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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강원도 강릉 지역 민간인 학살사건

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어둠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강릉 노암 터널

영동지방을 잇는

무궁화호가 다니던 기찻길이었다

어둡고 비밀스러운 커다란 주머니처럼

사람들이 하나, 둘

마침내 떼 지어 끌려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못했다

순식간에 빛이 사라진 구덩이라고 불렸고 어느 날은 주머니 가득 핏빛이 새어 나왔다. 강릉시 노암동 200-4. 약 100m가량의 길이를 가진 터널 속으로 끝도 없이 사람들이 들어가고 밤낮없이 총소리와 섞인 비명이 바람과 함께 멀리멀리 울려 퍼져 공포는

온 마을을 휩쓸었다

사람들은 모두 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자리를 잡은 곳이어서

‘전재미골’이라 이름 붙인 마을

접경지에서 나타나는

이상한 기운이 전염병처럼 감돌아

동네 구석구석까지 훑어‘부역 혐의자’를 색출했다

잠재적인 적이었다

전염병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로 세월은 흘렀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를 좆는다

어느 시간의 누구이므로

말을 걸면 대답처럼

목소리가 웅장하게 울렸다, 울었다. 귀를 기울이면

모두의 함성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어둠을 달려

빛을 향했다

온몸이 서늘했다

▲ 노암 터널. ⓒ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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