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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도지사 때리고 야당은 대통령 때린 속내?…‘분노의 민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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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도지사 때리고 야당은 대통령 때린 속내?…‘분노의 민심’ 있다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35] 여야 프레임 전환에 대한 정치공학적 해석

정치권에서 민심은 흔히 바다에 비유된다. 바다는 거대한 풍랑을 일으켜 한순간에 위풍당당한 함선을 제압한다. 판을 갈아엎기도 하고 완전히 새로운 땅을 만들기도 한다. 무섭게 돌변한 민심 앞이라면 정치는 순응하고 변해야 살 수 있다. 민심을 얻고 바다를 건널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지난 24일 전라북도에 대한 국정감사는 잼버리 파행 문제와 새만금 예산 삭감 논란과 관련한 여야 난타전이 예상되며 당일 국감의 하이라이트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잼버리 파행의 '전북 책임론'을 주창해온 터라 새만금 부지선정부터 각종 입찰과 파행의 원인을 놓고 전북의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할 것으로 예상돼 전북도청은 한달여 전부터 잔뜩 긴장해 왔다.

▲새만금 예산 복원을 위해 전북도의원 등이 24일 국감장 앞에서 침묵의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더불어민주당은 잼버리 파행이 현 정부의 준비 부족과 대응 소홀로 빚어진 참사인데다 이후 새만금 주요 SOC 예산을 무려 78%나 칼질하는 등 보복성 삭감에 나섰다며 정부 책임론과 기재부를 중심으로 한 '모피아(MOFIA) 문제'를 파헤칠 것으로 예상됐다.

'모피아'는 과거 재정경제부의 영문 약자인 MOFE(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기획재정부 관료들을 마피아에 빗대어 만든 말이다.

하지만 막상 국감 뚜껑이 열리자 국민의힘은 일제히 김관영 전북도지사 때리기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을 때리는 장면이 반복돼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그동안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전북 책임론'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약속이라도 한 듯 '도지사 책임론'으로 공격 프레임을 전환했다.

'도백 책임론'의 포문을 연 김 웅 의원(서울 송파갑)은 국감 질의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잼버리 사전준비에 대해서는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고 적극 홍보하면서 (파행의) 사고가 터지자 결재권자가 아니라고 책임을 (정부와 조직위에) 떠넘긴다"고 김 지사를 정조준했다.

김 웅 의원은 나아가 "도지사가 무슨 배짱이냐"라고 말하거나 "발뺌을 한다. 나중에 또 발뺌을 할 것 아니냐"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같은 당의 조은희 의원(서울 서초갑)도 이날 "김관영 도지사가 '잘되면 내 덕, 못되면 남 탓'을 한다"며 "(자신이 맡았던) 잼버리 집행위원장은 아무 권한이 없고 인력파견은 여가부에서 통사정을 해서 전북도청 직원들을 파견했다고 말하는 등 모든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조 의원은 정부의 새만금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도 "도지사가 기획재정부 문턱이 닳도록 가셔서 (예산을 삭감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다른 지자체들은 다들 그렇게 한다'는 말로 김관영 전북도지사를 타깃으로 삼았다.

▲전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관영 의원이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프레시안

그러자 전봉민 의원(부산 수영구)도 도지사 때리기에 가세했다. 전 의원은 "종합적으로 여기(전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집행위원장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 있어서는 국가와 도지사가 책임을 져야 된다"고 가세했다. 대통령과 도지사라고 말하지 않고 '국가와 도지사' 책임을 언급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정부의 새만금 예산 삭감과 관련해 대통령을 소환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천준호 의원(서울 강북갑)은 "새만금 예산 삭감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며 일관성 없는 예산 삭감이다. 사전에 이런 전조(삭감)가 없었다"며 "(예산은) 기재부가 실링(한도)을 주면 각 부처에서 올리는 것이다. 과연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렇게(삭감)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기재부를 넘어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형석 의원(광주 북구을)은 대선 공약을 문제 삼는 식으로 공격에 나섰다. 그는 "대통령의 공약에 문제가 많다. 전북 대변혁을 위한 인프라를 5년 안에 닦아놓겠다고 하고 관련 예산은 4%만 반영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통령이 전북을 제3의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이나 동서횡단철도 예산도 한 푼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강병원 의원(서울 은평구을)이 보충질의를 통해 "대통령은 '국민은 늘 옳다. 민생현장으로 더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전북도민의 뜻이 옳다면 새만금은 제대로 가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병원 의원은 이날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전북도민 뜻대로 새만금 예산을 원상복구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큰 기조, 변화를 약속하신 만큼 제대로 새만금이 갈 수 있도록 원상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의 기류 변화에 무소속 이성만 의원(인천 부평갑)도 "새만금 예산 포기는 국정운영의 포기이자 국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거들고 나섰다.

여야 거대 정당의 프레임 전환은 곧바로 정치권의 해석 논쟁으로 이어졌다.

▲질문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 ⓒ프레시안

국민의힘이 종전의 '전북 책임론'에서 '도백(道伯) 책임론'으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민주당은 기존의 '정부 책임론'에서 '대통령 책임론'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을 두고 정치공학적 해석이 아니라 ‘민심 중심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누구도 민심을 이길 수 없는 만큼 민심이 원하는 시선으로 정치와 현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잼버리 파행의 '전북 책임론'에 대한 반감, 새만금 예산 삭감을 보복성이라고 해석하는 여론 등에 적잖은 부담을 느껴 더 이상 호남의 전북 민심을 방치해선 안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에는 전북 등 호남의 유권자가 많이 살고 있어 민주당은 호남 출신을 비롯한 전 당원이 나서 전북 출신의 진교훈 후보를 만들어달라고 통일된 목소리를 낸 반면에 국민의힘은 수도권과 충청권 표심 확보에 더 많은 관심을 둬 결과적으로 완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전북 책임론'으로 몰아간 것도 180만 도민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확대 해석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지역민 전체의 표심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전북에서 벌어놓은 모든 것을 ‘전북 책임론’ 한방으로 다 까먹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다 상식을 초월한 '새만금 예산 삭감'과 관련해 전북의 각 분야에서 분노의 민심을 표출하며 삭발과 단식 시위 동참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것도 국민의힘이 전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진중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전북 당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새만금 예산은 깎아도 너무 깎았다"며 "이제 전북에서 국민의힘은 빙하기의 기나긴 혹한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자조섞인 말들이 오가고 있다.

전북 민심의 표변을 의식한 국민의힘이 이번 전라북도 국감에서 표적을 도지사로 전환하고 김관영 지사만 공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북 책임론'을 통해 거도적인 반발을 사는 것보다 타깃을 도지사로 좁혀 명확히 하는 것이 민심 되돌리기에 유리하고 내년 총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힘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대통령을 소환하며 잼버리 파행과 보복성 예산을 문제 삼아 현 정부 책임론에서 '대통령 책임론'으로 급선회한 모양새이다. 정부 책임론은 결국 여가부나 행안부 등 부처 책임론으로 귀결될 수 있는 등 공격 포인트가 너무 막연하다.

특히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완승을 통해 수도권과 호남권 민심에 자신감을 얻는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대통령을 소환해 공약 이행 등을 촉구하려는 프레임 전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24일 국감장을 일찍 나와 전북기독교연합회 목회자들과 만나는 등 소통 행보에 나서 관심을 끌었다. ⓒ전북기독교연합회

실제로 전북 내 상당수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는 잼버리 파행 책임론과 새만금 예산 삭감이 당원들의 결속력을 강화해 차기 총선에서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민심을 중심에 놓고 새롭게 시작하는 거대 양당 앞에 놓인 과제도 적지 않다.

당장에 국민의힘은 '도지사 책임론'을 두고 "광주·전남과 전북을 떼어놓는 호남 내 전북 갈라치기에 나서더니 이제는 전북도민과 도지사를 갈라치기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민의힘 전북당원인 L씨(54)는 "자꾸 갈라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중앙당이 전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우선 당장 잼버리 파행 원인은 감사원 감사에 맡겨두고 새만금 예산 복원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고민하고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오만의 정치와 공학적 접근이 아닌 전북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새만금 예산 복원에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새만금 예산이 어느 정도 복원되느냐에 따라 전북 민주당에게 독배(毒杯)가 될 수도, 축배(祝杯)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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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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