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9일 시작됐다. 다음날까지 이틀간 이어지는 청문회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이 후보자의 재산·자녀 관련 도덕성 의혹을 중점 추궁했다.
이균용 본인, 재산신고 누락 및 농지법 위반 의혹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처가 소유 비상장주식이 총 10억 정도 되는데 이 비상장주식에 대해서 그 동안 법관을 하면서 재산등록에서 누락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런데 처음에 등록 대상이 아니었고, 처가 쪽 재산 분배 문제였기 때문에 저는 거의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죄송하다", "지금도 매우 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회재 의원은 그러나 "후보자가 (과거) 우석제 전 안성시장에 대해서 재산신고 누락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며 '내로남불'이라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이어 "법원에서도 신고를 안 하면 징계 대상이 되고 해임까지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원회 결정에 따르겠다"고만 했다.
민주당 간사인 박용진 의원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선출직들은 재산신고 누락하면 당선무효형이다. 고위공직자들도 중징계를 받는다. (그런데) 지금 후보자의 자리는 그보다 더 큰 자리"라고 했다.
박 의원은 "무려 10억이나 되는 재산신고를 누락하는 이런 행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자진해서 후보직을 사퇴하실 의향 없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제가 답변드리기 조금…"이라고 답을 주저하더니 "저는 사실 가액이 10억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그게 국민들 가슴에 못박는 것이다. '10억 정도는 나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 정도에 대해서는 무감하게 살았다' 이 말씀은 1억 자산도 갖지 못한 청년들 가슴에 못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도 "비상장주식의 배당 내역은 알았느냐 몰랐느냐"며 주식 배당금까지 받았는데 어떻게 주식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 후보자는 "최근에 와서 (주식) 배당을 받은 것은 제가 종합소득신고 대상자가 되면서 알았고 그전에는 신경쓰지 않았다"며 "저는 그 부분은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지금도 생각하지만 저는 몰랐다", "어쨌든 저의 불찰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1987년 장인 및 처남 3명과 함께 부산 동래구 명장동 토지를 구매한 일과 관련, 토지대장에 지목이 '답(논)'으로 돼있어 이 땅을 경작하지 않는 이 후보자와 처가 식구들이 땅을 산 것은 농지법과 경자유전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논란에 대해,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장에서도 "농지법은 위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에 대해 "기가 막힌다"며 "본인도 판결에서 '잡종지로 사용돼도 농지는 농지'라고 했다. 본인이 판결한 걸 뒤져보시라"고 재차 '내로남불'을 지적했다. 이 후보자가 과거 서울고법 근무 당시 '농지로 쓰이지 않는 토지라도 변경 상태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고 농지 원상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면 여전히 농지'라는 취지로 판결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 판사 출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지목이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황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그 토지가 잡종지였기 때문에 후보자는 농지법 위반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엄호했다.
이 후보자는 오후 청문회에서 이 사안에 대해 추가 설명할 기회를 얻어 "당시에 거기에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들었다"며 "거의 대부분이 자동차학원 부지였고 당시에 학원 옆에 밭이 몇 필지가 있었다. 운전학원용 부지로 사용되던 토지들"이라고 해명했다.
이균용 부인·딸·아들은…'징세 압류', '증여세 탈루', '아빠 찬스' 의혹
청문회에서는 후보자들의 가족 관련 논란도 제기됐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후보자가 판사로 일하던 2002년에 후보자의 배우자 김모 씨가 압류 처분을 받았다"며 "후보자께서는 '어떤 일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계시지만, 공문서에 보면 '징세'라고 분류돼 있다"며 해당 문건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압류 이유가 세금 체납이다. 공직자이던 시기에 후보자의 납세의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아직까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좀더 확인해 봐야 될 것 같다"고만 했다.
박 의원은 또 이 후보자의 처가가 소유한 자동차 운전면허 학원 등 2개 기업체가 "같은 회사인데 세금 문제 등 운영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법인 쪼개기를 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후보자께서는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두 회사가 별개의 회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이 회사가 실제 부산에서 나눠주고 있는 홍보물, 인쇄물에 보면 이미 대표이사가 같고 사내이사가 모두 같고, 모두 처가 쪽 가족회사인 A, B, C 자동차(학원)가 '자매 학원'이라는 표현으로 모집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 의원은 "이를 통해서 세금 회피, 노동법 위반 등의 편법, 불법 의혹이 있는 것이라면 이렇게 해서 돈을 벌어들인 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은 후보자와 후보자 일가는 어떤 책임을 지셔야 되겠나"라고 따졌고, 이 후보자는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저는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만 했다.
이 후보자는 전혜숙 의원이 "아내의 사외이사 재직 사실을 숨긴 것 아니냐"고 물은 데 대해서는 "그 부분은 이번 청문 과정에서 처음으로 알았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딸과 아들이 해외에 체류하며 소득 활동을 하면서 국내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거나, 부모(이 후보자 부부)로부터 1000만 원가량의 송금을 받거나, 이같은 송금내역이나 해외자산 내역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하는 등의 문제도 지적됐다.
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2009년 고등법원장이 되고부터 재산공개 대상이 됐는데, CT뱅크와 PS뱅크의 외국 계좌 신고는 8월 29일 국회에 제출한 대법원장 인사청문요청서의 재산신고에서 처음으로 했다. 2009년 후 한 번도 자녀의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장녀의 해외계좌를 공개하신 것인데 그 이유가 뭐냐"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자녀가 미국에서 음악 공부하고 있을 때 제가 교육비, 생활비를 보내준 계좌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서 의원은 또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후보자의 배우자가 장녀의 미국 계좌로 보낸 송금내역을 보면 2018년 1만 달러부터 2023년 1만 달러까지 6년간 5만8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6800만 원"이라며 "후보자의 장녀는 어머니로부터 2018년 1만 달러를 받은 시점부터 국내에 가지고 있던 계좌에 1억 이상의 예금을 갖고 있었고 매년 예금이 계속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소득이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송금하면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며 "증여세 탈루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자녀의 미국 생활비로 보내준 것"이라며 "제 딸이 첼리스트기 때문에 해외 연주 여행을 다니는데 비행기값이 많이 든다. 저희들은 그렇게(증여세 탈루로) 인식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이와 관련, 이후 추가 해명 기회를 얻어 "저는 제 딸이 지금 힘들게 집도 없이 외국을 떠돌면서 연주가로서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로서 연주활동을 다니는데 그 비용을 도와준 것이었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을 같이 하고 있고 아직까지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도와주는 정도의 생활비였기 때문에 증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재차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오후 추가 답변에서 "제 딸의 경우 금년 1월 보스턴심포니에 합격은 했지만 실제로 일은 금년 8월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 전에는 예술가라는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지만 보기에는 화려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정 수입이 거의 없다"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생활이 상당히 어려운 편"이라고 했다.
서 의원은 그러나 "장녀뿐 아니라 장남도 마찬가지"라며 "장남이 근무한 미국 소재 투자은행 D유한회사로부터 받은 사실확인서를 보면, 2017년 2월 17일 발급된 확인서에는 2014년 8월부터 근무했고 연봉이 8만5000달러로 나온다"며 "장남이 서류상으로 약 3억5000만 원에 달하는 근로소득을 얻었는데 이 소득을 장남이 어느 계좌로 받았느냐"고 따졌다. 장남 명의의 해외 계좌가 후보자의 재산신고에 나온 바가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에 "사실 그 부분은 저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고, 제가 제 아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받은 소득 중의 2만 불 이상이 세금으로 나갔고, 그 다음에 살던 집 임대료로 다 나갔다(고 들었다)"며 "(재산신고에서 빠진) 그 부분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추가 답변에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좀더 자녀들이 미국 생활하는 데도 어떻게 생활하는지, 소득이 얼마인지 제가 파악해서 법에 맞춰 해야 되는데 저는 자녀들의 생활이 그냥 미국에서 공부하고 최종적으로 한국에 취직할 것이기 때문에 선진 경영기법을 배우고 있는 과정이라고, 아직까지 학생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거기 별다른 재산이 있다고 제 스스로 별로 인식을 하지 못했다. 어쨌든지 그 부분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송구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 부분(아들 해외계좌)에 대해서 사실 그 당시에도 뉴욕에서 생활할 때 월급이 부족해서 오히려 제 처가 좀 도와주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 재산이 있으리라고 사실은 인식을 못 했다"고 했다.
서 의원은 또 "장남과 장녀의 건강보험 자료도 내내 안 내다가 어제 늦게 제출헀는데 건강보험법도 위반한 걸로 보인다. 장남은 2019년 1월까지 계속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돼 있었고, 장녀는 2022년 11월까지 역시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제가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며 "해외에 직장을 가지고 있을 때 건강보험 자격이 안 되는 줄 저는 인지하지 못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또 사과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 후보자 아들이 국내 최고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력과 관련해 '아빠 찬스' 의혹을 제기했다.
심 의원은 "후보자 아들이 대학교 1학년 학부생 때 김앤장 인턴을 했다. 김앤장은 로스쿨생도 인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하는데 학부생 인턴이 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인턴 모집) 별도 공고도 하지 않고 심사도 안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관심법으로 알고 들어갔느냐. 결국은 아빠 찬스를 이용해서 정직하지 않게 들어간 것 아니냐"고 했다.
이 후보자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알지 못한다. 제 아들이 군대 들어가려고 휴학을 해서 와가지고 친구들하고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후 답변 기회에서도 "제 아들은 전혀 저와 관련해서 들어간 것이 아니고 독자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저는 알고 있다"며 "제가 아들에게 물어보니까 당시에 여러 팀이 있는데 제 아들이 같이 근무했던 10명 정도는 9명이 외국에서 대학 1~2학년 다닌 학생들로 들었다", "아들이 외국에서 친구를 사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엄호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처가댁이 돈 많은 게 뭐가 죄냐. 제가 봤을 때 돈도 없던데"라고 했다.
전주혜 의원도 "따님에게 2018년에서 2023년 외환 송금을 한 사실이라든지,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녀들을 직장피부양자로 신고한 것은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에 국무위원이 재산 신고 누락한 것이 굉장히 많았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전남 영광군 상속재산을 무려 17년간 신고하지 않았고, 정세균 전 총리는 억대 채무를 신고하지 않았고 자녀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은 충북 영동 임야, 배우자 소유 밀양 임야, 본인 대전 유성구 아파트 등(…이 누락됐다). 이중잣대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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