인 사업장이라는 배경이 있다. 고려대·연세대·홍익대·이화여대 등 시설관리 노동자가 대규모로 고용된 사업장의 교섭 체결 여부와 합의 내용이 다른 대학 교섭 체결의 준거가 돼왔기 때문이다. 용역업체 측은 이를 "다른 대학이 합의하면 따라가겠지만 먼저 합의할 수는 없다"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집단교섭을 통해 확립된 임금체계와 처우는 노조가 없는 타 대학사업장에도 영향을 준다. 고려대의 합의 여부가 집단교섭의 분수령이 되는 지금, 고려대가 저지르고 있는 노동탄압은 대학에서 일하는 모든 저임금·비정규 노동자를 향한 것이다.

한편 6월 27일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법정시한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같은 날 열린 제6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영계는 편의점, 음식업, 택시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꺼내 들었다. 한 축에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학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대학 원청과 용역업체, 다른 한 축에는 최저임금 동결과 차등적용을 부르짖는 사용자단체와 정부가 있다. 대학 청소노동자의 생존권 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은 별개의 문제인가? 인터뷰를 통해 도출한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쓴 최저임금 4행시. ⓒ2024 노학연대 기획단

'생활임금 쟁취'는 어디 가고 매년 최저임금 신세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식대인상 투쟁에 나선 배경은 단순하다. 임금인상분이 지금의 고물가 추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2020년부로 동결된 식대를 올려달라는 것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과일값은 68%, 채소는 29.3%, 가공식품은 17.4%, 외식물가는 20.8% 상승했다. 시간당 270원, 월 5만 6430원(시급 × 월 209시간)에 불과한 기본급 인상분으로는 당장 물가 상승조차 따라잡기 벅차다.

"최저시급이 너무 적어 최저시급 대신 생활임금을 달라고 집단교섭을 하게 된 건데, 지금 와서 보면 어느 순간부터 최저시급만큼만 (임금을) 주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더라고요. 만약 최저시급이 430원 올랐다면 400원밖에 못 올리는 상황. 최저시급보다도 못 올라가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어요. 올해 같은 경우는 학교와 용역업체 측에서 최저시급이 240원 올랐으니 (최저시급 인상분에서) 30원을 더 주겠다며 큰소리를 땅땅 치거든요. 그래봐야 270원이에요.

저희는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임금이 똑같아요. 임금, 식대, 모든 게 똑같아요. 청소, 주차, 경비노동자만 10년을 일하든 20년을 일하든 똑같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건지, 학교 관계자분들이 좀 생각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서○○,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대학 원청이 기본급 인상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물가상승률도,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삶의 조건도 아니다. 오로지 법정 최저시급 인상분에 따라 한 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액수가 결정된다. 매년 집단교섭을 통해 인상된 기본급은 그해 최저임금 상승분에 해당하거나 이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2022년, 2023년에는 당해 최저임금 인상액인 440원, 460원에 미치지 못하는 400원만이 인상되었다. 그조차 고려대에서는 22일에 걸친 대학 본관 점거로, 연세대에선 재학생들의 고소를 감수하며, 덕성여대에선 해를 넘겨 이어진 투쟁으로 겨우 쟁취해낸 결실이었다. 전년도 상승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시급 270원 인상조차 2024년 최저시급 인상분 240원보다 30원 많은 액수라는 이유로 대학은 충분하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10년을 일해도, 20년을 일해도 경력과 무관하게 똑같은 임금을 받는 청소, 주차, 경비노동자들에게 집단교섭은 유일한 임금 인상 수단이다. 최소한의 생존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최저임금을 넘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활임금'을 보장받기 위해 시작된 집단교섭은 투쟁의 결과물이 최저시급으로 수렴되는 현실 앞에서 무력화되고 있다.

▲ 지난 6월 13일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 집단교섭 결의대회. ⓒ2024 노학연대 기획단

대학의 경계를 넘어, 학생들과 함께하는 최저임금 투쟁을 꿈꾸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고려대학교 청소·주차·경비노동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두고 벌어지는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도 우려를 표했다. 언제나 최저임금 투쟁에 앞장서 왔던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에선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차등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와 사용자단체의 주장이 최저임금만 받던 때 느꼈던 모멸감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희도 한때는 최저시급밖에 못 받았어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최저시급에 50원만 올려주면 얼마든지 먹고살 수 있다고 했거든요. 거기에 저희가 청와대까지 가서 '그러면 최저임금 50원 올려줄 테니까 50원 갖고 먹고 살아보라고' 소리를 지르고 온 적도 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최저시급이 엄청 큰 의미라고 봐요." -서○○, 고려대 청소노동자

"최저시급이 1만 원대로 오를 거라고 이야기했던 게 한 5~6년 전 아닌가요? 그렇게 알고 있는데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잖아요. 그런데 물가는 물가대로 자꾸 치솟고, (중략) 제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만 잘 모르겠어요. 적응이 안 돼요. 솔직한 말로 나라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저는 잘 안 믿는 편이에요.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최○○, 고려대 경비노동자

어제도 고용노동부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로 한 사람이 병원에 실려 가고, 20여 명이 연행을 당하고…. 이런 문제가 지금 현실에 닥쳐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학 원청은 더 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금 사측에서는 60세 이상의 노동자에게 임금을 적게 주는 방식으로 차등지급을 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김○○, 고려대 주차노동자

여성 대다수가 고용된 가사, 돌봄 업종을 상대로, 청년과 노인을 상대로, 이주민을 상대로 최저임금 차별지대를 조성하겠다는 정권의 행보는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노동조건 저하로 이어진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국적에 따라 벌어지는 갈라치기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가장 취약한 영역을 상대로 최저임금 차별이 확산하고 있는 지금, 무엇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저희에게 최저시급이 의미 있는 것도 당연하지만 학생들한테 특히 더 의미가 있다고 봐요. 학생들이 편의점 같은 곳에 일하러 가면 최저시급만 주잖아요. 최저시급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한테도 크게 다가온다는 걸 많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희보다도 지금 자라나는 사회로 나오는 대학생들이 먼저 움직여서 '이건 아니다'라는 그런 운동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나라를 상대로 그래야 이 구조가 바뀌지, 나라가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대학에서 바뀔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앞장서서 최저임금에 대해 심각하게 한번 토론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서○○,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고령의 청소·주차·경비 노동자,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매개로 업종과 지역을, 정체성을 뛰어넘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는다. 최저임금 투쟁 속에서 공고해지는 노학연대는 개별 사업장의 변화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운동으로 변모할 수 있다. 지난 4월 30일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열린 '2024 세계노동절 청년학생 전야제'에 모인 청년·학생들은 첫 번째 요구안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외쳤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오는 7월 2일 16시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청년학생 총궐기'를 진행한다. 최저임금 적용제외와 차등적용을 비롯해 노동자 민중을 고통으로 내모는 정책을 규탄하고, 최저임금 투쟁의 정당성을 왜곡하는 경총에 맞서 싸우며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청년학생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서다.

'최저임금 인상 청년학생 총궐기'에는 2024 청년학생 노학연대 기획단을 포함해 경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고려대 생활도서관, 관악중앙몸짓패 골패, 단국대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학생모임 새벽,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 중앙대 사회학과 사회과학학회 포헤, 학생사회주의자연대 등 여러 청년학생 단체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르는 생존권 위기의 시대, 이번 '최저임금 인상 청년학생 총궐기'를 통해 청년학생들이 앞장서서 올해 최저임금 투쟁을 전 사회적 투쟁으로 확산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차별철폐를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결의를 모아보고자 한다. 최저임금 법정시한을 넘기고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가는 지금, '최저임금 인상 청년학생 총궐기'가 대학의 경계를 넘어, 모든 노동자가 단결하는 최저임금 투쟁으로 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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