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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남은 전공의 "의사 파업은 최후 수단…병원서 함께 목소리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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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남은 전공의 "의사 파업은 최후 수단…병원서 함께 목소리 내야"

소셜미디어에 '다른 생각 가진 전공의' 자칭하는 글 올려

전공의 집단행동 복귀 시한인 29일이 지나가는 가운데,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가 이번 파업의 의의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의견을 올렸다.

이날 인스타그램 계정 'any_medics' '다른생각을가진의대생/전공의'는 '첫 번째 다생의가 보내는 글'을 통해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 방침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현 전공의 집단행동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병원 흉부외과 전공의라는 글쓴이는 "환자와 보호자는 의료진 부족으로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수술이 뒤로 미뤄질까봐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한편 "늘어난 업무와 당장 이번 달 월급을 걱정하는 병원 식구들의 어두운 목소리도 함께 들리는" 상황에서 "오늘도 저는 불안해하는 환자들을 다독이는 긴 라운딩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며 글을 올렸다.

이 전공의는 세계의사회와 여러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의사의 단체 행동 시 최소한의 권고 사항을 설명했다.

그는 "의사의 파업은 환자의 치료를 개선하기 위해 시도한 다른 모든 방법이 실패했을 때의 최후 수단"이어야 하며 파업에 돌입 시에도 "사전에 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와 병원 내 다른 의료진들이 빈 자리에 대응할 수 있는 말미를 제공해야"하고 그럼에도 "어떤 경우에도 입원환자나 응급환자가 버려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치료와 돌봄은 유지되어야 한다"며 이번 전공의 집단행동이 과연 이 같은 권고 사항에 얼마 충실했는가를 물었다.

이어 그는 극단적인 노동 환경에 놓인 전공의들이 집단행동 결의 전 얼마나 깊은 고민을 나눌 수 있었느냐를 지적했다.

그는 "그간 고된 업무와 제도적 모순 속에서, 불안감만을 가졌던 우리는 파업이라는 극약처방 외의 대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며 "우리 자신과 환자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바꾸자고 해야 할지도 논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 글쓴이 계정 캡처.

그는 아울러 이번 사태를 두고 의료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 또한 지적하며 그들과 같은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병원의 주인공은 의사이지만, 현실의 병원은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다양한 직군이 관계를 맺는 일터"라며 "그럼에도 이들은 의료공백으로 인한 업무 가중에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 인력 부족을 전공의 노동력이나 전문 간호사를 이용해 임시 방편으로 덮으려고만 해왔던 정부와 병원 모두 규탄받아 마땅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자와 병원에서 일하는 우리 모두가 보다 안전한 의료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는 병원 안의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쓴이는 이 같은 입장이 결코 정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 대응 방침도 아울러 비판했다.

그는 의사가 부족한 흉부외과 상황을 지적하며 "아픈 환자들에게는 모든 종류의 의료가 필수지만, (흉부외과는) 창피하지만 '필수과'와 '기피과'라는 말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의 대학병원에는 의사와 환자가 몰리지만, 지역에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의료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고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우리 전공의들도 못 먹고 못 자며 일하는 날이 많다"고 열악한 의료 현실을 꼬집었다.

따라서 "필요한 곳에 의사들이 충분해야 환자들도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며 "'‘기피과'에도 충분한 인력이 있어야, 우리도 환자를 잘 치료하기 위한 술기와 지식을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글쓴이는 무작정 의대 증원안만을 놓고 의료계와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정부를 두고 "그저 숫자만 늘리고 보자는 식에 그 진의를 의심한다"며 "정부가 제시한 대로 '지역인재 선발 전형'을 확대해 의대생을 뽑아 봐야, 그들은 지방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큰 병원이나 인기과로 가버리면 그만"이라고 비판했다.

또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지방의 대학병원은 월급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지원자가 없다. 비교적 편한 비급여 의료시장이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글쓴이는 따라서 이번 사태를 두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들을 늘리기 위해서는 좀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공공적 성격의 의료기관과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정말 필수과와 지역에 근무할 수 있는 의료인을 뽑아야" 하고 "비급여 시장을 규제하여 필수의료 인력의 유출을 막고, 아픈 사람들이 주머니 사정과 관계없이 믿고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공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면서도 정부 방침에 문제가 있다는 의료 노동자들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한편 해당 인스타 계정에는 글쓴이 주장에 공감한다는 댓글보다 대체로 글쓴이의 진위를 의심하는 비판적 댓글이 많다.

▲전공의 집단이탈 열흘째이자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인 2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사가 복도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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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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