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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보험’과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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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보험’과 ‘모순’

오늘의 제목만 보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할 독자가 많을 것이다. 보험하고 모순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같기도 하다. 필자 나이가 육십대 중반을 넘었는데, 무슨 보험을 들고자 하면 고혈압이 어떻고, 당뇨가 어떻고, 고지혈이 어떻고 하면서 각종 명목으로 보험료를 엄청나게 많이 올려받는다. 사실 요즘에는 보험을 들 수도 없다. 고혈압약을 먹은지 오래 되었고, 잘 먹지는 않지만 병원에서 고지혈 약 처방받은 경력이 있어서 이모저모로 보험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당 수치도 경계선상에 있으니 곧 그것까지 적용되면 보험은 엄두도 못낼 것이다. 20년 전에 보험사에 취직한 제자가 하나 들어 달라고 해서 아직도 매월 10만 원 가량 빠져 나가는 것이 전부다.

이야기1.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불만 없이 내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의료보험이다. 과거 초임교사 시절에 태능중학교에 발령받아서 근무하다가 입대한 적이 있다. 제대하고 복직했더니 그 동안 내지 않았던 의료보험을 한꺼번에 내라고 해서 황당한 적이 있었다. 결국 분납해서 내기는 했지만 그때만은 상당히 억울한 기분을 느꼈다. 군 시절에 병원에 간 적도 없었고, 그 동안 거의 아픈 적도 없는데, 열심히 월급에서 가지고 간 것이 의료보험이다. 또한 치매 간병 명목으로 2만원 정도 더 걷어가기 시작한 적이 있다. 그때도 별 불만이 없었다. 내가 2만원 더 내는 것으로 치매노인에게 혜택이 간다고 하니 크게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게 되었다.

이야기2. 초나라 사람 중에 방패와 창을 파는 자가 있었다. 그는 자기의 방패를 자랑하면서 말하기를 “내 방패는 너무나 견고해서 천하의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또 자기의 창을 팔면서 말하기를 “내 창은 너무나 날카로워서 세상의 어떤 물건도 뚫지 못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말하기를 “그럼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겠소?” 하였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후로 논리 따위가 앞뒤가 맞지 않을 때 ‘모순’이라고 한다.

이야기3. 필자는 요즘 석·박사 논문 지도하고 심사하느라 엄청나게 바쁘다. 많은 제자들을 만나고, 여러 심사위원들과 토론을 한다. 그러다 보니 언제 누구를 만났는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던 중에 코비드-19에 감염되었다. 의사가 권하기를 “아직은 법정 전염병이니 자가격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하였고, 필자도 그의 말이 백번 지당하다고 생각하고 오일 간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냉장고 파괴(?)하면서 살았다. 금산보건소에서 전화가 오고 세종시 보건소에서도 전화가 오고, 이것저것 신고하라는 등 조금 귀찮기도 하였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격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냉장고가 일찍 바닥을 보였다. 투덜투덜… 라면과 오래 얼려두었던 떡 등을 먹으면서 결국은 오일을 버텼고, 스스로 자가격리해제하였다. 보건소에서 일러 준 대로 전의면사무소에 가서 신고를 했다. 신고 후 두 번 통화하고 잘 되었다고 하더니 세 번째 다시 전화가 왔다. “대단히 죄송한데, 선생님께서는 건강보험을 너무 많이 내셔서 생활 보조금을 받으실 수가 없어요.”라고 하였다. 사실 생활 보조금을 받고 싶어서 신고한 것은 아니다. 보건소에서 신고하라고 해서 신고했고, 자기들이 알아서 생활 보조금을 준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는 의료보험(?)료를 너무 많이 내서 못 준단다. 허허허! 보통 35~40만 원 정도를 의료보험료로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순 : 의료보험료를 많이 내었다면 생활 보조금도 더 많이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자문해 본다. 면사무소 직원이 무슨 죄를 지었을까마는 괜히 짜증을 냈다. 처음부터 격리하라고 하지 말든지, 신고하라고 하지 말든지, 생활보조금 준다는 소리를 하지 말든지……

무슨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어떤 것은 나이 많고 병이 있다고 보험료 많이 받아가고, 어떤 것은 보험료 많이 내서 생활 보조금을 줄 수 없다고 하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을까? 필자의 세대는 참으로 복도 지지리도 없는가 보다.

그래도 코비드-19 덕분에 쉬기는 잘 쉬었다. 이렇게 쉬어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걸로 만족하는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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