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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빠진 민주당, 총선 포기했나?

[최창렬 칼럼] 송영길·최강욱 감싸다 품격을 잃었다

여권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에 비관론이 우세했다. 21대 총선보다 더 힘들다는 패배의식이 국민의힘의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이런 전망은 더욱 지배적으로 굳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져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판설, 원희룡 국토부장관 험지 출마설 등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중진 험진 출마 요구에 힘을 싣는 메시지로 치환되면서 여권이 새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지도부와 갈등 국면이 지속되고 있지만 인요한 혁신위의 잇따른 혁신안 제안도 막말 파문에 시달리는 민주당보다 긍정적 주목을 끌고 있다.

게다가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 메가시티 구상, 의대 정원 확대 등 여권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정책 이슈를 동원하는 등 총선 전망이 바뀌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민주당의 실축에 따른 반사이익도 중요하지만 여권 자력으로 혁신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역시 관건이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와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상승할 때 해 볼만한 게임이 될 것이다. 국정기조의 전면 쇄신과 수직적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가시화할 때 여권의 희망이 고문희망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민주당은 어떤가.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거의 포기한 정당처럼 보인다. 송영길 전 대표의 한동훈 장관에 대한 막말에 이어 이를 옹호하고 가세한 강성 성향 의원들의 참전, 비례대표 여성의원마저 송 전 대표의 욕설에 가까운 한 장관에 대한 비난을 옹호했다.

이도 모자라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으로 불거진 여성 비하 논란에 대해 당사자인 최 전 의원은 사과조차 없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의 '암컷' 발언에 대한 비호도 이어졌다. 최 전 의원에 대한 당원권 6개월 정지가 내려졌지만 당내 분위기는 막말에 대한 비판은커녕 이를 비호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논란이 가라앉나 했더니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굉장히 유감"이라며 "어떻게 조중동 프레임에 갇혀서 민주당은 매번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나"고 했다. 이어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앞으로도 자기검열을 최소한 안 해도 되는 정도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지지자분들이 힘 좀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암컷'이 누구를 지칭해서가 아니라 '암컷'이라는 단어를 구사하면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여성에 대한 비하, 성적 차별 등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반성이 없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암컷' 논란이 자기검열에 해당한다는 인식에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러한 보편과 상식에 반하는 일련의 행태와 발언은 왜 이어지는 것일까.

첫째, '개딸' 등 강성 지지자의 성향을 의식해 진영 내에서 자신의 위상을 확보하고 공천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음직 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앞뒤 맥락을 따지기 이전에, 해서는 안 될 비하의 언어를 옹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로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사가 있다면 그러한 인사는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는 게 마땅하다.

둘째, 인지도를 높이려는 생각도 배제할 수 없을 듯싶다. 비례대표 여성의원이나 현역이 아닌 정치인이 진영 내에서의 위상 확립과 함께 스스로의 존재를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알리겠다는 하책 정치의 소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의 현수막 논란도 감점 요인으로 충분하다. 또한 이러한 여성 비하 논란 발언에 대해 침묵하는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태도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국민의힘에서 이러한 발언이 나왔어도 이렇게 입장을 내지 않았을까.

비겁해 보이기까지 하는 행태 역시 공천을 의식해서 일 것이다. '개딸' 등 강성 지지자에게 표적이 되는 순간 경선에서 공천은 물 건너간다는 알량한 정치적 셈법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며 정의롭지 않다. 남성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품격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는 존재 가치가 없다. 여야가 모두 총선에 전력을 투구하지만 유권자의 보편적 심성과 인간의 평균적 도적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건 이미 정치가 아니라 권력놀음에 불과한 패거리 문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주당은 이전의 민주당이 걸어왔던 흔적을 더 이상 훼손시키지 말아야 한다. 오죽하면 국민의힘이 여러 이슈를 앞세워 수도권 승리를 장담하고 있을까. 민주당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 11월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북콘서트에 참석한 민주당 '처럼회' 출신 전·현직 의원들. 왼쪽부터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최강욱 전 의원, 김용민·민형배 의원. ⓐ유튜브 '나두잼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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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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